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남북 공동 창작 오페라 무대에 올리는 게 꿈”[정은숙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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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3.12 09: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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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난 집이 잘 된다’는 얘기도 하기 좋은 말이죠. 막상 당하고 보면 뜬 눈으로 지새는 밤의 연속입니다. 예술감독직 기간뿐 아니라 일생의 최대 위기일 거예요.”
국립오페라단 정은숙 예술감독(62). 지난 연말 공연한 ‘라보엠’은 국내 오페라 사상 처음으로 9회 공연을 잡았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예매도 잘 됐고 막 7회째 공연의 분수령을 넘으며 인기 레퍼토리로 ‘굳히기 작전’에 들어갈 때였다. 하필이면 그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 도중 무대에서 불이 났다. 화재원인은 아직도 조사중이다.
정은숙 예술감독은 화재의 충격으로 몇 달간 진이 빠져있던 오페라단 식구들을 추슬러 다시 공연 준비에 나섰다. 오는 4월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올린다. 아름다운 선율과 장중한 비극의 조화로 낭만주의 오페라 시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광란 상태에 빠진 여주인공이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기교로 들려주는 ‘광란의 아리아’가 유명하다.
“출연자들이 모두 국내 성악가들이에요. 음악성이나 테크닉면에서 세계적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국내파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가 한국 오페라 60주년인데 과거에 비하면 오페라 제작 능력이나 관객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지요.”
2002년부터 국립오페라단 수장을 맡아온 그는 올해 세번째 연임돼 임기 2010년까지 활동한다. 1970~80년대 국내 정상급의 프리마돈나로 활동한 성악가. 문익환 목사의 큰아들인 오페라 연출가 고 문호근의 아내이기도 하다. 국립오페라단을 맡은 후 상근 단원제를 도입하고 ‘마이 퍼스트 오페라’ ‘마이 넥스트 오페라’ 등으로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었다.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처음 오페라단을 맡았을 때는 직원 몇 명과 저, 사무실이 전부였어요. 전속합창단이나 연습실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었죠. 제 분수를 알고 주어진 숙제를 그날그날 성실히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일을 벌여 저돌적으로 해내는 형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오페라단원으로 20년간 활동하면서 안타까웠던 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는 힘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의 시아버지와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시인을 꿈꾸는 조용한 성품의 목회자에서 시대적 사명을 받아들여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나선 고 문익환 목사의 모습과 닮아있다.
“시부모님도 그러시고 특히 시할머니의 삶이 저에게 두고두고 가르침을 주십니다. 항상 ‘진실은 반드시 통한다’고 말씀하시며 큰 사랑이 어떤 것인지 삶의 태도로 보여주신 분이었죠. 예술감독직을 맡은 지난 7년간 독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가슴 한편으로 위안이 되어준 분이세요.”
재임기간 동안 한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다고 한다. 올해 역시 휴가는 힘들 것 같다. 4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시작으로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라보엠’ ‘천생연분’ ‘탄호이저’ 등이 공연될 예정이다. 양평군민회관, 춘천문예회관, 목포문예회관 등 오페라를 접하기 힘든 지방의 작은 무대도 부지런히 찾아갈 계획이다.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의 중국 공연도 문화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욕필 평양공연도 있었는데 오페라를 통한 남북교류도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평양에서 수백명이 이태리의 벨칸토(창법)를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리가 맑고 연기 잘하는 북한의 성악가들과 함께 남북 공동의 창작오페라를 올리는 게 또 하나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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