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맛있는 봄, 입이 행복한 마을[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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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4.25 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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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밥인가? 봄이 식욕을 자극한다. 아마도 우리 몸 중 봄을 가장 많이 타는 것은 입일 것이다. 꽃을 피우고, 싹을 내기 위해 땅 속의 영양분을 쪽쪽 빨아들이는 나무처럼 사람도 봄엔 에너지를 가득 채워야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봄이면 세상의 혓바닥들이 맛을 찾아다니나 보다.
강원도 영월 주천면에 다녀왔다. 지난해 가을부터 맛고을로 뜨고 있다. 한우를 싸게 먹을 수 있다는 다하누촌이 들어선 뒤 주말이면 주천읍내가 북새통을 이룬단다. 한우뿐 아니라 묵밥, 꼴두국수, 찐빵 등 추억의 먹거리도 있다. 인근에 풍광이 수려한 강변도 있다. 게다가 서울서 그리 멀지 않다. 원주와 경계다.

# 다하누촌 쇠고기 히트 상품
다하누촌의 쇠고기는 요즘 강원도의 히트 상품이다.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사서 식당에 들어가면 1인당 2500원에 불판과 상추 등으로 상을 차려준다. 산지에서 쇠고기를 공급받아 유통과정을 단축시키니 값이 싸다. 가장 싼 고기는 300g에 8000원. 이런 식의 한우촌은 정읍 산외마을이 원조격(경향신문 2007년 5월17일자). 아닌게 아니라 다하누촌은 산외마을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쇠고기 판매점은 다하누 체인 7개, 한우마을 1개 등 8개. 고기 구워주는 식당은 주변에 모두 25개다.
고급육과 중급육을 함께 맛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다하누촌 정육도매센터 본점에선 구이용은 모두 600g 이상 단위로 팔았다. “구이용 반근(300g)과 육회 반근(300g)은 안되나요?” 판매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구이용 300g짜리는 다 팔렸다고 했다. 이미 담아놓은 쇠고기를 나눠서 팔면 나머지는 고기색이 변색 돼 팔기 힘들다는 것이다. 싼게 비지떡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 결국 고급육 포장상품인 ‘특한마리’를 샀다. 특한마리는 등심, 채끝, 살치, 토시, 안창살 등 다양한 부위 모듬. 값은 중급육의 두 배 가까이 됐다. 610g에 2만8470원.
고기맛은? 맛은 좋다. 값은 서울에 비해 30~40%정도 쌌다.
다음은 묵밥이다. 주천은 묵밥과 꼴두국수가 유명한 곳이다. 묵밥은 ‘주천묵집’이 잘한다. 주인은 식당을 한 지 30년쯤 됐다고 했다. 도토리묵밥, 메밀묵밥을 시켰더니 샛노란 양은그릇에 내왔다. 육수가 고소했다. 다시멸치로 국물을 우려냈고, 김가루를 고명으로 올렸다. 강원도 심심산골에서 반찬을 11가지나 내왔다.
“묵이란 게 손이 엄청 가거든요. 묵밥 한그릇 5000원 받지만 결코 비싼 게 아니에요. 손으로 묵을 쑨다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여주인 조옥분씨는 손에 파스를 붙였다. 도토리는 산에서 따오고, 메밀은 직접 농사를 지어 빻아 쓴다고 한다. “기계로 묵 쑤면 안되나요?” 손으로 쑨 것이 낫단다. 이유는? 음식은 손맛이다. 묵집을 연지는 30년 전쯤. 3대째다.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주인은 수더분했다. 귀찮은 질문에도 대답을 잘 해줬다. 물론 묵맛도 수준급이다.

# 손으로 쑨 묵과 꼴두국수도 유명
세번째 맛은 꼴두국수다. 꼴두국수란 이름은 “가난했던 시절, 국수를 질리게 먹어 꼴도 보기 싫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주민들은 신일식당과 제천식당을 꼽았다. 먼저 시작한 집은 신일식당, 집이 더 깨끗한 집은 제천식당이라고 했다.
신일식당 주인 임덕자씨는 농담도 잘하는 넉넉한 아낙이었다. “원조집이라면서요?” “먼저 한 게 뭐가 중요해. 맛이 중요하지.” “식당은 얼마나 됐어요?” “얼마 안돼. 한 30년도 채 안됐을 걸….”
꼴두국수는 정선의 콧등치기와 사촌격이다. 콧등치기는 국수를 후루룩 들이켤 때 면발이 콧등을 친다는 국수다. 메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면발에 멸치로 국물을 낸다. 해장용으로 딱이다 싶었다.
배를 채웠으면 이제 눈을 즐겁게 해줄 차례다. 주천읍내에서 요선암까지는 승용차로 10~15분 거리. 요선암은 강바닥에 있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다. 모양이 기기묘묘하다. 이리저리 타원형으로 푹 파인 바위의 모습이 희한하다. 돌로 깎은 거대한 설치미술품처럼 보인다. 요선(邀僊)이란 이름은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이란다. 절벽 위에는 요선정이란 정자와 고려때 세운 마애불, 자그마한 불탑이 있다. 산책코스로 적격이다. 볕발 좋은 봄날엔 이런 강변에서 한나절 놀다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찐빵을 맛보자. 신림면 황둔리는 찐빵마을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하나 둘 들어선 빵집은 현재 7개다.
하문호찐빵은 2001년 생겼다. 95년부터 원주에서 찐빵 장사를 하다 들어왔단다. 이집의 별미는 쌀찐빵. 쌀과 밀가루를 절반씩 섞어 만든단다. 하문호씨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다. 맛있는 찐빵은 어디까지나 정성이다. 내 살을 뜯어서 만든다는 각오로 찐빵을 찐다”고 했다. 찐빵 하나 찌는데 살까지 들먹이는 것은 분명 과한 표현이었지만 빵맛은 괜찮았다. 건너편 황둔송계원조찐빵은 처음 생긴 집. 찐빵 한박스 사왔는데 달지 않아서 좋았다.
주천에 가려거든 계획을 잘 짜야겠다. 점심으로 두끼, 세끼를 먹을 순 없잖은가. ①쇠고기 ②묵밥 ③꼴뚜국수….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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