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서정적 노랫말로 세상과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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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15 09:07:49
  • 조회: 398
>> 조동진 ‘조동진’

1980~90년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대부 조동진은 저항적인 이미지보다는 삶을 관조하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세상과 교감하는 음유시인이다.
그의 노래는 마치 계절의 낭만과 자연의 향내가 그윽한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김민기, 한대수에게 필적할 만한 음악적인 역량에도 불구하고 금지의 흔적에 무게를 부여하는 우리 대중음악계의 특이한 현실은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인색했다. 하지만 80년대를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시대로 새긴 그는 일관된 음악적 삶을 견지해온 흔치 않은 거장급 아티스트다.
66년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주류 무대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어 ‘기인’으로 비쳐졌다. 가수보다는 기타리스트, 작곡가로 12년의 야인생활을 보낸 그의 음악 뿌리는 록이다. 66년 미8군 록밴드로 음악을 시작해 록그룹 ‘쉐그린’과 ‘동방의 빛’ 리드 기타리스트와 작곡가로 활동한 것을 빼고는 가수로서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본격적인 대중 활동보다는 자신만의 음악세계 구축과 내공 연마로 지난한 세월을 보냈기 때문.
그의 대기만성은 과묵하고 나서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 하지만 주류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음악세계가 빚어낸 예정된 결과였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의 노래는 사실 부르기 쉽지 않다. 송창식, 양희은, 서유석, 김세환 등 동시대 최고의 가수들조차 그의 노래에 온전한 소화력을 발휘하질 못했다. 결국 스스로 해결사로 나서야 했다.
음악을 시작한 지 12년 만인 78년. ‘동방의 빛’ 멤버들과 함께 데뷔 음반 녹음에 들어갔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마저도 음악적인 야망보다는 경제적 궁핍이 더 큰 이유였다. 출중한 음악 공력으로 다져진 강호의 숨은 고수가 발표한 79년 첫 음반의 완성도는 이미 신인가수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총 10곡의 수록곡 중 김세환의 활동 금지로 묵혀진 타이틀 곡 ‘행복한 사람’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다. 또한 하나같이 주옥 같은 노래로 아롱진 앨범은 81년까지 연속적인 재반 제작으로 이어지며 30만장 판매의 ‘대박’은 물론 가수 조동진의 화려한 탄생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1집을 기폭제로 오랜 야인시절에서 벗어난 조동진은 신중현 이후 처음으로 ‘음악사단’의 사령관으로 군림하며 8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목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뗐다. 하지만 인기가수의 출세작쯤으로 당신이 이 앨범을 평가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거다.
이 앨범은 80년대 ‘언더그라운드 가수’라는 하나의 장르를 거센 흐름으로 대중에게 이슈화시킨 70~80년대 음악의 분기점을 그은 이정표였다. ‘행복한 사람’ ‘작은 배’ ‘겨울비’ 등 수록된 거의 모든 곡들은 이 앨범을 불멸의 명반으로 추앙받기에 필요한 충분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화학 작용시켰다.
사실 조동진 음악의 지독한 단순 미학은 ‘졸립다’는 혹평과 ‘복잡하고 심오한 명상적 세계와 맞닿아 있다’는 찬사를 동반한다. 단순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지루한 분위기에 흥을 느끼지 못하는 대중과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미묘한 감정의 실오라기 느낌까지 정교하게 풀어내는 그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공감하는 대중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던가.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심오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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