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삶을 풍류처럼 누린 ‘지혜자’[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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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1.02 09: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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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석달간 경향신문 섹션에 주2회씩 연재됐던 장편소설 ‘위화’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989년 재야사학자 박창화씨가 필사본으로 공개한 뒤 역사학계에서 격렬한 진위 논란을 빚어온 역사서 ‘화랑세기’ 가운데 초대 풍월주(화랑의 우두머리)인 위화의 삶을 그렸다. 위화는 비처왕-지증왕-법흥왕-진흥왕 시대에 걸쳐 살았던 인물이다. 연재 시작 당시 작가 김정산씨는 “화랑세기의 진위와 상관없이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관계의 원형과 풍류에 내포된 참살이(웰빙)의 지혜를 주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작가 자신이 미드(미국드라마) 형식이라고 부른, 에피소드식 구성으로 26장(단행본은 27장)을 나눠 보통의 역사소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소설은 위화의 누이동생 벽화가 칠순인 비처제의 눈에 띄어 황후가 되면서 시작된다. 벽화는 첫사랑 때문에 입궁을 망설이지만 위화의 조언으로 황후가 되고, 비처제와 사별한 뒤에는 아들뻘인 원종(뒷날의 법흥왕)과 맺어진다. 위화는 원종을 비롯한 마복칠성(왕의 양자들)과 교류하는 가운데 품성과 인격이 깊고 성숙해져 귀족과 평민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풍류가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러던 중 법흥왕의 황후인 오도를 사랑하면서 왕의 미움을 받아 모든 권력을 잃고 고난의 세월을 겪게 된다. 그후 오도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옥진이 법흥왕의 황후가 됨에 따라 다시 원래의 위치를 찾는다. 그러나 위화는 부귀영화보다 세상의 이치를 밝게 보는 지혜로운 원로로서 활약을 펼친다. 법흥왕이 죽은 뒤 왕통을 잇는 과정에서 오도가 낳은 아들 대신, 법흥왕의 딸인 지소태후의 아들(진흥왕)이 왕이 되도록 조언하는데 이에 감복한 지소태후가 ‘위화를 따르는 무리들’이란 뜻에서 화랑도를 만들어 그의 풍류를 기리게 된다.
‘위화’의 중심은 위화와 신라 왕실에 있지만 그 외에도 신라인들의 생생한 삶이 그려진다. 한때 위화가 사랑했던 기생 수련은 돈만 아는 여인이었으나 나중에 인생의 참맛을 아는 부인으로 바뀐다. 위화의 멋에 끌려 그를 돕던 손부자와 그의 큰딸도 무조건 재물을 아끼는 대신 풍족하게 쓰면서 자신을 대접하는 법을 깨우친다. ‘너무 깊은 남의 비밀은 모르는 것이 좋다’ ‘사람의 크기는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려움에 처하면 사람을 얻는다’ 등은 이 소설이 전하는 삶의 지혜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복잡한 결혼관계는 책의 뒤에 실린 가계도를 보면서 짚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따라가다 보면 1400여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우리와 통하는 신라인들을 만날 수 있다. 나아감이 있으면 물러날 줄 알고, 열정에 빠지는 한편으로 자신을 관망할 수 있는 폭넓은 시야와 삶의 여유를 갖자는 게 위화의 가르침이다.
고구려·백제·신라의 통일과정을 그린 대하 장편소설 ‘삼한지’(10권·예담)를 발표했던 작가 김씨는 삼국시대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는 가운데 화랑세기를 만났다. 그 시조인 ‘위화’를 소설화한 데 이어 ‘사다함’(5대)과 ‘문노’(8대)의 삶을 엮어 소설 ‘화랑세기’를 완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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