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역사를 잃은 도시는 천박하다”[‘주거로 읽는…’ 펴낸 손세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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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2.31 09:29:07
  • 조회: 648
피렌체와 베네치아. 두 도시의 매력은 바로 낡은 벽돌건물과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골목길에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살아숨쉬는 사람들의 흔적이 전 세계의 여행자를 끊임없이 매혹한다.
건축학자 손세관 중앙대 교수(53)가 두 도시에 매혹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도시는 주택이라는 작은 세포와 길이라는 핏줄이 모여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건축적 측면에서만 도시를 바라볼 수는 없죠. 도시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간 삶의 양태가 반영돼 있습니다.”
30여년간 도시조직과 주거환경의 상호관계, 동서양의 주거문화 연구에 진력해온 손교수는 최근 ‘주거로 읽는 역사도시의 기억들’(열화당) 시리즈 1차분을 펴냈다. 4~5년 전부터 염두에 뒀던 기획은 1차분 피렌체와 베네치아 편이 출간되면서 구체화되는 형세다. 앞으로 2년마다 2권씩, 모두 10권으로 동서양의 도시 14곳을 아우를 시리즈는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되고 변화한 역사도시들의 역사와 주거환경, 도시조직을 탐구한다. 베이징과 쑤저우, 교토와 도쿄, 자이푸르와 아마다바드, 페스와 튀니스, 서울 등 고도 외에 파리, 런던, 뉴욕 등의 대도시도 함께 조명할 예정이다.
묵직한 두께의 책은 일반 건축사 책처럼 개개 건물의 형태나 역사를 묘사하지는 않는다. 도시라는 관점에서 도시가 형성된 역사를 살피고, 다양한 주거형태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변화했는지를 살핀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옛 도시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골랐습니다. 로마시대에 시작해 19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한 도시죠. 이탈리아 도시의 80%가 피렌체와 유사한 방식으로 형성·성장했습니다. 그래서 피렌체는 라틴문화권의 주택과 도시조직을 보기에 적당하죠. 그에 비해 베네치아는 워낙 지리적 여건 자체가 특별하고 동서양의 건축문화가 융합된 특별한 서구의 도시라 할 수 있죠.”
비교적 역사의 흔적들이 잘 보존돼 있고 현재도 500~600년 전 지어진 건물의 외부는 고스란히 둔 채, 내부를 수리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도시주거문화의 변천사를 살피기에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이들 도시의 역사와 주거문화를 살피는 데는 유형형태학이라는 방법론이 사용됐다. 사회역사적 과정을 고려하면서 주거유형을 분석하고 이를 도시의 전체 형태와 연관지어 분석하는 방법이다. 손교수는 “10년 넘게 실측분석을 해야 하지만,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이탈리아 학자들이 유형형태학에 의거해 조사한 선행연구자료의 도움을 받았다”며 “역사서술부분이 길어 독자들이 지루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웃었다.
그간 비교적 관심을 끌지 못하던 이슬람문화권의 페스와 튀니스, 힌두문화권의 자이푸르와 아마다바드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슬람의 건축·주거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라고 하면 아프리카에서는 페스를, 중동에서는 바그다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바그다드는 전쟁으로 인해 파괴가 많이 돼서 대신 튀니스를 넣었습니다. 인도의 경우 뉴델리나 뭄바이는 이미 옛 자취가 많이 사라져버렸어요. 대신 계획도시인 자이푸르나 자연스럽게 형성된 아마다바드의 경우에는 고유의 주택들이 많이 남아있죠.”
그에 비해 도쿄나 서울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목조건물이라는 한계와 지나친 개발주의로 인해 역사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 손교수는 고층아파트 일변도의 도시개발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서문에도 썼지만 제 관심사와 더불어 독자들에게 도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강북도심재개발사업 운운하는데, 적어도 강북은 강남처럼 아파트촌이 돼서는 안되겠다, 생각합니다. 도시가 역사를 잃게 되면 천박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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