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새해 첫날 ‘만두 한입 행운 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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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07 09:59:38
  • 조회: 434
드디어 왔다. 2008년이다. 하도 오래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이 숫자를 들어와선지 새해가 왔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예정돼 있던 것이, 다시 말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2008년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중국이 아닐까 싶다. 베이징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던 순간부터 13억 중국인은 이날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손꼽아 기다리던 축제의 새해를 맞이했다.
사실 음력 춘제(春節)를 진정한 새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1월1일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원단(元旦)이라 부르며 휴일 정도로 지내는데, 올해는 달랐다. ‘올림픽의 해’로 접어드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재야의 카운트다운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2008년으로 들어서는 것이 곧 올림픽의 시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베이징의 분위기는 들떠있고, 사람들의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하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에 먼저 축제를 준비했던 우리도 이랬을까 싶을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자고로 잔치에는 풍성한 음식이 따르는 법. 서울올림픽 때는 김치와 비빔밥으로 세계 손님을 맞이했고 도쿄올림픽에는 회와 초밥이 있었다. 그렇다면 베이징올림픽은? 중국 요식업 협회는 베이징 오리구이, 볶음밥 그리고 자오즈(餃子)를 올림픽 3대 음식으로 선정했다.
“그렇지, 이게 빠지면 안 되지.”
베이징에서 생활하면서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자오즈, 즉 교자(餃子)다. 물만두처럼 반달 모양으로 생긴 만두 종류를 말하는데 우리가 설날에 떡국을 먹듯이 중국 북방지역에선 이걸 먹는다.
돌이켜보면 나도 어렸을 적에 새해 첫날이면 떡국과 함께 만두를 먹었다. 평양이 고향이신 엄마와 외가 식구들은 새해 아침에 먹을 만두를 빚기 위해 전날부터 모였다.
“만두가 어케 이리 몬난네. 잘 빚어보라.”
외할머니의 감독 아래 손자손녀들도 조막만한 손을 조몰락거렸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상위에 놓이기가 무섭게 제가 빚은 것을 찾느라 서로 덤벼들었다. 지금도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다.
마음 깊은 곳에 묻혀있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은 의외로 베이징에서였다. 몇 해 전 섣달 그믐날 중국인 친구의 전화를 받고 집에 찾아갔더니 식구들이 전부 모여 자오즈를 빚고 있었다. 그들 속에 끼어서 함께 하다가 20년 넘게 중국 최고의 시청률(90%가 넘는단다)을 고수하고 있는 TV프로그램 ‘춘절만회’를 시청했다. 그리고 밤 12시에 카운트다운 의식을 지켜보면서 방금 쪄낸 자오즈를 한 상 가득 차렸다. 그때부터 새해의 첫 식사가 시작되는 거다. (마치 국민 행동 지침이라도 되는 것 마냥 어느 집이나 패턴이 거의 똑같다.)
재미있는 점은 만두를 빚을 때 무작위로 사탕, 동전 그리고 땅콩을 넣는 것이다. 사탕은 아름다움, 동전은 재운 그리고 땅콩은 건강을 상징한단다. 산처럼 쌓인 자오즈 속에서 어떤 것에 무엇이 들었는지 어찌 알까? 다 먹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 운이라는 거다.
사탕은 뜨거운 열에 녹아 형태가 없지만 다른 것에선 맛 볼 수 없는 달콤함이 났다. 아뿔싸. 기대도 하지 않았던 행운 하나가 초반에 걸려들면서 엉뚱한 전투력에 불이 붙고 말았다. 어찌 행운을 기다리고만 있겠냐며 동전 자오즈에 도전하기로 한 것. 그런데 그게 만만치 않았다. 얼마나 먹었을까. 먹다 먹다 지쳐 포기를 선언하려는데 이에 딱딱한 게 걸렸다. ‘흐흐흐…. 찾·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베이징에서 자오즈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민간 풍속까지 경험하긴 힘들겠지만 그들 모두에게도 세 가지 행운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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