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일’에 몸던진 당신…‘꿈’은 있습니까[일…스터즈 터클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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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2.14 09:08:54
  • 조회: 444
34년 동안 돌을 깎고 운반하는 일을 한 51세의 남성은 “돌은 내 삶”이라고 말한다. 그는 석공이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들이 같은 직업을 갖지 않길 바란다. 과거 자신은 어쩔 수 없었지만 세상은 세월과 함께 달라졌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중년의 호텔 전화교환원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애들은 나이 든 사람만큼 일하지 않는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일하기 싫으면 빈둥거린다”고 푸념한다.
그들은 대공황기를 건너온 사람들이다. 대공황 이후 힘든 시기에 ‘일’이란 축복이었다. 그래서 힘든 육체노동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온몸을 던져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경제 침체기를 벗어난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이란 다른 뉘앙스를 표출했다. 책은 1970년 즈음 미국 각계각층 133명이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천태만상을 담고 있다. 중장비 기사, 화장실 관리인, 책 제본가, 매춘부, 보모, 청소부 등 직업군도 꽤 다양하다. 책은 치과의사, 경영인, 회계사 등 화이트칼라 전문직도 다루지만 비중은 미약하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 적어 봐야 자기도취밖에 안된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육체 노동자들이다.
노동자의 군상을 통해 들여다본 70년께 미국 사회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또 당시 미국 서민들의 일에 대한 의식은 어떨까.
누구에게나 일이란 힘들지만 피해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24세의 여자 접수계원은 대학에서 전공한 영문학과 다른 일을 하게 된 것에 화가 난다. 출근이 싫어 아침이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는 그는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이게 가장 괴롭다.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한숨 짓는다. 65세 재즈 음악가는 항상 재즈처럼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클럽무대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죽어 색소폰과 함께 묻힐 때까지 이놈의 색소폰을 계속 연주할 것”이라는 그는 무대가 천직이라 믿는다.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영화 ‘숏컷’이 미국 중산층의 어두운 일상을 다룬 것이라면 이 책은 미국 노동자판 ‘숏컷’쯤 될 것이다. 구술작가로 유명한 저자는 많은 노동자를 인터뷰해 ‘일의 시대상’을 채록했다.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타이어 조립을 담당하는 한 남성은 똑같은 일을 23년이나 했다. 숙련공이라 불리는 그는 자신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니 로봇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는 잠자는 중에도 손을 놀리며 라인작업을 하는 ‘풀 가동’ 기계이다. 일이 족쇄가 된 노동자의 일상은 우울한 인상을 준다. “나는 기계”라고 말하는 용접공, “나는 농기구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날품팔이 이민자, “17년 트럭 운전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며 한숨 짓는 트럭 운전사. 일상이 멈추지 않는 한 이들의 고단한 일도 멈추지 않는다. 일이 이들에게 지우는 절망의 무게는 적지 않다.
하지만 책을 숨쉬게 하고 지탱하는 핏줄은 고통과 불만 속에서 ‘꿈’에 대한 믿음이고, 일에 대한 애착이다. 꿈과 만족감이 없다면 일상적 노동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미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계투요원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다면 성공이라 생각한다”는 말처럼 일은 목적을 향해 무한한 항해를 만드는 그 무엇이다. 37세의 철강회사 노동자는 반복적으로 힘쓰는 일에 지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끔 아무도 몰래 (철강)제품에 흠을 내거나 글자를 새겨넣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일은 명과 암을 가진 이중인격이며 꿈꾸는 노동자는 사뮈엘 베케트 소설에 빗대자면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책은 일이 지닌 원초적 속성을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날것으로 보여 준다.
책이 주는 묘미 가운데 또 하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1970년 즈음 미국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30세의 시카고 경찰은 흑인인데 백인과 파트너가 되어 순찰을 돌 때 서로가 한 마디도 건네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범인을 다룰 때도 흑인과 백인의 잣대가 다르다고 말한다. 또 흑인 파출부는 백인 여자 집주인들 가운데 그녀의 이름을 불러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다시는 무릎 꿇고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당시 미국 땅의 인종차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생하다. 책에는 또 자동차 관련 종사자가 많이 등장한다. 이것은 당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70년대는 산업화의 진전으로 사람의 노동이 기계의 노동으로 대체된, 즉 기계화가 급속페달을 밟은 시기다. 기계화는 노동자의 소외를 가속화한다. 전화국에서, 자동차 공장에서 어떻게 노동자들이 일에서 소외되는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지점에서 미국 노동자의 모습과 한국 땅의 노동자의 현실이 오버랩된다. 오늘날과 책이 출간될 당시 일의 환경은 달라졌지만 일의 원초적 속성은 별반 변한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처럼 한국 노동자의 일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수집한다면 어떤 풍경을 이룰까. ‘일에 몸던지는 당신은 자신의 일에 한번이라도 깊이 되돌아본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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