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미모·재력 변함없는 결혼 잣대… 답답하죠”[커플매니저 정수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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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08 09:18:46
  • 조회: 592
처녀 시절, 100번이나 선을 봐서 겨우 결혼에 성공했던 여성은 이제 중매쟁이가 됐다. 20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6년 전부터 커플매니저로 활동하는 장수임씨(50)는 곳곳에서 웨딩마치가 울리고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청첩장이 청구서처럼 여겨지는 결혼 시즌에 자신이 중매한 이들의 결혼식에 참여하고 또 예비 신랑·신부 결혼 상담을 해주느라 바쁘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니 2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이 30%밖에 안 되더군요. 결혼이 급선무가 아니라 자신의 성공과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니 좀 속상하죠. 경제가 좋아지면 결혼도 늘까요?”
장씨의 경우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다른 결혼·중매상담업체와 달리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찾아오는 이들이 주요 고객이다. 친지나 선배들의 자제, 교사 시절의 제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신상명세를 확실히 알기 때문에 허위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이들 때문에 곤혹을 치를 염려도 없다.
21세기인 요즘, 중매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녀는 어떤 유형인지 궁금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는 것은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이 가장 우선되는 조건이라는 겁니다. 초혼이건 재혼이건 아직도 남자들은 아내감을 고를 때 품성이나 다른 장점보다는 일단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뛰어난 여성을 선호해요. 또 이왕이면 나이가 어린 여성을 원하죠. 무조건 어리고 예쁜 여자만 찾는 남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올 만큼 답답하기도 하지만 2세를 생각해 그런 조건을 따지는 것 같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젠 남성들이 외모도 중요시하지만 여성들의 능력도 따진단다. 더 이상 혼자 가족의 부양과 가계의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남성들이 이왕이면 전문직이나 확실한 수입이 있는 여성들을 원한다는 것. 하지만 여성의 경우 직장을 구하고, 어느 정도 안정된 자리를 찾다보면 나이가 들어 있어 아무리 유능한 커리어우먼이라고 해도 ‘어린 신부’를 찾는 남성들에게는 거절당한단다. 자신의 일에서 능력을 인정 받고 똑똑하다고 소문난 여성이라고 해도 남성들은 아내감의 지혜로움보다는 미모와 신선도(?)에 더 우선점을 둔다.
물론 남편감을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전문직 종사자나 집안의 재력이 풍부한 남성이 단연 중매시장에서 인기이긴 하지만 여성들 역시 남편감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아무리 변호사, 의사 등 지적이고 돈도 잘 버는 신랑감이라 해도 키가 너무 작거나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옷차림도 허름하면 거부 반응을 보인단다. 그래서 신랑감에게는 맞선을 보러 나오기 전에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에 신경을 쓰도록 조언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선호하는 신랑·신부감은 어떤 스타일일까.
“중매시장에선 부모들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요. 자기들이 좋아서 고른 상대가 아니라 일하느라, 혹은 연애에 재주가 없어서 혼기를 앞두거나 놓친 자제들을 부모가 설득해 끌고 나오니까요. 부모의 경우 며느릿감은 미모보다는 집안이 얼마나 화목하고 본인이 똑똑한가를 중요시하죠. 이것 역시 후손에게 좋은 유전자를 주려는 의도겠지요. 사윗감은 역시 자신의 딸 아이를 밥 굶기지 않을 능력을 보긴 하지만 신뢰감을 주는 성격도 중요시하더군요. 또 종교를 가진 가정에선 배우자감의 종교를 당연히 고려하죠.”
장수임씨는 마냥 당당하고 톡톡 튀는 개성을 중요시하는 신세대들도 정작 결혼이나 배우자를 고를 때는 아직도 부모의 의견이나 취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드물고, 자신보다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들과 적당히 결혼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 특히 남성들의 경우엔 갈수록 엄마 말만 듣는 마마보이가 늘어가고 나약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아 답답하단다.
“맞선을 보고 자기 마음에 들었으면 과감히 데이트를 신청하면 되는데 그쪽에서 거절하거나 엄마가 ‘별로더라’라고 하면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는 남자들이 많아요. 서른이 넘은 남성에게 ‘그 여자도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한번 더 전화해라’ 등의 데이트 코치까지 해줘야 한답니다.”
또 ‘나이가 되었으니’ ‘양가에서 좋아하니’ 등의 판단으로 결혼을 결심한 이들은 사랑이 아니라 물건이 오가는 ‘혼수 문제’로 파혼을 하거나 초기에 이혼에 이르는 사례가 많단다. 혼수만이 아니라 친정 근처에 집을 얻겠다, 결혼식은 우리 종교대로 치르겠다 등의 견해 차이로 혼담이 깨지기도 한다.
워낙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장수임씨는 이화여대 재학 시에도 친구나 선·후배들을 소○○○는 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제대로 된 남자를 찾지 못해 스물아홉살, 당시로선 노처녀 소리를 들을 때 100번 맞선 끝에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했단다. 계성여고 등에서 교사로 20년간 근무하다 더 자유롭게 살고 싶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 ‘신부감 직업 선호도 1위’라는 교사 자리를 떠나 중매의 길에 뛰어들었다.
2001년, 선배 언니와 함께 사무실을 열어 커플매니저 사업을 시작했지만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무엇보다 신랑·신부감 확보가 쉽지 않았고 또 ‘마담 뚜’처럼 현란한 말솜씨와 적당한 과장을 해야 하는데 반평생 윤리 교사 생활을 해온 그에게는 조건이나 양가 집안을 부풀려 설명하는 것, 약점을 감추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도 장씨는 장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일단 지금까지 쌓아둔 경력들이 입소문을 내서 계속 중매 부탁이 들어오고 친구들의 자녀들이 서서히 혼기를 맞고 있어 10년 후를 내다보고 열심히 수업 중이다. 세번 소개를 해주는 조건으로 상담료를 받고 결혼이 성사되면 연봉의 10% 정도를 사례금으로 받고 있는데 “이제야 돈을 벌 것 같다”고 즐거워 한다. 하지만 인품보다는 외모나 조건만 따지는 이들을 보거나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이 아니라 양가 집안의 돈자랑처럼 호화판 행사를 원하는 철 없는 부모를 볼 때마다 장씨는 자신의 직업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
“제가 교사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초등학교 때부터 바른 결혼관을 심어주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도 정작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결혼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리고 대한민국 특유의 고질병인 혼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예비 시어머니, 장모 교육도 사회가 나서서 했으면 좋겠어요.”
장씨는 젊고 발랄한 예비 신랑·신부를 만나다 보니 자신의 감각도 젊어지고, 아직 넉넉하진 않지만 돈도 벌 수 있어 자신이 선택한 제2의 직업을 만족스러워한다. 그리고 자신부터 즐겁고 건강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외모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다. 교사 생활할 때는 학교나 학생들 눈치 보느라 못 입었던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마음껏 즐기는 것도 새로운 기쁨 가운데 하나.
“중매 세번만 잘하면 천당 간다는데 저는 확실히 천당 가는 것이 보장된 직업이니 얼마나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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