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광고도 그림 알리는데 중점 뒀죠”[계간지 ‘그림책상상’ 펴내는 천상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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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31 09:16:32
  • 조회: 614
이달 초 잡지 한 권이 배달됐다. ‘그림책상상’이라는 제목을 단 잡지는 넘겨볼수록 색달랐다. 대개의 잡지가 주요 수입원인 광고 반 기사 반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잡지에는 광고도 드물 뿐 아니라 광고라고는 오로지 그림책 광고뿐이었다. 그것도 광고인지 그림책 원화 소개인지 헷갈릴 정도로, 원화를 실물 사이즈로 넣고 텍스트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애초부터 한 컷으로 된 그림광고만 넣기로 마음먹었어요. 그게 작가에게도 득이고 출판사에도 그렇고, 저희 잡지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국내최초의 그림책 계간지 ‘그림책상상’을 펴내는 천상현 상출판사 대표(37)의 말이다. 이미지 광고를 통해 작가의 작품을 알리는 데 방점을 뒀다는 뜻이다. 그래픽디자인회사로 출발해 그림책을 펴내는 상출판사를 설립한 지 3년. 천대표는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국내의 그림책문화를 바꿔보고자 잡지를 펴냈다고 했다.

“국내 창작그림책은 아직 드문 형편이고 그나마 나오는 책들도 특정 연령대에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책은 나이를 막론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장르예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 가보면 그림책을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는 작가들의 작품을 숱하게 만날 수 있어요.”
1990년대 이후 형성된 국내 그림책 시장은 이제 이미 출판 관련인들도 포화상태라고 말하는 상황. 해외도서전을 비롯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이런저런 어린이책상을 받은 작품들이 마구잡이로 번역·출판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국내 창작그림책이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그림책의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러스트의 측면일 뿐이다. 자신의 고민과 생각에서 출발해 자기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함께 풀어나가는 진정한 그림책 작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국내 그림책 출판량은 많지만 우리 것이라고 자신있게 볼로냐아동국제도서전나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 내놓을 만한 것은 많지 않아요. 당장 내년에 우리나라가 볼로냐아동국제도서전 주빈국인데 행사를 어떻게 치를지 걱정입니다. ‘그림책상상’이 그림책작가들에게 창작동기를 부여하고 또 출판기획자, 관련단체들이 보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매체가 됐으면 합니다.”

‘그림책상상’은 여러 점에서 기존의 잡지와 차별화된 구성을 하고 있다. 신진작가의 창작물을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작은 별책부록으로 만들어 실으면서도 정작 그림책 전문잡지라고 하면 있을 법한 그림책 비평은 없다. “국내에서 그림책 비평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창작하는 작가들이 드문 형편인 데다 감히 그림책 비평을 하겠다고 나서려는 분들도 없고요. 그보다는 한 권의 단행본처럼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작가들이나 출판인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뻔하고 흔한 정보 대신 차별화된 그림책문화를 선보이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언어권의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 음식, 그림책의 인물을 소재로 한 시 등 다양한 형식의 에세이들로 채웠다. 책에서 소개되는 그림책을 직접 실물로 볼 수 있도록 서울 홍대 앞 극동방송국 근처에 자리한 사옥에는 그림책 서점 겸 카페도 냈다. 그림책 원화로 책광고를 대신한 것도 광고수입에 의존하기보다는 순수하게 판매와 정기구독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첫 호는 2000부를 찍었다.

그는 그림책을 하나의 문화로 즐기고 그런 토양 속에서 그림책이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려내는 또 하나의 출구로 정착됐으면 한다. 이런 이들이 ‘그림책상상’의 독자가 되어주고 필진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어느 정도나 잡지가 팔리면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한 5000부요? 아니 3000부요?” 현재의 얕은 그림책문화를 바꾸겠다는 이의 욕심치고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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