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Beethoven 200년을 넘나든 대화[첼리스트 양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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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06 08: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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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의 삶은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세월은 파란만장이었다. 그래서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를 연대기로 더듬는 것은 고통스럽다. 이를 테면 32곡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거나, 그보다 분량은 적지만 5곡의 첼로 소나타를 쉼없이 연주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첼리스트 양성원(40·연세대 음대 교수)에게도 베토벤과의 동행은 노역(勞役)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최근 ‘첼로 소나타’ 전곡을 음반(EMI)으로 내놓고 4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릴 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의 두 뺨은 홀쭉해져 있었다.
“2년 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던 때와는 또 다른 부담감이 밀려와요. 바흐의 모음곡은 기본적으로 ‘춤곡’이니까요, 음악의 성격이 분명하죠. 하지만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는 건 시작부터 느낌이 다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변화하는, 거장의 ‘음악적 생애’를 보여줘야 하니까요. 초기, 중기, 후기의 음악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그걸 하루에 다 연주하려니까 만만치가 않아요.”
베토벤은 26세였던 1796년 두 곡의 첼로 소나타를 썼다. 흔히 말하는 ‘1번’과 ‘2번’이다. 그는 이 두 개의 소나타에 대해 “20대의 베토벤은 여전히 고전주의의 영향 속에 있었지만 당시의 음악적 관습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추구가 가열하다”고 설명했다. 38세였던 1808년 완성한 ‘3번’에 대해서는 “첼로와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 소나타를 교향곡에 버금가는 규모로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흔히 ‘운명’으로 불리는 교향곡 5번과 거의 동시에 작곡된 이 곡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가운데 가장 자주 연주되는 애청곡이다.
“후기작인 ‘4번’과 ‘5번’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곡이에요. 말하자면 그것은, 영적(靈的)인 단계에 도달한 음악입니다. 이 시절의 베토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내면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죠.”
첼리스트 양성원의 ‘말’은 늘 진지하다. 그는 비본질적인 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화의 주제가 ‘베토벤’이라니…. 역시 무겁다. 얼마 전 어떤 기자가 그에게 물었던 모양이다. “결혼한 지 9년 된 지금의 아내와 어떻게 만났냐?”고. 그의 대답은 아니나 다를까 ‘노 코멘트’였다고 한다. “연주자가 그런 식으로 상품화되면 안되니까요. 아주 잠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러면 결국 음악이 죽어요.”
파블로 카잘스, 피에르 푸르니에, 야노스 슈타커, 미클로스 페레니, 스티븐 이셜리스…. 양성원이 ‘훌륭한 첼리스트’라고 평가하는 연주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의 ‘진지함’을 짐작할 만하다. 그는 미샤 마이스키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에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베토벤의 생애를 관통하는 5곡의 소나타는 첼로와 피아노의 ‘대등한 조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피아노와 첼로의 ‘대결’을 원한다. 두 연주자 가운데 누가 더 내공이 순후하고 초식이 화려한가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 방식의 음악 듣기가 감각적으로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성원의 답변은 역시 ‘정도’(正道)에서 빗나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죠. 이번에 제가 내놓은 레코딩에서 가장 흡족한 부분이 바로 그겁니다. 피아노를 맡은 파스칼 드바이용은 저와 5~6년 호흡을 맞췄죠. 그는 작곡가의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절제의 피아니스트’입니다.”
연주자간의 호흡은 음악 이전에 ‘인간적 궁합’에서 나오게 마련. 세상 이치가 그렇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깨지면 음악도 깨진다. 40대에 들어선 양성원은 50대 중반의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바이용에 대해 “학자이자 피아니스트, 실내악의 대가”라고 평했다. 파스칼 드바이용은 프랑스의 파리음악원 교수를 거쳐 1996년부터 독일 베를린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터뷰 도중 어딘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를 끝낸 양성원의 얼굴이 환했다. 그의 입에서 “4일 연주회가 거의 매진이라네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양성원의 연주회’가 매진돼서 다행인 것이 아니라, 이 깊어가는 가을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에 마음을 맡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다행스럽지 않은가. 그는 오는 4일 서울 LG아트센터 공연을 마치고, 6일 경남 창원의 성산아트홀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한다. 11일에는 고양 아람누리에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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