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정선 구절리 아우라지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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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2.20 09: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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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 아우라지는 그동안 많이도 변했다. 수십년 전엔 떼꾼들이 평창 산간에서 베어온 나무를 뗏목으로 엮어 서울 마포나루로 향하던 강마을이었고, 1970년대엔 탄광 경기가 좋아 강아지도 500원짜리 지폐를 물고다닌다는 탄광촌이었다. 80년대엔 석탄 합리화 사업으로 탄광들이 속속 폐광을 한 뒤 뜨내기 탄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한동안 마을은 관광객조차 없이 적막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열풍에 ‘정선 아리랑’의 고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감자꽃이 지천으로 피는 초여름과 나무 기둥을 강에 박아 섶다리를 놓는 겨울엔 사진작가들이 꽤나 찾아왔고, 광고쟁이들은 돌다리를 세우고 CF를 찍었다.

그럼 지금 정선 아우라지의 모습은? ‘열차마을’이라고 해야겠다. 아니,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열차 테마파크라고 할 만도 하다. 2005년 정선 구절리에 레일바이크가 운행을 시작한 뒤 여치와 어름치 모양의 열차 카페가 들어섰다. 지난 1일엔 기차 펜션까지 오픈했다.
정선 구절리에 다녀왔다. 산도 그대로, 강줄기도 그대로인데 정선은 십수년 전에 비해 제법 활기차다. 평일인데도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더 많다. 93년 손님이 없어 폐쇄된 구절리 역사도 새로 단장했다. 철로 옆자락엔 열차를 개조해 만든 ‘여치의 추억’이란 카페가 눈에 띈다.

사실 열차카페는 80~90년대엔 ‘베스트 카페 아이템’ 중 하나였다. 폐철을 사들여 의자를 놓은 카페는 전국적으로도 꽤 많았다. 하지만 ‘여치의 추억’은 조금 다르다. 열차 모양을 그대로 두고 실내만 개조한 옛날 열차 카페와는 천양지차다. 아예 쇳덩이를 붙여 여치 모양으로 만들었다. 카페도 2층으로 돼 있다. 아이들에겐 거대한 여치 두 마리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가격은? 카르보나라 스파게티가 7400원, 볼로네소스 스파게티는 5900원, 돈가스는 5900원 정도다. 싸지도 않지만 그리 비싸지도 않다.

기차 펜션은 바로 그 뒤에 있다. 객실에는 새마을호니, 통일호니 하는 열차 등급이 매겨져 있다. 객실은 기차 한 량을 세 칸으로 나눈 일반 객실(22㎡)과 두 칸으로 나눈 특실(33㎡) 두 가지. 객실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침대방도 있고, 온돌방도 있다. 방마다 LCD TV(PDP TV)까지 갖췄다. 욕실도 따로 붙어 있다. 특실엔 욕조와 레인 샤워기까지 있다. 열차 펜션엔 뒤 창문 옆에 ‘아파트 베란다’처럼 발코니를 따로 붙이고 나무로 만든 피크닉 테이블을 들여놓았다.

현지 직원은 “객실 내부에선 취사행위를 할 수 없지만 발코니까지 취사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객실료는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7만, 10만원이라고 한다.
정선 레일바이크는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여행업계에선 레일바이크를 최근 3년새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로 꼽는다. 2005년 6월 개장한 뒤 2007년 10월 탑승객 50만명을 돌파했다. 레일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을 합쳐 딱 100대. 주말에는 지금도 자리가 없을 정도다. 구간은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 50분 정도 걸린다.

저렇게 육중한 레일바이크를 잘 끌 수 있을까? 일산 호수공원을 도는 4인용 자전거도 꽤 버거운데 철바퀴를 돌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예상외로 레일바이크는 힘들지 않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내리막길이란다. 페달 한두 번 밟으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달릴 수 있다.
레일바이크는 제법 스릴이 있다. 승용차로 달리는 것과 딴판이다. 특히 구절리에서 아우라지를 잇는 구간은 강원도 심심산골의 척박한 지형을 통과한다. 굴을 세 번, 다리를 네 번 건너야 하는 코스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자그마한 굴이 나온다. 굴을 빠져나와 속도가 붙을 무렵 철로변 옆에서 사진작가가 손을 흔들며 셔터를 눌러댔다. 여기서 디카로 찍은 사진을 아우라지역 옆 상점에서 찾을 수 있다. 롤러코스터나 후룸라이드를 내려오는 순간 사진을 찍어 판매하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를 연상하면 된다. 사진사는 마을 주민이란다. 어쨌든 길 양편의 나무들이 키가 훤칠한 낙우송이라 배경이 좋다. 이어 곧바로 낭떠러지를 잇는 다리 구간.

겁많은 20대 여성 탑승객들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레일바이크는 다시 굴로, 다리로 이어진다. 레일바이크는 들판을 끼고 돌 때도 있지만 대부분 강줄기를 옆에 끼고 달린다. 레일바이크 휴게소도 있다. 휴게소에선 커피 한 잔 할 수도 있고, 오뎅 국물을 마실 수도 있다. 종착역이 가까워지면 처음보다 페달을 밟을 때 힘을 조금 더 줘야 한다. 처음 3분의 2는 내리막, 마지막 3분의 1은 평탄하기 때문이다.
종착역엔 ‘어름치 유혹’이란 카페가 하나 더 있다. 타일을 붙여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이 카페는 카페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설치미술품처럼 예쁘다. 생맥주도 팔았다. 한 잔에 2500원. 여기서부터 열차가 레일바이크를 끌고 구절리역으로 되돌아간다. 탑승객들은 바이크 대신 기차에 올라타고 구절리로 돌아가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열차역 바로 앞 강변 아우라지 섶다리도 건너봐야 한다. 섶다리도 예전보다 많이 변했다. 옛날엔 그저 나룻배 다니기 힘든 겨울에 놓는 임시 나무다리.
지금은 섶다리 중간에 원두막 같은 지붕까지 씌웠다. 구절리와 아우라지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오지마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세상은 열차보다 빠른 속도로 변한다. 지금은 레일바이크와 열차 카페가 있는 테마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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