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엘링] 잉바르 암비에른센|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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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30 09: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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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현대소설에서 유명한 인물인 ‘엘링’이 국내에 상륙했다. 1993년부터 2년 간격으로 출간된 4권짜리 연작소설로 ‘나는 내 친구 엘링입니다’(1권), ‘엘링, 어색하지만 괜찮아’(2권), ‘엘링, 천국을 바라보다’(3권), ‘엘링, 내일은 나를 사랑해줘요’(4권)로 구성돼 있다.
주인공 엘링은 자폐증을 앓는 서른두살의 남자. 뽀로통하지만 애처럽고, 책과 신문을 읽는 철학적 인물인 반면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돼 있다. 그런 그가 함께 살던 어머니와 사별한 뒤 8~9년 동안 겪게 되는 낯설고 힘겨운 변화의 과정을 1인칭 시점으로 그렸다. 독자는 영리하고 독창적인 자폐환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1권에서 엘링은 엄마를 잃은 공허감에 휩싸여 아무도 곁에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맞은편 건물에 사는 리게모르 욜센이 화분에 물을 줄 때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는 모습이 엄마를 닮았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급기야 망원경을 구입해 이웃들을 관찰, 조망하게 된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순간 나는 천국을 관망하는 신이 되지만, 내게는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에게 행사할 권력이 없다.’
보호자가 없어진 엘링이 오슬로시의 결정에 따라 요양원에 끌려오면서 겪는 일이 2권의 줄거리다. 엘링은 그곳에서 덜 떨어진 오랑우탄 같은 남자 키엘과 룸메이트가 된다. 처음에 엘링은 키엘의 단순함과 멍청함, 왕성한 식욕과 성욕에 적개심을 품지만 차츰 그의 순수함과 따뜻함에 끌려 마음의 문을 연다. ‘내 안에는 항상 반항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고, 나는 내가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나는 의심이 많고 어리석은 데다 자기학대를 일삼았다. 위대한 깨달음이었다. 이 모든 것을 갈색 눈을 가진 암소 두 마리와 지극히 단순한 타입에 속하는 룸메이트를 통해 얻었다.’
3권은 ‘엘링’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가장 많이 팔리고 유명해진 이야기다. 서른이 넘고 덜 떨어진 두 남자, 엘링과 키엘은 오슬로시에서 파견한 프랑크의 보호 아래 요양원을 떠나 오슬로에서 새출발을 한다. 그들에게는 슈퍼마켓에 음식을 사러가는 것조차 식은 땀이 흐르는 공포체험이고, 키엘이 주도한 폰섹스에 맛들였다가 시에서 받는 생활보조금이 끊기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좌충우돌의 ‘사회화 훈련’을 이어가던 중 키엘에게 레이둔이란 여자가 다가온다. 레이둔은 바람둥이 스페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키엘과 맺어지고, 외로워진 엘링은 시낭송 행사에서 나중에 유명한 시인으로 밝혀지는 알폰스를 만나 영혼의 친구가 된다. 엘링은 자신에게서 시적 재능을 발견한다.
마지막 4권에서 키엘과 레이둔의 결혼으로 혼자 남게 된 엘링은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하던 중 로네라는 아가씨를 만난다. 마흔이 다 된 그에게 찾아온 첫사랑은 울퉁불퉁 실패투성이다. 엘링에게 삶은 여전히 물음표다. ‘만일 미래에 내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고 그녀의 몸의 일부를 만질 수 있다 하더라도 나는 내 앞에 어떤 남자가 있었는지 늘 알고 싶어했을 것이다. … 한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작가 암비에른센(52)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나는 엘링과 같은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우리가 좀더 안전한 지면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는 우리와 여러면에서 닮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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