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삐딱하게 봐봐, 재밌잖아”[본업은 가수 ‘재미스트’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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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21 09:21:08
  • 조회: 763
이 남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데뷔 후 40년 가까이 되도록 히트곡도 거의 없지만 ‘원로가수’ 대접을 받고, 지금은 화가·조각가로 전시회까지 개최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만능엔터테이너’라는 말로 한정짓기에 그의 활동영역은 넓다. 본업이 가수인 조영남씨(64) 이야기다.
그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지난 연말 MBC 연기대상 라디오 신인상(‘지금은 라디오 시대’ MC)까지 탔다. 자신의 젊은 시절 연애담과 이혼 등 바람사(史)를 담은 ‘어느날 사랑이’란 책은 지난해 11월 출판인회가 주는 ‘이달의 책’으로도 선정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디너콘서트는 티켓이 일찍 매진되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점심 공연까지 했다. 조만간 고 백남준씨의 부인과 함께 조각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각종 설화와 스캔들로 익숙한 그가 노년이라고 해도 항변 못할 60대 중반의 나이에 인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인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누리는 비결은 뭘까. 그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성공에는 재수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말 ‘재수’가 그의 성공을 가져온 전부였을까.

-그림, 음악 등 다방면에 재능이 있어서, 여러 면에서 각광 받는 것 같다.
“재수가 중요해. 이번 디너쇼도 나훈아씨가 디너쇼를 안한 덕분에 내가 특혜를 봤지. 나이 들수록 그림 값도 오르고 활동도 활발해지니 진짜 재수가 좋은 사람 같다고 ‘재수교’ 만들어 교주하라는 권유를 받는다니까.” (그의 사주팔자가 궁금했지만 부모님이 주장하는 그의 출생 연도가 1944년생, 1945년생으로 달라 정확한 사주를 모른단다)

-재수가 전부인가요?
“하여튼 내가 남들보다 ‘잘 사는’ 사람으로 분류되는 결정적 이유이자 비결은 ‘재미’라고 생각해. 난 재미스트야.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게 신념이야. 아주 사소한 일에서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해. 요즘 내 취미가 단추 사는 거야. 평범한 셔츠나 재킷의 단추만 바꿔달아도 삽다리패션이 파리패션으로 변하거든. 동대문시장 단추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단추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 겨우 몇 천원으로 어디서 이런 짜릿한 재미를 느끼겠어. 또 10년 전부터 바퀴 달린 신발을 신는데 돈 들여 대관령까지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스키 타는 느낌을 즐길 수 있지. ‘60대 노인이 체통없이 바퀴신발을 신고 다니니 한심하다’는 재래식 관념에 젖었다면 이런 재미는 못 느끼지. 유치하다, 어린애 같다는 게 욕이 아니라 최대의 찬사라고 생각해.”

-‘재미’의 정의가 뭔가. 짜릿한 재미만 찾다가 인생을 망친 이들도 많은데.
“재미는 일상을 약간 삐딱하게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해. 그런 역발상이 창의와 예술의 원천이지. 난 재미를 위해 본능적으로 사물을 각도가 다르게 보려고 해. 서울대 음대생이 유행가를 부른다거나, 유치한 화투로 그림을 그리거나, ‘딴따라’ 주제에 친일이나 현대미술에 관련된 책을 쓴 것 등등이 다 삐딱한 일들이지. 덕분에 난 우리 사회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지.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하건 ‘조영남이니까’라고 그냥 웃어 넘겨주는 라이선스. 일종의 포기에서 나온 허가증이긴 하지만….”

-재미로 포장되었지만 치밀한 전략이 엿보인다.
“맞아. 난 전략적이야. 대중들은 스타의 신비함과 예술가의 순교자적인 삶을 기대하지. 난 연예인이지만 운신하기 좋을 만큼만 유명세를 누리려하고 평소 이혼이나 실수담 등을 솔직히 털어놔서 무슨 언행에도 의혹을 사거나 실망했다는 말은 안 들어. 그리고 한 우물만 파지 않고 여러 군데 우물을 팠지. 가수지만 그림 그리고 글도 쓰고 토크쇼 진행도 하고. 젊은 여성들이 나와 안 놀아주면 밤에 혼자 그림 그리고 글쓰니까 망신 안 당하고 돈도 벌었지. 젊어서 여러 우물을 파두니 노년이 즐겁네.”

-나이드는 게 두렵지 않은가.
“뭐가 두려워? 최악의 상황은 가난과 병드는 거잖아. 아버지가 40대 후반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누워지내셨어. 만약 내가 쓰러지면 그 상황을 받아들여 환자로 살면 되지. 또 늙는 것도 특권이야. 노래를 못 불러도 ‘늙으니까 소리도 안 나오네’라면 되고 실수해도 ‘내가 늙어서 그래’라고 핑계를 댈 수 있지. 그래도 뭔가 자꾸 매달리고 미련을 갖는 게 추해보여서 매일 미련의 꼬리를 자르려고 노력해. 하지만 아직도 내가 늙었다는 실감이 들지 않아. 특히 젊은 여자들이랑 있을 때는 내가 그 여자 또래처럼 느껴져서 기분 좋아. 삶의 재미를 더이상 못 느낄 때는 자살할 거야.”
-연예인 중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집(100억원 정도)에 살고 있다. ‘내 마지막 순간을 지킨 여성에게 유산으로 주겠다’던 유언은 유효한가.
“수정했어. 두 아들이랑 은지(입양한 딸), 그리고 마지막 여자에게 4등분해 줄거야. 누가 될지 모르지만 정말 근사한 사랑을 해보고 죽는 게 소원이야. 이왕이면 젊은 여자면 좋겠는데….”

-그래도 ‘회한’이 있다면.
“이혼 후 두 아들이랑 소원해진 거지. 집 나온 아빠로서 내 입장을 변명하고 싶어도 애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참았어. (그의 모든 점퍼 윗주머니에는 두 아들의 생일이 수놓여져 있다. 가장 만취한 날도 2년 전 뉴욕에서 아들이 애인을 소개시켜준 날이란다). 살면서 욕도 먹고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후회하거나 투덜거리기엔 내가 받은 축복과 혜택이 너무 커. 재수 좋은 사람이 틀림없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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