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그 곳서 홀로 되지 말자[산토리니에서 외로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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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06 08: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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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만 올 데가 아니군요.” 그날 밤, 사진가 권기왕이 에게해를 바라보며 한숨 쉬듯 말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여인은 대뜸 “여자 친구는 어딨느냐”고 물었죠. 거리에서 만난 미국인 커플은 ‘허니무닝’이라고 했고, 지중해 유람선이 부려놓은 관광객들도 죄다 커플이었죠. 담배를 끊은 게 벌써 8년. 그날 따라 담배라도 물고 싶었죠. 담배를 끊었다던 사진가 권기왕도 한대 물더군요. “다시 담배 태워요?” “이럴 땐 한대쯤 피워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스 산토리니. 허니무너들이 많이 몰리는 곳입니다. 절벽에 매달린 이아마을의 카티키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죠. 편편한 동쪽 바닷가에는 집들이 별로 없고 희한하게 고갯마루에 하얀집들이 빽빽했습니다. 아침 해에 비친 마을은 환상적입니다. 세상에…, 흰색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까요? 지중해의 햇살이 하얀 집에 부서져 눈이 부십니다.
산토리니를 색으로 표현하면 블루와 화이트입니다.
바다는 에게블루(Aegean Blue). 에게해 바닷빛은 다른 바다보다 더 짙푸릅니다. 검정이 배여 무거운 청색이 아니라, 깊고 짙되 반짝거리는 가벼운 청색입니다. 먹물 낀 푸른 바다는 무섭고 섬뜩하지만 에게블루는 따뜻하고 화사합니다.
“이 바다 아래 잃어버린 도시 아틀란티스가 있어요.”
영국에서 왔다는 여성 관광객은 “가이드북을 들추더니 아틀란티스가 바로 여기”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산토리니는 BC 3500년 화산폭발로 섬 가운데가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BC 1500년 화산폭발 때는 파도 높이가 210m. 아프리카 해안까지 파도가 휩쓸었답니다. 말하자면, 거대한 쓰나미가 도시를 없애버린거죠. 한때는 원형 섬이었는데 초승달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잘려나간 절벽 위에 하얀집들이 서 있죠. 기다란 섬의 모양이 마치 에게해를 헤쳐나가는 유람선처럼 느껴집니다.
“왜 집들이 하얀색이죠?” “법적으로 하얀색을 칠해야 해요.” “지중해가 덥잖아요.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은 더 힘들거에요.” “터키가 강제 점령했을 때 저항의 의미로 하얀색 십자가를 그렸거든요….”
마을 주민들의 설명은 제각각. “그럼 왜 절벽 위에 집을 짓나요?” “해적들이 노략질을 피하기 위해서죠. 절벽 끝에 있으면 잘 보이잖아요.”
그래서 산토리니 피라마을은 부두에서 마을까지 566계단, 이아마을은 214계단, 또는 286계단을 올라야합니다.
여행 코스?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는 게 투어입니다. 이아마을 서너번째 골목길 귀퉁이에서 자그마한 교회가 보였죠. 산토리니 포스터에 단골로 등장하는 바로 그 교회와 닮은…. 사실 포스터에 나온 교회가 어디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습니다. 걸어서 20분 거리인 길쭉한 이아 마을에 교회만 79개나 되니까요. 절벽에 집을 짓다보니 땅이 부족하고, 큰 교회도 세울 수 없었답니다. 대신 작은 교회가 여러개 생긴 거죠. 심지어는 방 한 칸 크기의 작은 교회까지 있다네요.
책방, 앤티크숍, 커피숍도 안 들어가곤 못 배길 정도로 예쁩니다. 사진기를 들이댈 곳이 너무 많죠. 간판 대신 벽에 책 선반을 달아놓은 책방에선 1930년대 산토리니를 담은 흑백사진집에 반했습니다. 그 옆의 기념품숍에는 아름다운 마리오네트가 걸려 있었고, 커피숍에선 에게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이아마을 끄트머리, 풍차도 포인트입니다. 풍차 앞에서 만난 김정연씨는 미국 워싱턴DC IMF에서 근무하는데 세르비아 출장길에 산토리니에 들렀다고 합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나온 영화를 통해 산토리니를 알았다더군요.
산토리니에는 혼자가지 마세요. 특히 카페에서 ‘3시간 죽치고 놀’ 자신이 없는 남자들은 외롭습니다. 1시간 간격으로 커피숍 투어만 하게 되는 거죠. 누군가 그러더군요. “허니문 커플 속에 낀 남자들이라고? 천국에서 벌 받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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