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남도 꽃만 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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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4.21 08:53:40
  • 조회: 10614
벼락같이 봄꽃이 피었다. 공원에 소풍 가자. 멀리 떠나고 싶어도 요사이 물가가 심상치 않다. 어디 기름값만 올랐나? 광화문에도 이제 5000원짜리 밥은 흔치 않다. 설렁탕은 6000원, 추어탕은 8000원, 삼계탕은 1만원선이다. 5000~6000원 하던 삼겹살도 언제부턴가 7000~8000원 한다. 카드대금납부고지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학원비 고지서, OOO납입금, XXX 고지서….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씩 오른 경비를 합치던 아내는 “지로 용지만 봐도 덜컥 겁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 봄나들이는 가까운 공원으로 결정했다. 사실 머나먼 남도만 꽃이 좋은 게 아니다. 서울과 경기권에도 꽃 좋은 공원 꽤 된다. 웬만한 관광지보다 수도권의 공원이 훨씬 낫다.

# 1800여그루 벚나무 꽃망울 터트려
일산 호수공원에 갔다. 봄볕에 뒤채는 호수엔 겨울잠에서 깨어난 물고기들이 첨벙대며 놀고 있었다. 햇살은 대지의 흙구멍마다 스며들어 와글와글거리고 볕발은 따갑지도 여리지도 않았다. 호숫가를 산책하는 허리 굽은 노인들이 햇빛 속에서 걷는 모습이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봄은 피어나는 것이나 지는 것 모두를 아름답게 한다. 호수공원의 꽃들도 피기 시작했다.
9일 현재 진달래는 만개했고, 산수유도 꽃을 틔운 모습이 보인다. 지난 주말(6일)만 해도 꽃상투를 단 벚나무가 거의 없더니 이제 하나 둘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니, 꽃은 피운다는 말보단 터진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벚꽃도 어느날 아침 팝콘 터지듯 봉오리가 툭툭 터지고 있다.
호수공원은 꽃공원이라고 할 만하다. 일산 호수공원 벚나무는 현재 1800그루나 된다. 둘레가 4.7㎞인 호수공원이 워낙 넓다보니 벚꽃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인공섬 내의 월파정 주변에 벚꽃이 많다.
공원을 즐기는 데도 노하우가 있다.

①주말 호수공원은 오전 11시 이전에 오는 게 좋다. 고양시는 낮 12시 이후엔 차댈 곳이 없다고 했다.
봄이면 호수공원은 아침부터 북적거린다. 고양시민뿐 아니라 경기 북부권이나 강서권에서도 호수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주차장은 모두 4개. 장항IC에서 가까운 4주차장은 124면, 호수공원관리사무소 앞 3주차장은 54면, 미관광장(롯데백화점 앞 광장)은 54면, 법원연수원 앞 4주차장은 125면이다. 관리사무소는 주차장이 1, 2, 3, 4면 순서로 찬다고 했다. 미관광장 뒤편 주차장이 호수공원 한가운데라 가장 편하다. 오전 11시까지는 와야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다.

②돗자리 준비도 필수다. 개방된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봄볕을 쐬거나 책을 읽다보면 한 두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잔디밭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소녀,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아버지, 강아지 산책시키고 있는 할머니…. 호수공원의 봄날은 평화롭다. 호수공원의 봄날 풍경의 인상파 화가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나 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떠올리게 한다.

③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은 한울광장 건너편 호숫가다. 공원이 넓다보니 공원 입구나 주차장과 가까운 곳에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건너편 호숫가에는 진달래도 있고, 조경용으로 조성한 화단도 제법 곱다.

④도시락 준비도 필수. 호수공원 내에는 식당이 없다. 관리사무소 옆에 딱 매점 하나와 노래하는 분수대 귀퉁이에 매점 하나가 있다. 음료수 자판기는 많지만 아무래도 도시락을 싸가는 게 편하다. 아니면 점심을 위해 공원 밖으로 나가야 한다.

⑤호수공원은 주말 낮에는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의 홍수다. 자전거를 타려면 피크타임은 피하라. 호수공원 주변엔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노점이 있었지만 요즘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자전거도 싣고 가자. 호수공원 놀이터도 최근 새 단장을 했다. 호수공원 중앙광장에 가까이 있는 놀이터가 시설이 가장 좋은 편이다.

# 주변 미술관에선 각종 전시회
점심을 먹고 오후 2시나 3시쯤에는 호수공원과 가까운 아람누리를 둘러보는 것으로 스케줄을 짜는 것도 좋다. 세계 각국의 국기가 걸려 있는 한울 광장에서 육교를 통해 건너면 미관 광장. 미관 광장을 가로질러 중앙로를 건너면 복합문화공간 아람누리다. 아람누리 미술관에서는 6월 중순까지 ‘오늘로 걸어나온 겸재’전을, 어린이 미술관에서는 ‘풍경 속으로 풍덩’전을 연다.
겸재전은 겸재 정선 작품은 5점밖에 되지 않지만 아이들 체험프로그램은 괜찮다. 게다가 값이 싸다. 한 마디로 산수화 공부다. 이를테면 도슨트가 종이의 종류, 먹의 종류 등까지 설명해준다. 붓에도 사군자필이 있고, 얼굴 그리는 붓이 따로 있다. 먹도 다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 빛을 띠는 것도 있단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보게 한다. 여의도공원에서 볼 수 있는 정경들을 평면 위에 작가가 자기 마음대로 배치한 ‘여의도 공원’(김봄作)을 보고, 아이들이 자석판을 이용, 자기 맘대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펫필름을 이용한 진현미씨의 ‘겹’이란 작품을 보고 아이들도 같은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본다. 미술관 뒤편 산책로도 좋다. 한가하다. 어린이미술관큐레이터 여운희씨는 “볕이 좋은 날이면 직원들끼리 소풍을 나오자고 할 정도로 좋은 곳”이라며 “고양문화재단 직원들 중에서도 여기를 모르는 사람이 꽤 될 것”이라고 했다. 정자와 자그마한 연못, 약수터가 있으며 정발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있다. 정발산은 20~30분이면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 야산이다.
웨스턴 돔 구경도 해보자. 일산 MBC 스튜디오 뒤편이 웨스턴 돔이다. 아람누리 김태경씨는 “라페스타보다 요즘은 웨스턴 돔이 더 뜬다”고 했다. 옷가게와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다.
공원으로 소풍가기, 알뜰여행객에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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