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아시나요, 미술에 숨어있는 과학”[‘미술간에 간 화학자’ 펴낸 전창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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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12 09: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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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의 대가 렘브란트의 그림 대부분은 어둡고 칙칙한 가운데 드라마틱한 밝음이 공존한다. 때문에 그는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화면에 잘 구현한 화가로 칭송받곤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대표작 ‘야경’이 원래 밤 풍경이 아니라 낮 풍경을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홍익대 화학시스템공학부 전창림 교수(53)에 따르면 렘브란트의 그림이 이런 오해를 받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바로 렘브란트가 즐겨 사용한 연화물 계통의 안료 때문이다. 납은 황과 만나면 검게 변하는 특성이 있는데, 세월이 흐르고 산업화 및 도시공해로 인해 대기 중의 황산화물이 납을 포함한 흰색·황토색 등의 안료와 만나면서 검게 변한 것이다.
최근 전교수가 펴낸 ‘미술관에 간 화학자-과학의 프리즘으로 미술을 보다’(랜덤하우스)는 언뜻 보기에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미술과 화학의 접목을 시도한 책이다. 화학이 일반 대중에게 외면 당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전교수는 책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서부터 20세기 초 그려진 마티스의 회화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화학자의 시선으로 그림을 살폈다.
화학자의 시각에서 그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작품은 바로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유화 ‘아르놀피니의 결혼’이다. 15세기의 그림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생생한 색채와 정밀한 묘사가 일품인 이 작품은 아마인유에 안료를 섞어 사용한 유화다. 아마인유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으로 녹는점이 낮아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굳어져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게 된다. “얀 반 에이크는 1400년대에 이미 화학적으로 그다지 결점이 없는 유화기법을 완성했습니다. 색채를 다루는 감각이나 거울이나 소품을 사용하는 치밀함도 과학적이라 할 수 있죠.”
그에 비해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화학쪽으로는 무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화와 템페라 기법을 섞어 그린 ‘최후의 만찬’은 수분을 50% 이상 함유한 템페라에, 기름을 섞어 쓰는 유화물감으로 그렸으니 물과 기름이 분리되듯 이미지 분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술과 화학의 접목은 그의 미술에 대한 오랜 열정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던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미대행을 접고 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그의 아버지는 바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써봤을 알파물감을 만드는 알파 색채의 창립자 전영탁 회장이다. 전회장은 1980년대 미대에 색채학 강의를 나갈 정도로, 미술재료학의 선구자였다. 보다 질 좋은 물감 생산을 위해 아들에게 화학공부를 권유했던 것. 이후 전교수는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와 유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 등 물감 개발에 참여하고, 아버지를 따라 미대생을 위해 쓴 ‘알고 쓰는 미술재료’라는 교재도 펴냈다. 현재도 미대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재료학’을 강의 중이다.
미대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치고, 화학학도들에게 미술을 이야기하는 전교수는 여전히 미술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았다. 연구실에는 화학책과 미술책이 서로 엇비슷할 정도이고 미술 관련 신간이 나오면 대부분 읽어본다. 미술관에 가서도 그림을 보다가도 관심 가는 그림이 있으면 변색이나 균열 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 기록한다.
“과학자의 눈으로 미술을 보고 미술과 함께 하는 과학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미술 전문가나 인문학자의 눈과 달라 기존의 미술 해설서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 미술 재료도 화학 물질이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학적 반응에 의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걸 눈여겨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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