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턱 낮은 돌담을 따라 그냥 걸어도 좋았다[창평 한옥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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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조규봉 기자 / 순천·광양 교차로 취재팀
  • 08.01.21 09:15:02
  • 조회: 11131
아무 생각없이 그저 턱 낮은 돌담을 따라 그냥 걸어도 좋았다. 밤새 내린 눈 사이로 고드름이 얼고, 그것을 타고 맑고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사색에 빠져도 당연 행복했다.
이런 고요한 곳에서의 카메라 셔터 소리란 자칫 돌담너머 인가(人家)에 민폐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밤새 내린 눈이 햇볕 사이로 녹아떨어지는 소리에 묻어가길 바라며, 창평 한옥마을 돌담과 돌담 사이를 오가며, 한참을 걷는다.
그리고 한 컷 한 컷 오려 붙이듯 찍은 렌즈에 그곳 풍경을 담아도 보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에게 인사도 건네 본다.
“어디서 왔소? 케비씨서 찰영 나왔능게비네. 먼저번에는 서울서 카메라 들고 사람들이 몽창 왔었는디, 내동 그사람들이 또 왔는가?.”
이미 이곳을 다녀간 취재진들이 꽤나 됐었나 보다. 이 동네 김막심(창평면 삼천리, 67)할머니는 일단 큼지막한 카메라를 보자마자 말 걸 틈도 없이 어디선가 취재를 나왔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넌지시 “옴매 한마니, 이짝에 사람들 많이 찾아 왔는갑네잉”하고 여쭸더니, 할머니 또 대뜸 하시는 말씀 “시방 눈이 그쳐서 암실타 안하제, 그저께는 눈 핑핑 오는 디 어디서 고케 많은 사람들이 왔능가. 관광뻐스 대절해서 헙신도 왔어”하며 구성진 사투리 한판 걸팡지게(?) 쏟아 내신다.
막심 할머니의 사투리를 분석해 보니 일단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이곳이 명소라 하여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임은 분명했다. 애써 나선 걸음질이 헛되지 않아 다행이다. 여튼 이제 본격적으로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얼마 되지도 않은 그곳 돌담길 사이로 발길을 재촉한다. 그리고 막심 할머니의 구성진 사투리의 한옥마을 설명을 뇌리에 담고, 이골목 저골목 진대(?)를 피해 걷기 시작했다.

황토벽과 흙담 사이길
돌담은 그 옛날 흙돌이었다. 그 위로 넝쿨은 아직 눈 이불을 덥고 늦잠을 청하는 중이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그 옛날, 아니 아직도 서남해안 오지에 가보면 다소 보이는 것이 그곳에도 있었다. 바로 활죽대(지역방언?표준말:잘 휘는 대나무)를 이용한 황토벽이 그것이다. 활죽대 황토벽은 활죽대를 이용, 사이사이 빗살을 만들고 가실(?) 끝낸 볕 짚을 썰어 황토와 섞어 진이긴 다음 적당히 반죽된 그것을 활죽대를 이용해 만들어 놓은 벽 사이사이에 공기 셀 틈 없이 바른다. 하지만 황토벽과 흙돌담 군데군데에는 시멘트로 보수한 자국이 보여 약간 부자연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여튼, 시선 두는 어느 곳도 생각이 멈추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눈 쌓여 녹는 돌담길 옆은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그렇게 한바퀴 쉬이~ 돌아보니 한 다름이면 돌아볼 그곳을 무려 1시간 남짓을 걸었다. 걷고 걷다 보니 또 김막심 할머니를 만날 정도로 좁았다. 막심할머니는 햇볕 잘 드는 흙집 옆에 간다고 했다. 아마도 또래 친구들이 모이는 곳이나 보다. 흙집 기둥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막심할머니와 그의 친구들에겐 이 겨울 아주 쏠쏠한 재미거리겠단 생각을 끝으로 그곳의 여정을 마쳤다.
한편 지나가는 그곳 마을 주민에게 들은 얘기인데, 창평면에서는 그곳 한옥마을을 관광지하여 부흥시키려는 의욕은 있으나, 아직 관광지화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한옥마을 곳곳에는 폐가가 된 한옥집도 다수 보였다. 만약 아무도 옛것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한옥마을을 돌보지 않는다면 폐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였을까. 그곳을 빠져나와 돌아오는 길 자꾸만 막심할머니 얼굴이 눈앞에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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