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뮤지컬 ‘이블데드’ 주연 류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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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4.02 09: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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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부터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는 패티김, 죽는 날까지 보이스코치를 두고 목관리를 했다는 테너 파바로티까지… 그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한창 수다를 떨고 온천 이야기로 ‘입가심’을 했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에는 온천이 딱이죠, 정말.” 그는 “이천에 좋은 온천이 있다”며 추천까지 해줬다. 뮤지컬 배우 류정한(37·사진)을 누가 까칠하다고 했나.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쓰릴미’ ‘스위니토드’ 등 출연작의 배역을 보면 선입견을 가질 만도 하다. 강렬하고도 때론 섬뜩한 인물들이다. “성격상 동시에 여러가지를 하지 못한다”며 뮤지컬 배우만 고집하고 겹치기를 안해온 덕분에 ‘깐깐한’이란 수식도 따라다닌다.

그래서 류정한의 ‘이블데드’ 출연은 차기작의 궁금증에 허를 찌른 격이었다.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6월15일까지 공연하는 ‘이블데드’는 동명의 B급 컬트영화가 원작인 피와 웃음이 난무하는 뮤지컬이다. 그의 연기도 코믹하고 과장되며 엽기적이다. 그동안 류정한 하면 떠올랐던 비장한 모습과 목소리는 흔적도 없다. ‘망가진’ 류정한의 재발견이다.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 재미있는 작품을 택했습니다. 그동안 연기한 인물들이 흔한 성격은 아니잖아요. 제 성격마저도 안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덕분인지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웃음을 참으려고 어금니를 꽉 물 때도 있으니까요.”

그는 지난달 18일 ‘이블데드’ 공연 첫날을 앞두고 발목 부상을 입었다. 급히 근육주사를 맞고 무대에 섰다. 발목지지를 위해 워커화 끈을 너무 조인 탓에 2막 때는 다리가 마비돼 쓰러질 뻔 했다. ‘오페라의 유령’ 때도 발목을 다쳐 진통제를 맞으며 무대에 섰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위니토드’ 공연 중에는 연기에 몰입하다 어깨가 빠져 식겁했다.
지난 10년간 대형 화제작의 초연무대에 서며 한국 뮤지컬사 중심에서 순탄한 길을 걸어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이블데드 속편’이 가능할 만큼 혈흔이 낭자하다.

2001년에는 전재산인 자동차를 팔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997년 데뷔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다음해 한국뮤지컬 대상 남우 신인상까지 받으며 유망주로 떠올랐지만 실상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때는 개인적인 일도 겹쳐 세상에서 제가 가장 힘든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무도 저를(배우로서) 찾지 않았고 더이상 한국에서 할 게 없다고 생각했죠. 말이 유학이지 사실은 미국으로 도망쳤어요.”
뮤지컬 배우가 되라는 숙명이었는지 미국 현지에서 본 한국 라이선스작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서 캐스팅되며 두 달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그후 안정된 연기력과 뛰어난 음악 실력으로 프로듀서들이 탐내는 1순위 배우가 됐다.

소년 류정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말로 끝날 싸움에도 주먹을 휘둘러 사고를 쳤고, 야구 등 온갖 운동을 했다. 3녀1남 중 외아들. 연약하게 보이기 싫었던 소년은 ‘문제아’를 자처했다. 그를 서울대 성악과로 이끈 것은 정명훈의 어머니 이원숙 여사였다. 그는 “할머니”라고 불렀다. “할머니께 진 빚이 많아요. 좋은 배우가 돼서 갚아야 할 텐데….”
류정한이 어릴 적부터 집안간에 친분이 두터웠고 성악가의 재능을 알아본 이 여사는 부모보다 더 열성적이었다. 중학교 시절 가세가 꺾인 류정한은 학비 걱정을 해야 할 형편.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내준 이는 할머니였다.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기를 바랐던 할머니는 그가 뮤지컬 배우로 ‘빗나갔을 때’도 데뷔작 연습실에 찾아와 말없이 지켜보고 돌아갔을 만큼 애정이 각별했다.

그는 2년 전부터 독립생활을 접고 몇년 사이 몸이 약해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가끔은 귀가를 재촉하는 전화로 옥신각신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어머니의 한마디. “네가 이놈아 결혼만 해봐라!” 그는 무대에서 용서될지 모르겠지만 힘이 달려 뛰기 힘들 때까지 뮤지컬 배우로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올해는 제목만으로도 그가 유난히 눈을 반짝인 뮤지컬들이 줄줄이 잡혀있다. 그중 하나는 인터뷰 중 마지막 출연을 선언했다. 뭘까. 그는 기자에게 답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힌트는 그가 장식한 초연작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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