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어둠, 감춤이 말하게 하라’[마임이스트 유진규의 마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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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2.11 09:10:32
  • 조회: 410
춘천마임축제 유진규 예술감독(55)은 한지와 성냥, 손전등을 들고 나왔다. “특별히 좋아하는 오브제”라고 했다. 빛을 등지고 선 그는 한지 안으로 몸을 숨겼다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한순간 타오르는 성냥빛은 몇 초 동안만 그의 일부분을 비췄다. 거울 앞으로 간 그는 여러 명의 유진규를 보여줬다. “거울 속의 나, 거울 밖의 나, 나를 보는 카메라까지. 눈이 많죠? 재밌는 표현이에요.”
여러 장치들을 사용하지만 그의 마임에서 가장 중요한 오브제는 ‘어둠’이다. 그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몸’을 어둠에 담그고 최소한의 것들만 보여준다. 그는 “빛 속에서는 ‘있는 것’밖에 못보지만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몸을 봐왔으면 됐잖아요. 부분만 보여주면서도 전체를 드러낼 수 있고, 완전히 안 보여주면서도 다 보여줄 수도 있죠.”
1971년 실험극단 에조또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줄곧 ‘다른 마임’을 보여왔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몸의 유려한 움직임 대신 가장 자연스럽고 근원적인 몸짓에 몰두해왔다. 70년대 후반 이후 그의 마임 정신을 관통하는 ‘어둠’의 의미를 발견해냈지만 계속 마임을 하기엔 정치도 사회도 어지러웠다. 그는 81년 시끄러웠던 서울을 떠나 춘천으로 떠났다. 처음엔 소만 키웠지만 그의 마임을 보던 이들은 그가 소만 보도록 두지 않았다. 88년에 다시 무대를 열었다. 그렇게 시작한 춘천마임축제가 올해로 19회, 내년엔 스무돌을 맞는다. 마임에서 출발해 지금은 국내외 다양한 신체극과 무용극,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축제가 됐다.
“2007 한국 마임에서 ‘있다 없다’ 공연을 하고 나오는데 전위예술가 무세중 선생이 그러더군요. ‘여기서 너만 빠지면 마임이더라.’ 그 말씀은 마임에서 그만 벗어나라는 뜻일 거예요. 저는 제가 하는 것이 마임이냐, 아니냐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릴 적부터 해왔던 질문,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그 답을 계속 찾는 거죠.”
그는 “몸은 늘 마음의 부속품처럼 살아왔다”고 했다. “몸을 참 홀대하며 살죠. 몸에는 내가 살아온 기록이 무늬처럼 남아있는데… 몸과 대화할 줄 알아야 해요. 자신에 몰두해서 나만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그러다 보면 자기 몸이 보이죠.” 그는 이런 방법으로 뇌종양도 치료했다. 석 달을 산속에서 명상하고 나왔더니 종양이 사라졌다고 했다. 의사도 설명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생각해보면 종양은 처음부터 내가 만들어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몸은 나만 갖고 있는 고유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몸짱이니 뭐니 ○○○아가는 건 몸을 버리는 거예요.”
어릴 적부터 또래와 어울리기보다 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게 더 좋았다는 그는 ‘선 밖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선이 선명해지는 순간 금세 지우며 그는 ‘말 없는 세계’로 더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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