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다 내려놓고 즐겨라! 눈부신 쪽빛 유혹[서호주 마가렛 리버]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4.02 09:52:40
  • 조회: 11387
이번 서호주 여행의 가이드 이름은 제프.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바다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을 때 그는 바다로 달려가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가까이 와봐. 여기선 파도를 찍으면 더 크게 보인다니까….” 그는 관광객보다 더 여행을 즐겼다. 그가 없었다면 여행은 심심했을지도 모른다.
아 참, 여기는 마가렛 리버(Magaret River)다. 인도양으로 흘러드는 마가렛 리버란 강에서 지역 이름을 따왔다. 강은 원주민 애보리진의 문화가 남은 카누 여행지로, 내륙은 수준높은 와이너리가 많다. 바다는 세계적인 서핑 포인트. 혹시 ‘폭풍 속으로’란 영화를 보셨는가? 패트릭 스웨이즈가 동경하던 그 바다가 바로 여기다.
마가렛 리버가 흘러드는 인도양.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은 가이드 제프다.
마가렛 리버는 주도 퍼스에서 290㎞ 떨어져 있다. 2370㎢에 인구 1만2000명. 면적은 서울(605㎢)의 4배나 되는데 겨우 이 정도가 살고 있으니 얼마나 한적한 곳인지 짐작하실 것이다.

# 서울의 4배 면적에 인구는 1만2000명
자 그럼, 마가렛 리버를 여행하는 법은?
가이드 제프는 여행프로그램보다 “그저 즐겨라”고 했다. 북적북적한 도회지의 삶을 모두 잊고 숲과 바다에서, 또는 와이너리에서 스트레를 풀고 가란 것이다. 마가렛 리버를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제프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 원래 건축업자였단다. 공사판에 사람 데려다 쓰는 것도 머리 아프고, 공사 자체도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2000년 그는 건설회사를 접고 ‘JUST ‘U’ ME & PERTH’란 자그마한 여행사를 차렸다.
“건축업이 돈을 더 많이 벌텐데….” “그렇긴 하지만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이 행복해.”
먼지 나는 공사판 생활을 청산한 그는 여행지에서도 인터넷이 되나 안되나 걱정하는 ‘나 같은’ 여행자를 보면 마음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번은 숲 속에서 차를 세우더니 밤하늘을 보라고 했다. 은하수와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가리켰다. “뷰우우우우티풀! 그러니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즐겨!”
정말 마가렛 리버는 즐길게 많다.
먼저 여행 내내 입이 즐겁다. 안내책자에 나온 와이너리만 83개. 서호주관광청이 추천한 와이너리는 ‘컬렌 와이너리’. 주인이 내놓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은 수준급이었다. 서호주관광청은 마가렛리버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호주 전체의 5%에 불과하지만 프리미엄 와인의 30%나 된다고 했다. 스테이크도 일품. 이 집의 메뉴엔 요리마다 친환경 제품의 구별법인 Organic(친환경제품), Bionomic(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 Glutter Free(첨가물 없음)란 이름이 붙어있다.

# 와이너리만 83개… 입이 즐거운 곳
제프는 이 지역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기술을 전해준 것이라고 했다. 세계대전 후 전쟁포로로 잡혀온 이탈리아인들이 전쟁 후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호주로 넘어와 포도를 심고 와인을 만들었다.
어디 와인뿐인가? 맥주 양조장도 있다. 사실 여행과 술은 실과 바늘이다. 맥주나 와인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다. 로컬 맥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이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처럼 잘 생긴 가로수들을 여러번 끼고 돌아온 ‘부트레그’ 양조장은 자그마한 맥주공장이다. 이 집에 내건 슬로건은 ‘와인 사막의 오아시스’. 발상부터 재밌다.
실내엔 맥주 콘테스트에서 받은 상장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매니저가 내놓은 맥주는 모두 7개. 모두 상을 받은 맥주다. 8번이나 수상한 이 집의 대표주 밀맥주, 체코 필스너 타입으로 만든 필스, 호박색의 톰스 앰버, 거친 맛의 세틀러 페일, 알코올 함유량 7.1%의 레이징 불까지 다양하다. 애일은 빨리 숙성시켜서 거칠고, 필스너는 진한 호프향이 풍겼다. 세상에 이런 시골구석에 이렇게 다양한 맥주가 있다니…. 필스너도, 밀맥주도 없는 우리에겐 너무 부러운 곳이다.

# 숲 속에 숨어있는 작은 리조트 무려 100여개
마가렛 리버는 먼 옛날 애보리진들에게도 안식의 땅이었을지 모른다. 마가렛 리버 강은 호주에서 두번째로 맑은 강이다. 카누 투어를 하면 중간에 원주민들이 ‘소리 아일랜드’(Sorry Ileland)에 들른다. 원주민들은 속이 텅 빈 나무에 고통을 말하면 나무가 슬픔을 받아들인 뒤 하늘로 날려보낸다고 믿었단다.
마가렛 리버에는 먼 옛날 원주민들의 삶처럼 느리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문댄스 리조트의 여주인 라일리도 그 중 하나다. 마가렛 리버에는 숲 속에 숨어있는 작은 리조트가 100여개나 된다. 라일리의 문댄스 리조트는 콘디나스 트래블러 등 여행잡지와 리조트클럽으로부터 5번이나 상을 받았다.
라일리는 홍콩 등 아시아에서 13년 살다들어와 4년전 문댄스를 열었다. 기이한 모양을 한 나무 옆에 고급 빌라 형식의 숙소를 지어놓고 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명상을 하는 동안 애보리진 후손인 조시가 원주민 악기 디저리두를 불어준다. 벌레가 나무 속을 파먹게 해서 만든 디저리두의 소리는 희한하게도 테크노 사운드를 닮았다.
가장 원시적인 악기가 가장 트렌디한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그들은 먼 옛날 캥거루가 인간보다 먼저 창조된 시절의 원주민 신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라일리는 “체험자들의 종교가 무엇인지도, 어떤 사람인지도, 여기선 개인적인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의 눈으로 보지 말고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란 뜻이다.
마가렛 리버엔 라일리처럼 새로운 삶을 갈망하거나 자신의 예술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도 많다고 한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자연의 힘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 한 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마가렛 리버! ‘즐거운 인생’을 좀먹는 당신의 조급증, 거기서 치료할 수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