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모계사회 모쒀족’ 왜 결혼을 안할까[아버지가 없는 나라]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21 09:30:07
  • 조회: 1673
그녀의 이름은 양 얼처 나무. ‘보석 공주’라는 뜻이다. 말의 해(1966년)에 중국 윈난(雲南)과 쓰촨(四川)성에 걸쳐 있는 루구 호숫가의 쭤쒀에서 태어났다.
그녀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다른 곳에 살고 있고 가끔씩 찾아오곤 했지만, 그를 아버지라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건 그녀가 속한 모쒀족만의 독특한 문화다. 소수민족인 모쒀족에겐 결혼제도가 없다. 모쒀족 여자들은 평생 여러 애인을 갖는다. 아이들은 어머니 집에서 자라고, 모계의 성을 물려받는다. 나무도 어머니 밑에서 아버지가 각각 다른 언니, 동생들과 살았다.
‘아버지가 없는 나라’는 나무라는 모쒀족 소녀의 파란만장한 성장기다. 13세에 성년식을 치르고 애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나무는 어느날 우연히 노래경연대회에 참가해 베이징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꿈과 재능을 발견한다. 집으로 돌아온 지 몇 달 만에 도망쳐 이듬해 상하이 음악학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우고,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졸업 후 베이징의 중국 소수민족 가무 앙상블에서 활동했고, 1990년 청력을 잃은 뒤에는 모델로 활약했다.
책은 오지의 소녀가 한층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는 익숙한 공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나무의 성장과정을 따라가면서 모쒀족의 독특한 전통과 문화와 풍습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쒀족 연구 허가를 받은 최초의 인류학자인 크리스틴 매튜는 석달간 나무와 함께 지내면서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에 인류학적 지식을 더해 책으로 엮어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역사와 문화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같은 출판사의 앞서 나온 책 ‘신도 버린 사람들’을 닮았다.
책은 나무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 성인의식인 ‘치마의식’, 장례의식, 남녀가 짝을 찾는 여신 축제, 남녀가 관계를 맺는 ‘주혼’(방문혼) 등 흥미로운 모쒀족의 문화를 보여준다. ‘치마의식’을 치른 모쒀족 여자는 자신만의 방인 ‘바바화고’(꽃방)를 가지는데 모쒀족 남자는 이 바바화고의 창문을 두드리면서 구애를 한다. 여자는 남자가 마음에 들면 문을 열어주고 성관계를 유지하지만 관계를 정리할 때는 남자의 가방을 문 앞의 못에 걸어둔다.
남녀가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되 결혼을 하지 않고 모계를 중심으로 가족을 이루는 모쒀족의 삶은 오늘날의 결혼과 가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1950년대 모쒀족을 처음 접한 중국 관리들은 모쒀족의 문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쒀족은 주혼이 남녀관계를 순수하고 즐겁게 유지해주며, 모계의 대가족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과 달리 다툼을 벌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에도 성적인 문제로, 또는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바깥세상’의 사람들을 보면서 의아해하는 나무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매튜는 책의 후기에서 “모쒀족은 성적인 자유와 사랑, 경제적인 안정과 혈통 유지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결혼제도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모쒀족은 공산혁명이 그들의 세계에 침투한 1956년 이래 수많은 시련을 겪어왔다. 최근의 경제 자유화나 세계화도 그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현재 그들의 주수입원이 이국적인 느낌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나무가 묘사한 소박하고 너그러운 사회가 처해있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