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인터넷 세대 우리말에 풍덩[영어 스트레스 극복 정체성 찾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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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3.24 09:11:54
  • 조회: 214
‘한글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인터넷 세대가 우리말 글쓰기를 탐닉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 문화가 확산되면서 좀더 정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는 데다 세계화 바람과 과도한 영어학습 붐 속에서 언어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바람도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글쓰기 책이 잘 나간다. 출판계에 따르면 20만부가 팔린 ‘글쓰기의 전략’(정희모·이재성, 들녘)을 필두로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김철호·김경원, 유토피아),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임재춘, 북코리아), ‘글쓰기의 공중부양’(이외수, 해냄), ‘건방진 우리말 달인’(엄민용·다산북스) 등의 글쓰기 책이 주목받고 있다.
‘글쓰기의 전략’은 연세대에서 글쓰기 수업을 해온 정희모·이재성 교수가 15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글쓰기가 노력과 학습에 의해 향상될 수 있음을 강조한 책이다. 기술직 공무원이 쓴 ‘이공계는…’ 역시 이공계 출신이라고 해서 글쓰기를 벗어날 수 없다며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감성적인 언어부터 파격적인 문장까지 다양한 어법을 구사해온 작가의 30년 글쓰기 비법을 담았다.
특히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나 ‘건방진 우리말 달인’은 기존의 표준어나 문법을 앞세운 규제 중심의 우리말쓰기 교본에서 벗어나 신세대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수용하면서도 적절한 규범과 원리를 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밥’으로 불리는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2권)은 출간한 지 1년 반 만에 6만부나 팔려 이 분야의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속·안, 과일·열매 등 비슷한 어휘의 뉘앙스 차이에 주목해 글쓰기의 요령을 알려주는 게 특징이다. 저자 김철호씨는 편집자 출신으로 출판사 ‘유토피아’ 대표를 맡고 있으며, 국문학 박사인 친구 김경원씨와 함께 이 책을 공동 집필했다.
일간지 교열부 기자인 엄민용씨가 쓴 ‘건방진 우리말 달인’ 역시 출간 한 달 만에 5000부 정도 팔렸다. 단어·말법·표기법으로 나눠 좋은 문장과 나쁜 문장을 가려주고, 그 원리를 제시한다. 두 책 모두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작가들의 글쓰기론 역시 잇따르고 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가 스테디셀러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번주에는 ‘스티븐 킹을 능가한다’는 선전 문구를 단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위즈덤하우스)가 나왔다. 또 지난해 말에는 글쓰기의 고전이라는 윌리엄 진저의 ‘생각하기, 글쓰기’(돌베개), 올 초에는 아마존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인 앤 라모트의 ‘글쓰기수업’(웅진윙스)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번역서들은 원서가 나온 지 오래 됐으나 최근 글쓰기 바람을 타고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글쓰기가 주목받는 것은 대중필자시대의 개막과 관련이 있다. 초·중·고교의 논술교육과 대학 교양수업에서의 글쓰기 강화 등으로 기반이 다져진 데다 블로그를 중심으로 글쓰기가 일반화되고 그 중 일부는 상업출판으로 이어지면서 좋은 글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선식 다산북스 사장은 “글을 써본 사람만이 어휘와 문장의 미묘한 차이를 알기 때문에 좀더 정확하게 쓰기 위해 글쓰기 책을 찾는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세계화 바람과 영어 스트레스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영어문법은 잘 알면서 우리말은 비문(非文)을 쓴다는 데 대한 자각이 생기는 한편 영어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언어능력을 회복하려는 심리도 작용한다. 일본의 경우도 최근 몇년 사이 200만부나 팔린 ‘일본어 연습장’이나 ‘소리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 등 유사한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장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국제어인 영어뿐 아니라 모국어와 결혼·이주 등으로 습득이 필요한 제3의 언어를 함께 존중하는 다언어 정책이 중시되는 현재의 추세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국밥’의 필자 김씨는 “이전의 글쓰기 책들이 ‘이건 맞고 이건 틀리다’라는 식으로 언중(言衆)을 규제하고 계몽하는 쪽이었다면 요즘 각광받는 책은 언중이 자신을 언어 사용의 주체로 내세우고 즐기면서 언어 생활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글쓰기가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도구적인 성격을 벗어나 자신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찾는 본질적인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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