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그는 전천후다[가족뮤지컬 ‘피터팬’의 웬디가 아닌 피터팬 배우 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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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03 09: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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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피터팬, 밤에는 세리…. 문혜영은 1월5일부터 공연될 가족뮤지컬 ‘피터팬’ 연습에 한창이다. 밤에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나루아트센터로 달려간다. 연말까지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하드락 카페’에서 세리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피곤에 지칠 법한데 얼굴은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사실 피터팬 역할, 알고서는 못해요. 티도 나지 않는 온 몸의 상처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걸음걸이 하나, 말씨 하나 모두 개구쟁이 남자 아이처럼 해야 하니 자세에 힘도 많이 들어가고요. 후크 선장 악당들과 칼 싸움 하는 장면도 보기보단 어려워요. 여배우가 좋아할 만한 역할은 결코 아니죠.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저 아니면 할 만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하하.”

지난 5월 ‘피터팬’ 공연을 끝내고 마음이 뿌듯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함께 만족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애걔! 여자잖아.” 공연이 끝난 후 주인공과 사진촬영을 하려고 길게 줄을 섰던 아이들은 막상 가까이에서 본 피터팬이 여배우임을 알고는 놀랐다는 반응이었다. 어린이 관객들에게 그날의 피터팬이 화제작 ‘아이다’의 주연 배우이었음은 관심 밖의 일이었을 것이다.
“제가 현재 톱 중의 톱은 아니지만 목표가 톱 배우이고 욕심이 거기에 있었다면 아마도 피가 말랐을 거예요. 연습장이든 무대에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찬사 중 최고는 ‘넌 전천후 배우야’이죠.”

명지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MBC합창단에서 1년6개월간 활동했다. 뛰어난 가창 실력으로 가수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노래와 연기를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자신이 어려서부터 막연히 꿈꿔오던 것임을 알고 춤과 연기를 배우며 준비했다. 5남매 중 막내로 전북 익산이 고향. 아버지는 군인이셨다.
1998년 데뷔작 뮤지컬 ‘광개토대왕’을 비롯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맘마미아’ ‘명성황후’ ‘지하철1호선’ ‘하드락 카페’ ‘둘리’ ‘아이다’ 등 지난 10년간의 출연작은 다양하다. 어느 것 하나 덜컥 맡게 된 작품은 없다. 작품마다 얽힌 사연은 며칠밤이 모자란다. 가장 “내 얘기다”싶어 애착이 가는 배역은 ‘하드락 카페’의 세리. 작품 속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일하는 세리는 클럽쇼의 주인공 킴을 부러워하며 언젠가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주방 보조원이다.
“세리의 대사에 그런 말이 있어요. ‘킴은 예뻐서 사람들이 좋아하나?’ 비슷한 심정을 느낄 때가 많았죠. 세리 얘기를 할 때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해요.”

얼굴은 웃고 있는데 금세 눈물이 가득 고였다. 라이선스 대형작 ‘아이다’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를 상기하는 듯했다. 오디션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가수 옥주현과 더블캐스팅될 또 한 명의 스타를 점쳤지만 무명의 앙상블에 지나지 않던 문혜영이 뽑히자 뮤지컬계가 들썩였다. 문혜영은 해외 스태프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주연을 따냈다.
2004년 ‘맘마미아’ 초연에서 앙상블로 3개월간 공연을 마치고 난 후 맡은 배역이어서 더욱 감회가 컸다. ‘맘마미아’ 오디션 당시에는 딸 소피 역에 응시했지만 앙상블로 무대에 섰다.

“오디션을 볼 때가 ‘지하철1호선’을 막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어요. 창녀인 걸레 역을 하느라 삭발을 했었는데 머리가 짧아 가발을 쓰고 오디션에 갔죠. 아무래도 삭발 머리가 여배우의 이미지에 부담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춤추고 노래하면서 가발이 벗겨졌어요. 가창 실력이 아까우니 앙상블을 맡으라고 하더군요. 그때가 서른살을 앞두고 저 스스로 무언가 성과가 있을 시점으로 생각했던 때라 다시 앙상블로 돌아가 무대에 서는 제 자신이 싫었죠.”
하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문혜영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아이다’ 공연 때도 어려움은 많았다. 공연 내내 몸과 마음의 고생이 심했다. 공연 초반 심한 스트레스로 목에 결절이 4개나 생겨 말하기도 힘든 상황까지 갔다.

“목이 안 좋은 것을 들키면 무대에 안 세울 것 같아 혼자 애태우며 한달 넘게 치료 받으면서 무대에 섰어요. 신기하게도 무대에선 노래가 나왔어요. 말할 때는 가라앉은 쉰 목소리여서 한 달간 말도 안하고 혼자 밥 먹으면서 지냈죠. 그 때 무명으로 발탁된 사람은 저 혼자였기 때문에 더 많이 외로웠고 심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어요. 분장을 하면서 울고, 공연이 끝나고 분장을 지우면서 또 울고, 아무튼 한평생의 눈물을 앞당겨 흘렸을 거예요.”
노래 한 소절, 대사 한마디씩을 늘려가며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는 문혜영. 지금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객석 위를 훨훨 나는 피터팬의 플라잉 액션 연기다. “겁이 많아 놀이기구도 못탄다”는 그녀는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싶을 만큼 무섭기도 하지만 신나하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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