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일기 쓸 게 없다고? ‘글감사냥’ 나서볼까[‘꼬마논술’ 어린이 일기쓰기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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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4.23 08: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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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생 김영훈군(가명)은 매일 일기를 쓰라고 말하는 엄마 때문에 항상 답답하다. 영훈군은 연필로 글을 쓰는 것보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또 글씨도 보통 여학생들처럼 예쁘게 쓰질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기가 더 두렵다. 마지못해 일기를 쓰기 위해 노트를 펼쳐놓고 ‘오늘 하루 뭐했더라’고 떠올려보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20~30분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생각이 안나 영훈군은 인터넷에서 일기 내용을 베껴서 엄마한테 검사 받은 적도 있다.
‘일기 쓰기’ 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를까. 대부분은 ‘밀린 숙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또는 학교 숙제로만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특히 논술교육이 대두되면서 일기 쓰기는 더욱 강조됐다. 옆에서 지도하는 엄마도 아이도 힘들어하는 일기쓰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하루를 기록할 수 있을까. ‘엄마가 어떻게 일기지도를 할까’의 저자 이병흔 선생님(서울 신남성초등학교)의 도움을 얻어 효과적인 일기 쓰기 방법을 들어봤다.

■ 다양한 형식으로 일기 쓰기
아이들이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씨를 직접 쓴다는 것을 귀찮아 하고 어려워해서다. 특히 요즘처럼 글쓰기보다 컴퓨터 자판이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병흔 선생님은 고학년의 경우 굳이 일기를 노트에 쓰도록 권유하지는 않는다. 인터넷 학급 홈페이지 또는 e메일로 보내라고 하기도 한다. 한글 파일로 쳐서 출력해서 일기장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기를 쭉 한문장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보자. 매일 ‘했습니다’ ‘입니다’ 등 설명체의 문장이 아니어도 좋다. 어떤 날은 오로지 ‘따옴표’를 이용해서 시나리오 대본처럼 글을 써보도록 지도해보자. 따옴표를 넣어 글을 쓰면 일기가 실감나고 친근감을 준다. 아이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 저학년의 경우 아이들에게 익숙한 ‘말주머니’를 이용해서 만화처럼 일기를 작성하게끔 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떠오르는 낱말을 나열하는 것도 글쓰기를 꺼리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방법이다. 오늘 지나간 일 중에서 제일 쓰고 싶은 것을 제목으로 정한 다음 떠오르는 단어를 화살표를 그어가며 나열해보도록 하자. 이때 떠오르는 낱말을 무작정 늘어놓지 말고 일정한 시간 단위로 대표성을 갖는 낱말을 떠올려 쓰게 한다. 이런 ‘낱말기차’도 훌륭한 일기가 될 수 있다. ‘낱말 기차’가 익숙해지면 문장으로 연결시키도록 조사와 서술어를 바꿔서 넣어가며 연습하면 된다.

■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일상이 곧 일기
아이들에게 일기를 왜 쓰지 않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의 첫번째는 “오늘은 쓸 게 없어요”다. 영훈군처럼 일기 쓸거리를 찾지 못해서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쓸거리를 쉽게 찾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아무리 평범한 일상이라도 기록할 가치가 있고 기록할 거리는 있게 마련이다. 일기는 현미경으로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쓰는 것이다. 같은 시간표지만 그 속을 확대하여 살펴보면 어제와는 다른 일과 다른 느낌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육시간은 보통 남자아이들의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축구하다가 누가 골을 넣었는지’만 쓴 일기는 매일 똑같은 일상이다. 늘 비슷한 글감으로만 쓰는 버릇은 바꿔줘야 한다. 똑같은 일상이라도 ‘족집게’로 한 문장을 짚어주면 색다른 일기가 될 수도 있다. 축구 하다가 다른 팀의 친구나 심판을 맡은 선생님에게 불만을 느꼈다면 그것을 꼭 짚어내서 일기를 써보도록 하자.
글감을 찾는 첫번째 방법은 시간 흐름을 더듬어 오늘 겪었던 일을 차근차근 되살려 내게 하는 것이다. ‘오전 수업 시간에는 무엇을 했나?’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는 특별한 일 없었나?’ ‘학교에서 선생님과 있었던 일은?’ ‘친구와 쉬는 시간에 나눈 이야기는?’ 등을 떠올리게 해보자. 이렇게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하루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다양한 글감 찾기의 출발이다. 이때 떠올린 모든 기억을 단순히 나열시키는 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주의하자.
장소를 더듬어도 글감은 나온다.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억남는 장소’ ‘운동장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소’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자주 들르는 곳’ 등을 슬로 비디오 감상하듯이 머릿속에서 기억을 꺼내보자. 장소가 떠오르면 그곳에서 내가 한 일, 느낀 일, 함께 있었던 사람을 비디오 장면 찍듯이 써내려가도록 한다.
글감은 호기심에서도 출발한다. 호기심은 아이들의 특징이며, 특권이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질문거리는 끝이 없다. 이런 질문거리로 일기를 써보게 해도 된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신호등을 보면서 왜 빨간색이나 초록색으로 정해졌는지 궁금해졌다면 이유를 나름대로 추리해보면서 일기를 써보고, 정답을 찾아서 기록하면 공부도 되고 일기도 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에서 접한 뉴스도 훌륭한 소재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 이제는 사회 현장, 사회 변화가 아이들의 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때 느낀 것과 생각을 적는다면 일기는 ‘꼬마 논술’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고민거리, 불만 등도 일기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다. 자신의 손, 발, 눈, 코 등 외모에 대해서 관찰하는 형식으로 일기를 써보게 해보자. 또 ‘나’를 확장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보도록 하자.

■ 호흡을 길게 하려면
일기는 쓰되 길게 쓰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표현력이 부족하거나 단순 사실만 기록해서다.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히고 글을 쓰는 연습이다. 글쓰기는 수학과목처럼 직접적인 성적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홀히 할 경우 고학년이 될수록 사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의 길이를 늘리는 기술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단순 사실과 함께 당시 느꼈던 감정을 ‘사건’처럼 재구성하는 글짓기다.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원인, 결과까지 함께 담아주면 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여기에 글은 또한 각 문장이 모여 이뤄진다. 문장의 길이를 늘릴 수 있도록 꾸미는 말을 달아 주면 생각이 좀더 분명하게 표현된다. 그러면 결과만 중심으로 기술하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기 다시 읽기’도 한번 시도해보자. 자신의 나쁜 일기 습관을 고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일기를 다 쓰고 나서 3~5분간 아이에게 다시 읽어보도록 해보자. 아이 스스로 무엇이 부족하고 또 자신이 쓴 부분 중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말해보도록 하고 메모지에 기록하게끔 하자. 부모가 느끼는 부족한 점도 말해준다. 메모지를 보고서 다시 한번 일기를 정리해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짧은 글’ ‘표현력이 부족한 글’ 등을 고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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