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연인 사이 ‘밤새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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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2.12 09:20:38
  • 조회: 369
길게 생각하지 말고 빨리 대답해 보세요. 지금 당신의 연인을 사랑하십니까.
1초 내로 “네!”라고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했다고 자책하지는 마세요. “잘 알아요” “편해요”라고 답했다고 찝찝해하지도 마세요. 사랑이 언제나 처음과 같다면 어디 뜨거워서 살겠습니까. 공부도 일도 가족도 잊어버린 채 ‘폐인’이 되버릴 걸요.
5일 개봉하는 ‘6년째 연애중’은 제목에서 짐작되듯 ‘아주 오래된 연인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김하늘과 윤계상이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아 조금은 지겨운, 그러나 딱히 헤어질 생각은 없는 연인으로 등장합니다. 이 커플은 결혼도 안 했으면서 하는 짓은 15년차 부부를 방불케 합니다. 홈쇼핑 프로듀서인 윤계상은 연인을 위한 선물로 “변치 않는다”며 회사에 진열됐던 조화(造花)를 가져다줄 만큼 능청스럽습니다. 김하늘은 애인과 통화를 하면서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고, 집에 올 때 생리대를 사달라고 부탁할 정도입니다.
애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미세한 균열이 끝내는 처참한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6년째 연애 중’의 연인 사이도 그러합니다. 언제나 한결 같을 줄 알았던 연인이었는데, 애초 그렇게 태어난 줄 알았던 사이였는데, 세월 앞에 영원한 건 없었습니다. 사소한 오해와 갈등, 서로에 대한 싫증과 몰이해가 겹쳐 둘의 관계는 절벽 끝으로 달려갑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낳은 정, 기른 정으로 구분하지요. 연애에도 기른 정에 해당하는 ‘사귄 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의 불 같은 열정만큼이나, 함께 쌓아온 둘만의 추억도 가치 있거든요. ‘6년째 연애 중’ 제작진은 두 주인공이 오랜 연인임을 보여주기 위해 896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풋풋한 연애가 시작된 대학 시절부터 첫번째로 함께한 설레는 여행, 시끌벅적하면서도 낭만적이었던 생일 잔치 등 연인의 추억은 고스란히 시각화됐습니다. 사진을 찢는다고, 파일을 삭제한다 해도 추억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공식적으론 헤어졌는데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 사랑을 나누는 통에 시청자들의 짜증과 공감을 함께 불러 일으킨 커플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격인 캐리와 빅 커플이었습니다. 캐리는 왜 옆에 누워 있는 착한 연인을 두고, 문 밖에서 어슬렁대는 ‘나쁜 남자’ 빅을 생각했을까요. 서툰 솜씨로 만들었지만 맛은 꽤 좋았던 파스타의 맛이 두뇌에 각인됐고, 오랜 세월 감정을 치고받으며 생겼던 상처까지도 캐리라는 인간을 형성한 일부가 됐기 때문 아닐까요.
연애에도 골동품이 있습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이고 곳곳에 흠집이 났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치 있는 골동품. 어디 가서 사지도 못하는 이 골동품을 소유하는 건 오래된 연인들의 특권입니다. ‘좋지만 오래된 것’보다 ‘나쁜 새것’이 좋으시다면? 홈쇼핑을 할 때처럼, 수2량이 동나기 전에 얼른 새 연인을 주문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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