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형은 뭔가 이상해 동생은 너무 평범해[하모니 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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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08 09: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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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돌아왔다. 크림색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곱게 하고선. 아래턱이 조금 튀어나온 얼굴선, 가느다란 콧날, 눈초리가 처진 쌍꺼풀진 눈 모두 그대로인데, 머리는 허리까지 길러 갈색으로 물들이고 굽슬굽슬 파마를 했다.
이야기는 7년전 집을 나갔던 형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 10여년 전부터 이슈로 떠오른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TV드라마에서 동성애코드를 이용할 정도로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막상 이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히비키네도 마찬가지다. 히비키네 아빠는 인생의 목표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믿는 성실한 회사원이고 엄마는 마당과 울타리에 예쁜 화분을 키우며 과장된 웃음을 흘리며 요리교실을 다니는 주부다. 오로지 앞만 보며 인생을 살아온 엄마 아빠에게 고3때 집을 나간 형은 인생의 낙오자다. 때문에 이들은 히비키가 공부 잘하는 아이로 커주길 바랐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척 보이지만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균열은 형의 등장으로 점차 표면화된다. 3주만 머물다 가겠다는 형의 부탁에 엄마는 “너도 우리 자식이다. 자식이 엄마 아빠 집에 있겠다는데 안될 리야 없지” 하고 수락하지만 사무적인 수준에서 형을 대할 뿐이다. 그에 비하면 차라리 “그런 꼬락서니는 당장 집어치워라. 평범한 모습을 하란 말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가 더 솔직하다. 엄마는 완벽한 가족인 척 굴며 밥상을 차리지만, 형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게다가 형이 목욕하고 나오자 꺼림칙하다며 욕조를 박박 닦기까지 한다.
형과 무관하게 히비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었다. 명문 중학교에 다니는 히비키는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다. 지금 이렇게 공부 걱정을 하며 사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면 아득하기까지 하다. 바로 그 무렵 나타난 형은 여장을 하고 업소에 나가 춤을 추지만 외부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일상의 미세한 소리들을 모아 멋진 음악을 만드는 취미도 갖고 있다. ‘형이 나보다 나아 보인다. 훨씬 즐거워 보인다. 평범한 인생에서 탈락했는데도 말이다.’
‘평범한’ 인생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어느날 날아온 히비키의 성적표로 인해 커진 가족간의 갈등은 여장남자 동성애자인 유이치 형마저도 지난 7년간 끊임없이 가족의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고 고백하면서 화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소설은 애초 형을 이해하지 못했던 히비키가 점차 형을 이해하게 되고 형이 집주변에서 채취한 소리들로 만든 음악을 들으면서 공감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부조화스러운 듯 보이던 여장남자 형과 명문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은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결국 ‘하모니 브러더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담담한 시선으로 동성애자인 유이치를 그려내면서, 청소년들에게 평범한 인생과 정상·비정상의 경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던져준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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