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바람의 조각가 억겁의 손길’[멜버른, 지구 반대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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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14 09:21:33
  • 조회: 215
멜버른은 이제 막 봄이 움텄다. 대자연의 웅장함을 간직한 호주의 봄은 축복의 계절이다. 호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멜버른. 생동하는 호주의 봄을 느끼기에 손색 없는 곳이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빅토리아 해안. 이를 따라 이어진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를 달렸다. 바닷가의 절벽을 깎아 만든 해안 고속도로다. 질롱 근교인 토키(Torquay)에서 와남불(Warrnambool)까지 약 214㎞다. 세계 1차대전 후 귀향한 군인을 기리기 위해 착공된 이 고속도로는 완공에만 13년이 걸렸다. ‘그레이트’라는 이름이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멜버른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달려가면 거대한 자연의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12사도상(The twelve Apostles)’이다.
12사도상은 수천, 수만년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육지와 분리된 일종의 섬이다. 혹은 거대한 바위다. 12사도상은 지금 이 순간도 자연의 힘에 의해 조금씩 다른 조각품으로 깎이고 있다. 12도상이란 이름은 예수의 제자 12사도상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12개 중 7개만 남았다.
12사도상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기엔 헬기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헬기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르면,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장관이 펼쳐진다. 순간 그림인지 실제 장면인지 헷갈릴 정도다. 10분에 90 호주달러란 요금이 아깝지 않다. 이외에도 원래 2개의 큰 아치형 다리 모양이었지만 1990년 하나가 붕괴돼 육지와 분리된 런던브리지(London Bridge), 1878년 54명의 이민자를 태우고 멜버른으로 가던 배가 난파돼 단 2명만이 살아남은 이야기를 간직한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등도 장관으로 꼽힌다.
멜버른 근교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연과의 만남’ 정도가 될 듯하다. ‘나홀로 여행’보다는 가족여행이 어울리는 곳이다. 필립아일랜드는 자연친화적인 호주인의 면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니, ‘자연우선적’인 호주인들이라 하는 게 맞겠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펭귄 퍼레이드는 그 성격을 잘 보여준다. 펭귄 퍼레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키 30㎝의 꼬마 펭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구경하는 행사다. 아침에 바다로 나가 먹이를 저장해온 아빠 펭귄은 저녁이면 집인 필립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펭귄들은 일사불란하게도 10여마리씩 팀을 이뤄 집으로 향한다.
펭귄 행렬도 장관이지만, 관광객의 관람 태도도 수준급이다. 펭귄 눈에 치명적이라는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그 누구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보슬비가 내렸지만, 모두 숨을 죽인 채 그저 펭귄 행렬을 감격스럽게 지켜봤다.
코알라보호센터에서는 코알라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코알라를 안거나 만져볼 순 없다. 일부 관광지의 ‘사진 찍기용 서비스’는 금물이다. 그저 나무 아래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온종일 잠만 자다 가끔 깨 유칼립투스잎을 따먹는 생활을 하는 코알라에게 멜버른은 천국인 셈이다.
단데농의 퍼핑밸리 증기기관차 체험도 흥미롭다. 퍼핑밸리는 목재 수송을 하던 100년 넘은 증기기관차다. 단데농산의 호주 원시림을 헤치며 운행하는 기차를 타면 싱그러운 유칼립투스 향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시속 10~20㎞로 달리는 기차는 석탄으로 땐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그야말로 ‘칙칙폭폭’ 달려 운치가 그만이다. 창 없는 기차라 창 위에 다리를 쭉 뻗을 수도, 창가에 앉을 수도 있다. 마치 호그와트로 가는 해리포터가 된 기분이다. 아이들의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멜버른 시내는 19세기의 우아한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다. 플린더스 전철역이 중심이다. 고풍스러운 유럽풍 역사는 밤이면 오렌지빛으로 환하게 붉을 밝혀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긴다. 역 바로 옆에는 관광안내소가 있어 여행팁을 제공한다. 역 뒤편은 멜버른을 가로지르는 야라강.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들이 야라강을 따라 줄지어 있다. ‘유레카 스카이덱 88’은 남반구 최고층 높이를 자랑한다. 평범한 전망대와 달리 이곳엔 이동식 유리방 ‘디 엣지’에서 아찔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불투명하던 유리벽과 유리바닥이 갑자기 투명하게 변해 공중에 뜬 듯한 느낌을 준다.
야라강 주변에는 고급스러운 카페와 바가 많아 야경 아래 흐르는 강물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야라강 북서쪽의 도크랜드 주변에도 감각적인 레스토랑, 바가 늘어서 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여유 있는 점심식사 장소로 각광 받는 곳이다.
멜버른 도심은 정방형으로 돼 있어 지도 한 장이면 어디든 찾기 쉽다. 시내를 도는 진홍색 시티서클 트램만 타면 혼자서도 여행하기 쉽다. 설혹 반대 방향으로 잘못 타더라도 한바퀴를 도는 데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속도는 느린 편이다. 멜버른은 ‘정원의 도시’다. 로열 보태니컬 가든, 트레저리 가든, 퀵 빅토리아 가든, 칼톤 가든 등 다양한 공원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다.
대한항공(1588-2001) 직항노선은 매주 3회(월·수·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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