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남을 속이다 나도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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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2.27 09:12:11
  • 조회: 390
▲거짓말의 진화 / 엘리엇 애런슨·캐럴 태브리스|추수밭
‘거짓말.’ 2007년 한국사회를 요약하는 단어 하나를 고른다면 단연 이 말이 아닐까. 유명인들의 학력 위조 연쇄 파문에 권력형 비리로까지 번진 신정아·변양균 사건,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폭로로 불거진 삼성 로비 의혹, 이명박 후보와 BBK와 도곡동 땅을 둘러싼 진실 공방…. 그야말로 온갖 거짓말과 변명과 자기기만이 횡행한 한 해였다.
그런데 ‘그들’, 아니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좀체 시인하지 않는다.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를 앞에 두고도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심지어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 작용하는 심리적 기제가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다. ‘거짓말의 진화’는 바로 이 자기정당화의 심리학에 주목한 책이다.
인간은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와 자기존중감이 충돌할 때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기정당화가 작동한다. 종말론을 믿던 신도들이 예언이 실현되지 않자 하나님이 자신들을 구원했다면서 믿음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보라. 하나로 결합하기로 한 결정을 정당화하던 부부가 나중에 헤어지기로 한 결정을 정당화하거나, 같은 토론회를 보고서도 각 당의 지지자들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자기정당화의 메커니즘은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를 왜곡·비난하고 상대방에게 잘못을 돌리기도 한다. 심지어 기억을 자신의 신념에 맞게 재구성한다. 어린 시절 기억이 사실과 다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유대인 집단수용소의 경험을 기록한 베스트셀러 ‘미완의 유고’를 쓴 브루노 그로스진은 집단수용소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고, 유대인도 아니었다. 나와 너, 우리와 그들로 편을 가르려는 오만과 편견도 자기정당화에 기여하는 요소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들은 이처럼 자기정당화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다양한 실험사례 등을 통해 설명한다. 나아가 자기정당화에 이골이 난 정치가,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고 실험결과를 왜곡한 과학자, 유죄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찰과 검사 등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자기기만의 늪에 빠지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자기정당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기제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은 평생 고민과 번뇌 속에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심코 하는 자기정당화는 우리를 더 깊은 불행 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리의 과오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현실을 왜곡해 문제들을 명확히 평가하지 못하게 한다. 자기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하게 하기도 한다. 처음엔 자그마한 잘못에 대한 자기정당화로 시작했던 것이 점점 더 큰 잘못에 대해서도 적용되면서 우리의 도덕감각을 마비시킨다.
저자들은 이같은 자기정당화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가 반드시 옳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인지 부조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우리의 행동을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듯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한다. 중요한 건 ‘겸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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