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머나먼 남쪽으로 가는 길[리남행 비행기…김현화|푸른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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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2.05 09: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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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탈북이 화젯거리가 되지 않는 시대, 일반인들의 탈북민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유를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난 이들의 절절한 고생담은 웬만한 사연이 있지 않고서는 단 몇 줄의 기사로 압축돼 신문에 실리곤 한다. 두만강을 건넌 이들이 중국 공안과 북한 보안원들의 눈을 피해 한국에 오기까지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고난을 맞닥뜨린다. 이 책은 몇 줄로 요약됐을 어느 가족의 파란만장한 탈북기를 촘촘하게 풀어나간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학교에도 나오지 않는 아이들, 강냉이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노인 등 가난과 식량부족으로 시달리는 함북 회령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석탄 철차 호송원인 아버지 은장도씨와 지난해 도강을 해 이남(남한)에 가려다 마음을 돌려먹고 돌아온 뒤 고초를 겪은 삼촌을 둔 중학생 봉수. 스물여덟 생일을 앞두고 인민탄을 캐러 간 영도삼촌이 그만 막장에 갇혀 죽으면서 아버지 은씨는 그간 석탄을 몰래 빼돌려 마련한 자금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이남으로 가겠다고 결심한다. 궁핍과 억압을 견디다 못한 은장도씨와 부인 김매옥씨, 할아버지 은효만씨, 봉수, 어린 여동생 봉화는 갑작스럽게 고향을 떠나게 되는데….
그저 강을 넘어 중국 남부 쿤밍으로 가서 태국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던 봉수네 가족들. ‘이남행’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도강을 하며 만난 조선족 탈북브로커는 돈에 혈안이 돼 끝내는 이들을 중국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긴다. 순진하게만 탈북을 생각했던 은씨 가족은 쿤밍으로 향하는 길에서 악독한 탈북브로커와 중국 공안에 이들을 신고하는 중국인들, 탈북민을 잡기 위해 파견된 북한 보안원들 등을 수도없이 맞닥뜨린다.
그 과정에서 이들을 돕는 이들이 있었다. 한국인 목사 김정옥씨, 사과를 팔던 중국인 왕씨 노인, 쿤밍까지 갔지만 북에 남겨놓은 동생을 데리러 가기 위해 다시 북으로 향하는 꽃제비 소년 양호가 바로 그들이다. 고생 끝에 봉수네 가족은 중국과 태국·라오스의 경계 찡홍에 다다른다. 그러나 할아버지 은효만씨가 시장통에서 중국 공안에 발각돼 끌려간다. 자식들이 공안에게 발각되지 않게 하기 위해 뒤돌아보지 않은 채 “너희들은 남은 길을 가라” “열심히 걸어가라”고 외치는 할아버지 덕분에 이들은 무사히 이남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소설은 봉수가 북에 있는 친구 금만에게 보내는, 희망에 가득 찬 편지로 마무리된다.
현재 남한에 이주한 탈북민이 1만명을 넘고 많은 수의 탈북자들이 동남아를 떠돌고 있지만, 남한 사람들과 탈북민과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회체제와 문화의 차이만을 탓하기는 어렵다. 소설은 한 가족이 죽음을 무릅쓰고 희망을 잃지 않으며 탈북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들도 똑같이 자유를 갈망하고, 온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인간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남행’ 비행기를 타는 꿈을 꾼 봉수네는 과연 이남에 와서 행복했을까? 탈북 이후 한국에 정착하게 된 봉수네 가족의 현재 이야기가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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