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여자만의 색다른 실력 또한 男다른 밴드 ‘벨라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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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2.07 09: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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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마피아’는 지하실에서 걸어 올라와 다시 지하실로 내려갔다. 홍대 앞 클럽 사운드 홀릭에서 당산동의 뮤지컬 ‘밴디트’ 연습실까지 무거운 악기를 짊어지고 가면서도 네 여자의 수다는 끊이지 않았다. “음악할 때도 매일 지하실인데 뮤지컬도 또 지하실이네. 우린 언더를 못 벗어나나 봐.” “괜찮아. 우린 아직 젊으니까 지하수 좀더 파도 돼.” 잠깐을 만나도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은 여성 4인조 밴드 ‘벨라마피아’다.
평균 나이 24.5세, 발표한 앨범도 없고 뮤지컬도 첫 출연이지만 연출가 이지나는 “오디션 보고 어디서 이런 보석들이 튀어나왔나 싶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록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인 만큼 라이브 연주를 들려줄 밴드로 캐스팅했지만, 연습기간 동안 이들의 비중은 점점 커졌다. 이정화, 이영미, 소찬휘, 리사 등 쟁쟁한 배우와 가수들이 주연인 무대에서 4명 모두 배우로 연기도 한다. 연기뿐만이 아니다. 전체 17곡 중 ‘꺼져버려’ ‘I’ll be waiting for you’ ‘널 기도해’ ‘벨라마피아’ 등 이들이 직접 만든 4곡이 들어간다. 특히 극의 첫 무대를 이들의 노래 ‘꺼져버려’로 결정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이다.
‘벨라마피아’는 한 기획사에서 처음 만났다. 음악하게 해준다고 들어갔는데 음악은 안 시키고 연예인으로 키우려는 데 반발해 함께 나왔다. 리더 김수진(25·드럼·사진 맨오른쪽)은 “처음엔 ‘인 홍대(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 하는 것도 힘들어서 주변을 뱅뱅 돌았다”고 했다. 현쥬니(22·보컬·사진 맨 왼쪽, 본명이다)는 “연습하다 배고파서 나왔는데 4명이 다 주머니를 털어도 100원도 없던 때가 있었다”며 “그래도 돈은 나중에 벌 수 있으니까 더 고생해서 게을러질 수 없도록 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했다. 중간에 1명이 나가고 베이시스트 이원영(28·왼쪽에서 두번째)이 들어와 작년 4월에야 지금의 멤버가 확정됐다. 실력이 소문나면서 홍대 앞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그룹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이 월드컵 때 시청앞 무대에서 연주하는 이들을 보고 “쟤네 뭐야” 하며 발탁해 자신이 만든 사운드홀릭으로 데려왔다. 구태훈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클럽에 와서 사운드가 약해 잘못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벨라의 무대를 보고 무척 신나게 놀더라”며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여자들이지만 귀로만 들으면 성별을 알 수 없을 만큼 소리의 힘이 좋다”고도 했다. 이제는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정팬까지 생겼고 다른 밴드들이 함께 무대를 만들자고 하는 요청도 많아졌다.
젊은 데다 실력에 편견이 생길 만큼 미모가 뛰어나지만 이들은 음악에 대한 고집과 소신이 질기다. 김수진과 현쥬니, 송은화(23·기타·왼쪽에서 세번째)는 음악관련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모두 자퇴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천상지락’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던 수진은 “감성을 사용하는 방법을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것 같아서 싫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자퇴해 일산지역 밴드연합까지 만들었던 은화는 수석으로 장학금까지 받으며 대학에 합격했지만 “기타가 그만두고 싶을 만큼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주니어 오케스트라로 활동하며 클래식과 밴드생활을 오가다 결국 밴드를 택했던 쥬니도 대학은 하루 만에 자퇴했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힘들게 음악하다 대학에 가면 뭔가 다른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학교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 사그라들게 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선수였지만 키 때문에 배구를 그만둔 원영은 묵직한 베이스 소리에 이끌려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 철학과를 졸업했지만 다시 대학에 들어가 음악을 공부했다.
“편식이 싫다”는 이들은 “어떤 노래를 들어도 벨라를 떠올릴 수 있도록 현존하는 모든 장르를 다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모델도 ‘비틀스’다. 뮤지컬 연습 때문에 하루만 쉬는데 그 쉬는 하루도 클럽공연 준비에 쓴다. 송은화는 “일정을 다 소화하고 나면 녹초가 돼 빨래처럼 처진다”면서도 “공연할 때도 평상시와는 다른 내가 되지만 뮤지컬 할 때도 새로운 인물이 되는 게 좋다”고 했다.
‘벨라마피아’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키득키득 웃었다. “설명하면 ‘아름다운 악당’이라는 뜻인데 그냥… 예쁜 것 같아서 지어놓고 끼워맞췄어요. 음악처럼 저희가 원래 솔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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