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붉다, 빠져버리고 싶다[꿈같은 낭만의 섬 보라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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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02 08: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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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행의 즐거움을 한 번 꼽아보자. 물빛 좋은 아름다운 해변, 세상을 삼켜버리는 오렌지 빛 노을, 수경을 쓰고 바닷속 세상을 들여다보는 수상레포츠, 맛있는 맥주…. 여기에 물가까지 저렴하다면?
필리핀 보라카이가 딱 이런 곳이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오렌지색 노을을 바라보면서 산 미구엘 맥주를 맘껏 마셔보고 싶었다. 석양에 취하고 바람소리에 잠들 수 있는 보라카이는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보라카이는 7000개가 넘는 섬의 나라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다. 필리핀 중부 파나이섬 북서쪽에 위치한 보라카이는 섬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7㎞. 면적은 여의도보다 조금 넓다. 가운데는 잘록하고 양쪽 끝은 넓적해 마치 아령처럼 생겼다.

태양은 뜨거웠다. 보라카이의 관문인 까띠끌란 선착장. 양쪽 옆으로 대나무 날개가 달린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Banca)를 타고 들어갔다. 보라카이까지는 배로 15분 거리. 키 큰 코코넛나무와 에메랄드 빛 바다, 그리고 눈부시도록 하얀 모래 해변. 바로 보라카이다.
보라카이의 첫번째 매력은 아름다운 해변이다. 산호가 곱게 부서져 생성된 모래는 태양 아래서 보면 전체가 눈부시도록 흰 빛을 띠어 ‘화이트 샌드(White Sand)’라 부른다. 보리카이에는 화이트 비치, 디니위드, 빌링하이, 마녹마녹, 블라복, 푸카셀 등 32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섬 서쪽의 화이트 비치. 거의 일직선의 해안선을 따라 3.5㎞까지 뻗어 있다. 예전에는 화이트 비치의 모래를 필리핀의 다른 섬으로 퍼가기도 했다고 한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코코넛 나무 길게 늘어진 해변을 따라 마냥 걸었다. 가늘고 고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곱게 뿌려 놓은 밀가루 길을 걷는 것처럼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촉감이 보드랍다. 코코넛 나무 밑에 몸을 숨겨 놓고 잠시 근심을 잊는다.
예쁜 바다, 놀기도 좋다. 섬 전체가 해양레포츠의 체험장이다. 스킨스쿠버, 카이트보드, 무인도를 찾아다니는 아일랜드 호핑투어, 세일링보트, 패러글라이딩, 윈드서핑, 제트스키…. 해양레포츠의 천국이다.
이런 바다에서 무엇에 얽매이겠는가. 몸이 움직이는 대로 그냥 따르면 되리! 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앞바다로 나가는 다이버들을 따라 나섰다. 보라카이 바다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야팍, 크로커다일, 카미야, 앙올 포인트가 유명하다. 현지 다이버들은 보라카이의 아름다움 절반이 바닷속에 숨어 있다고 자랑한다. 화이트 비치 앞바다에 있는 앙올 포인트는 수심 15m까지 햇빛이 환히 들어올 만큼 물이 깨끗했다. 형형색색의 산호 사이를 무리지어 오가는 열대어들의 군무가 수중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쇼를 보는 듯 일사불란하고 화려하다. 손을 뻗고 가만히 기다렸더니 손바닥만한 열대어가 다가와 입술로 손끝을 간질이고 재빨리 도망친다. 수면 위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것도 한동안 잊었다.

섬 동쪽의 블라복 비치 앞바다는 바람이 좋아 카이트보드와 윈드서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카이트(연)를 매단 보드가 물 위를 쏜살같이 질주한다. 수면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이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하다. 보트가 끄는 힘으로 날아오르는 패러세일링, 얼굴에 쏟아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시속 80~90㎞의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제트스키. 한번에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바나나 보트. 하늘에서 바다에서 토해내는 체험객들의 감탄사가 새하얀 파도에 실려 해변으로 끊임없이 밀려왔다.
섬 주변의 무인도를 찾아 자유를 즐기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도 빼놓을 수 없는 체험. 낚시와 스노클링, 무인도에서의 점심 식사가 기본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낚싯줄을 통해 전해오는 손맛이 제법 쏠쏠하다. 스노클링 포인트는 산호와 열대어. 물안경을 쓰고 내려다보는 바닷속 세상이 잘 꾸며놓은 수족관을 보는 듯하다.

한적한 해변을 거닐고 싶어 섬 북쪽의 푸카셀 비치를 찾았다. 푸카셀 비치는 가수 이효리가 망고 CF를 찍었던 곳이어서 ‘망고 비치’로 알려져 있다. 보라카이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해변이기도 하다. 파도 타기를 즐기던 보라카이 어린이들이 순박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검게 그을린 얼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방인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바닷물보다 더 맑고 영롱하다. 쪽빛 바다는 온전히 그들의 것이었다.

해질 무렵 ‘죽도록’ 아름답다는 보라카이의 석양을 보기 위해 화이트 비치로 나섰다. 작은 섬이 한순간에 서쪽으로 기울 만큼 노을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나온 발걸음들이 많다. 세일링 보트에 몸을 맡기고 앞바다로 노을 마중을 나간다. 세일링보트는 해질녘에 타는 것이 더 낭만적. 보트가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가까이 다가온 하늘과 바다는 온통 황금빛으로 타들어 간다. 붉디붉은 태양은 1시간 동안이나 보라카이 하늘을 달구다가 바다로 빠져 들었다.

어둠이 찾아온 밤. 멋들어진 조명을 한 야자수 주변이 낭만적인 노천 카페로 탈바꿈된다. 밤바람에 밀려드는 파도소리. 필리피노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자 달빛에 빛나던 산호모래들도 숨을 죽인다. 노천카페에 앉아 산 미구엘 한 모금. 남국의 열기에 달궈진 몸이 비로소 편해지는 순간이다. 보라카이 밤하늘에 박혀 있는 수많은 별들. 맥주에 취하기도 전에 결국 분위기에 먼저 취하고 말았다. 하루는 왜 이리도 짧은 것인지…. 내일은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해먹에 누워 건들거리며 하루종일 게으름이나 실컷 피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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