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와인에 달아올라 옛거리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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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25 09:02:17
  • 조회: 11161
‘신의 물방울’이란 와인을 소재로한 일본 만화 덕분에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와인 이름과 포도밭, 경작지 등을 알아두려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 하지만 부르고뉴에서 그윽한 와인의 향과 다채로운 음식을 맛보면 ‘신의 물방울’과 ‘인간의 땀’이 선물하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에 취해 “역시 부르고뉴!”란 감탄사가 나온다.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인은 단 한가지 포도로만 담그는게 특징이다.술만큼 음식도 발달해 육류요리는 물론 그 흔한 빵과 치즈의 맛도 독특하다.
부르고뉴 지방은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곳. 2만5000ha의 포도밭이 5개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샤블리, 오세루아, 코트 드 뉘, 코트 드 본, 코트 샬로네즈, 마코네 등 100여곳의 포도밭과 우리나라 슈퍼만큼 포도주 가게가 즐비하다. 와인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부르고뉴 지방은 매력적인 곳이다. 쇠고기, 닭고기 요리 등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알아주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며 예술과 건축의 고장이기도 하다.

▲신의 물방울, 부르고뉴 와인을 즐기는 법
부르고뉴 와인은 단 한 가지 종류의 포도로만 술을 담그는 것이 전통이자 특징이다. 1395년 부르고뉴 공작 필리프가 그루당 수확량이 많지만 가메란 포도 품종을 전부 뽑아버리라는 명령을 내린 후 피노 누아(Pinot Noir)란 품종만을 재배하도록 했고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12세기에 신비주의적인 신학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베르나르두스의 명에 의해 부르고뉴 코트도르에 거대한 수도원이 건설되었다. 프랑스의 자랑인 와인의 명성은 수도사들 덕분이다. 착한 수도사들이 새벽부터 밤늦도록 척박한 밭을 하나씩 개간하면서 포도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직접 엄청난 크기의 절구에 빻고 통에 담그면서 품질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자료를 보면 수도사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죽도록 일했는데도 통자루 같은 옷만 입고 남루한 창고에서 잤다. 그러면서도 수도사들은 오랜 기간 대지와 호흡하면서 땅 등 환경을 뜻하는 ‘테루아르’의 우열을 구분했다. ‘가장 높은 언덕에서 난 와인은 교황을 위하여, 중간에 있는 언덕에서 난 와인은 추기경을 위하여, 아래에 있는 밭에서 난 와인은 주교들을 위하여’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포도밭의 위치는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수도사들은 포도밭을 관리하기 위해 울담을 쳤는데 포도주 이름에 등장하는 ‘클로(clos)’란 울담을 친 밭이란 뜻이다.
요즘 최고경영자(CEO)들은 사업뿐만 아니라 와인 스트레스에도 시달린단다. 최근 와인 열풍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는 물론 평소 대화에도 와인 이름 몇개는 외우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와인전문가들도 부르고뉴 와인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밭마다 붙어있는 이름, 수많은 생산자의 이름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클로 드 부조’란 이름의 포도밭에서는 무려 80명 정도의 다른 생산자들 이름으로 와인이 나온다. 값비싼 포도주의 대명사인 로마네 콩티처럼 생산자가 한 군데에서 밭 하나를 통째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라벨에 ‘모노폴(Monopole)’이라고 표기하곤 한다. 이 부르고뉴에는 로마네 콩티를 비롯해 부조, 부드레 샹베르탱, 모레 생드니, 생볼 뮈지니, 뉘생 조르주 등의 와인 애호가들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눈이 반짝거리는 명품 와인들이 생산된다.
부르고뉴 와인을 체험하려면 4가지 와인 루트나 포도원들, 와인 저장소들을 취향에 맞게 갈 수 있다. 와인 초보자들을 위해 미리 신청하면 부르고뉴 와인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을 종류별로 시음할 수 있는 시음장들도 많다. 아로마, 부케 등 와인의 전문적인 표현은 모르더라도 와인을 입안 가득 품었다 내뱉고 혀와 목에 남아 있는 맛을 느낌대로 표현하면서 와인의 종류를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와인전문가들은 “딸기밭 한가운데서 햇살이 내리 쬐는데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첫사랑 초등학교 동창과 다시 만났을 때의 가슴 설렘과 훈훈한 마음…” “새콤달콤한 사탕이 입안 가득하다가 끝에는 시가 맛이 남는…” 등 서정적인(?) 표현을 쓰기도 하고 세계 최고의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아스팔트 맛’ 등의 난해한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스팔트나 흙 맛을 보려면 왜 비싼 와인을 마시나?”란 생각도 들지만 와인은 남들의 평가나 가격보다는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이 최고란다.

▲음식의 천국 부르고뉴
술이 발달된 지역에는 당연히 음식도 유명하다. 프랑스는 어느 곳에 가나 최고의 빵과 치즈를 맛볼 수 있지만 부르고뉴 지역은 특히 쇠고기, 닭고기, 토끼고기 등 고기류와 함께 달팽이 요리, 달걀요리, 그리고 겨자인 머스터드가 유명하다.
뵈프 부르기뇽이란 이름의 요리는 레드 와인 소스가 가미된 쇠고기 요리로 포도주에 재워둔 쇠고기찜 같은 음식인데 우리 입맛에는 조금 짠 편이지만 꼭 먹어볼 만하다. 토끼고기 역시 프랑스 요리의 명물인데 “어떻게 그런 귀여운 토끼를?”이란 편견 없이 먹으면 닭고기와 비슷하다. 또 향료가 들어간 빵인 팽데피스, 에프와스 치즈, 샤롤레 쇠고기, 코코뱅이라 불리는 닭고기 요리들이 대부분의 식당에서 즐길 수 있다. 유로화가 비싸 미셀린 평가를 받은 최고급 레스토랑에는 못 가더라도 어지간한 식당에서 일정한 수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겨자도 이 지방의 명품. 단순한 겨자가 아니라 각종 재료와 섞어만든 겨자를 도자기로 만든 병, 유리병 등에 담아 판매하는 겨자전문점들이 많고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겨자와 치즈를 섞어만든 겨자치즈는 가격에 비해 정말 맛있지만 오랜 여행길에 싸들고 오기 힘들어 아쉬웠다. 여러가지 빛깔의 초콜릿과 과자류도 빠질 수 없다. 고급레스토랑에 가면 입맛을 돋구는 식전주에서 시작, 마지막 초콜릿과 쿠키까지 12코스의 요리를 선보인다. 너무 맛있어 성급히 먹다가는 나중에 후회하거나 배가 불룩하게 나올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부르고뉴의 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살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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