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마을서 조물조물~손으로 빚는 봄[해남 땅끝 풍성한 체험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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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3.12 09:40:55
  • 조회: 11337
봄 찾아 해남 갔다. 서울은 3월 초에도 느닷없이 함박눈이 내렸다. 올해는 봄이 유난히 더디다. 늦추위 때문인지 지난해 같으면 이미 피었을 법한 대흥사 동백도 아직 봉오리를 꼭 다물고 있지만 볕은 좋았다. 이름에서조차 봄냄새가 나는 해남은 최근 볼거리 외에도 체험거리가 많아졌다. 주민들이 주축이 돼 묵 만들기 체험, 도자기 만들기체험, 염색체험을 하고 있다. 체험비는 5000~1만원으로 비싸지 않다. 대흥사나 윤선도 유적지는 워낙 유명하니 나중에 이야기 하기로 하고, 체험 프로그램부터 둘러보자.

# 염색체험
지난 주말 해남 삼산면 오명례씨(48)의 천연염색공방 ‘황토사랑’에 초등학생 아이들 5명이 모였다. 이날 체험프로그램은 양파 염색. 황토 염색이나 치자 염색은 들어 봤지만 양파 염색이라는 것도 있나? 오씨는 “사실 주변에는 천연 염색에 이용할 만한 소재들이 많다”고 했다. 황토뿐 아니라 숯, 양파, 치자, 오리나무 등으로도 염색을 한단다.
첫번째 순서는 하얀 양파속 대신 누런 양파껍질을 물에 넣고 20분 동안 삶기. 양파를 삶는 동안 오씨는 곱게 염색을 해놓은 옷감을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연둣빛 옷감은 뭘로 염색을 했을까?” 새봄에 피어난 느티나무 같은 활엽수의 연초록 잎을 따서 했을 법한데 정답은 토란대였다. 갈색 옷감은 개모시, 연한 연두색 옷감은 말리지 않는 생쪽으로 했단다. 옻나무과의 종류인 북나무에 자생하는 벌레집인 ‘오배자’로도 염색을 한다. 오배자 염색은 회색빛을 띠었다. 계피나무는 진갈색이 나온다.
“옛날 임금님은 붉은 옷을 입었잖아요. 붉은색은 소목으로 염색한 거예요. 나라에서는 소목을 수입까지 했어요. 옷감도 비쌌죠. 자주색과 붉은색은 원래 높은 사람들만 입을 수 있었던 옷이에요.”
그럼 색 원료를 끓인 물에 옷감을 담그기만 하면 염색이 될까? 옷에 색이 잘 배게 도와주는 매염제도 필요하다. 소목을 끓인 물에 명반을 넣으면 붉은색이, 철을 넣으면 보라색이 나온다.
그의 공방에 걸린 천연 염색 옷감은 화려하면서도 은은했다.
양파껍질을 다 삶고 나면 염색이 시작된다. 아이들과 함께 손수건을 주물럭거리기가 두 번째 순서다. 찻숟갈 하나 정도 명반을 넣은 물에 고무줄로 가장자리를 묶은 손수건을 담갔다.
“담가만 놓으면 안되나요?” “담그기만 하면 손수건이 물에 떠서 어떤 곳은 진하게, 어떤 곳은 연하게 된단다. 이런 주물럭거리기를 10번 정도 해야돼. 그래야 물도 잘 안 빠지고 색감도 고와지지. 빨래 삶을 때 뒤집어 놓지 않으면 옷감에 얼룩이 생기는 것과 같아.”
아이들은 고무줄을 풀자 샛노랑 손수건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졌다. 보자기를 보던 아이들의 얼굴이 노랑 손수건처럼 환해졌다.

# 묵 만들기 체험
삼산면 김영일씨(42)는 4년 전부터 고구마 묵을 만들어 왔다. 식당에 들렀다가 고구마 묵을 먹어 봤는데 맛이 괜찮았다고 한다. 원래 묵은 저칼로리 식품. 다이어트 식품으로 판매하면 좋을 듯 해서 묵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묵을 알리기 위해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친환경 농업으로 현지에서 생산한 고구마묵이다.
도회지 아이들은 묵이 공장에서 찍어 놓은 젤리처럼 느껴질 게 분명하다. 어쩌면 푸딩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기야 도토리 한 알도 주워 묵을 쒀 먹었던 그 시절을 아이들이 알 리 없다. 그래서 묵 만들기는 오히려 음식 체험이라기보다 역사 체험이 될 수도 있다.
묵 만들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일단 고구마 껍질 벗기기. 김씨는 면도기 모양의 채칼로 벗겨 낸 고구마를 잘게 썰었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 놓은 고구마 전분을 물에 잘 푼 뒤 채에 걸러 말린 것이다.
“아이들이 자른 고구마는 왜 넣어요?” “그냥 전분만 있으면 되지 않나요.”
“아이들은 밋밋한 묵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호두나 잣 같은 견과류도 집어 넣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른 걸 넣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식감(食感)이 좋아지죠. 아직은 연구 단계입니다.”
묵 쑤기는 간단하다. 중불에 풀어 넣은 전분을 넣고 잘 휘저어 주면 된다. 물이 되직하게 되면 그걸 4각형 그릇에 담아 식힌다. 고구마까지 넣었지만 아이들에겐 묵 맛은 별로다. 실제로 김치나 양념을 곁들여야 먹기 좋다.

# 도예 체험
도자기 체험 공방은 사실 수없이 많다. 이천, 여주 같은 도예골은 물론 계룡산 자락에도 있고, 부여에도 있다. 그만큼 도자기를 만드는 곳도 많았다는 뜻이다. 한국의 도예 문화는 폭이 넓고 층도 두꺼웠다. 아이들도 가장 재밌어 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해남 도자기체험은 뭐가 다를까? 19년째 도예 공예를 했다는 홍은미씨(39)는 “일단 해남지역에서 나는 흙을 쓰는데 흙이 검다”고 했다.
“이렇게 검은 흙을 쓰는데 저런 회색빛 도자기가 나오나요?” “그래요 신기하죠. 백토인데 순수한 백토는 아닙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전기 물레에 앉은 아이들은 조막손으로 도자기 성형을 시작했다.
“흙이 밀가루처럼 부드럽지?” 아이들의 대답은 정반대다. “까끌까끌해요.” 홍씨는 “원래 밀가루보다 더 부드러운데 질감이 다른 도자기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연탄재를 넣었다”며 웃었다.
“엄지 손가락으로 윗구멍을 깊게 누르니까 그릇이 벌어져요”
이날 처음 체험에 참가한 윤다희양(7)은 물레 자체를 신기해 했다. 두어번 해봤다는 윤설화양(12)은 마치 도예공처럼 숙련된 솜씨로 그릇 하나를 뚝딱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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