• [문화/공연] 뚱뚱女서 매력女 변신 “요즘 입에 쥐가 납니다”[뮤지컬 배우 방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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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08 09: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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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속으로 일단 별표 도장 한개를 찍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주인공 선녀 역으로 1년간 공연했다는 사실은 일종의 ‘검증표’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김민기 연출은 지독히 연습시키기로 유명하다. 작은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극단 ‘학전’의 김민기 연출의 뮤지컬 ‘모스키토’도 4개월간 공연했다. 당시는 죽을 맛이었겠지만 “학전은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뮤지컬 배우 8년차 방진의(28). 주연으로 눈길을 끈 것은 지난 연말 히트작으로 연장 공연돼 3월에 막 내린 ‘헤어스프레이’를 통해서다. 방진의는 뚱뚱한 10대 소녀 트레이시를 능청맞게 연기 해냈다. 그 뚱뚱한 몸집 속에 깡마른 그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단단한 솜뭉치로 온 몸을 감싸고 춤추고 노래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땀범벅에 뜨거운 조명까지 받으니 한 여름 같더라고요. 그런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하시니 저도 즐겁게 공연했죠. 큰 무대의 주인공도 처음 해본 것이었고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그리스’ ‘아이러브유’ ‘헤어스프레이’, 연극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 등 작품을 끝내고 날 때마다 ‘배우의 키’가 한두 뼘씩 자라는 것 같아 스스로 흐뭇하다. 요즘 준비에 한창인 차기작은 뮤지컬 코미디 ‘컴퍼니’이다.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 손드하임의 작품으로 뉴욕의 ‘골드미스터’ 로버트(고영빈)와 다섯 커플이 등장한다. 화려한 싱글족과 젊은 커플들의 결혼생활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 작품. 1970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에는 파격적인 내용들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38년이 지난 지금 싱글족과 개성 강한 커플들의 사랑방식은 낯설지 않다.
에이미 역의 방진의는 폴 역의 민영기와 함께 커플로 등장한다. 에이미는 결혼식 전 결혼생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예비신랑 폴을 내쫓았다가 다른 남성의 충동적인 청혼을 받은 후에야 폴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폴과 함께 등장할 때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폴의 노래는 낭만적인데 에이미 노래는 마치 만담을 하듯 빠르고 멜로디가 어려워요. 요즘 입에 쥐가 날 정도로 연습 중이죠. 손드하임의 곡은 정말 쉽지 않지만 매력적이에요. 어젯밤에는 노래하는 꿈까지 꿨다니까요.”
뮤지컬 배우로 나선 것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한 학기를 마친 때였다. 당시 아버지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1년간 병원생활을 하게 되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 휴학했다. 2000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드라큘라’가 그의 데뷔작이다.
“물론 앙상블이었죠. 뒤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성가대 활동을 해왔고 잠깐 성악가를 꿈꾼 적도 있어 노래는 큰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생전 처음 현대무용을 배우는데 진짜 힘들더라구요. 스무살로 출연진 중에 막내여서 행동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휠체어를 타고 딸의 데뷔 무대를 보러왔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딸의 출연작을 한편도 놓치지 않고 가장 매섭게 모니터한다. 딸의 연기뿐 아니라 조명, 무대 디자인까지 꼼꼼히 평한다.
“아버지는 예전에 방송사에서 촬영을 담당하셨어요. 어머니는 분장일을 하셨고요. 두 분 다 제가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나섰을 때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죠. 그런데 고3 여동생, 고2 남동생이 제 공연을 몇편 보고 나더니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거예요.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들려줬더니 진로를 바꾸더라고요. 힘들잖아요.”
동생들 걱정에 ‘쉽지 않은 길’을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은 한걸음씩 이 길을 갈 참이다. 긍정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방진의를 보면서 잘 걷고 잘 뛰리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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