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오늘날 ‘예수의 신학’은 없어졌다”[‘…다석 사상으로’ 펴낸 박영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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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05 09:10:13
  • 조회: 418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예수의 신앙을 배우라.”
예수를 스승으로 삼고 불교와 노장사상,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하나로 통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체계를 세운 다석 류영모(1890~1981)는 일찍부터 이렇게 말해왔다. 함석헌의 스승으로 더 잘 알려진 다석의 본모습은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못하다. 제자 함석헌이 사회개혁 운동에 적극적이었고 다수의 저서를 남겨 세인들에게 알려졌던 데 비해 다석은 평생을 주경야독하며 영성의 세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최근 그의 사상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평생을 다석의 곁에서 지켜온 제자 박영호씨(77)가 ‘잃어버린 예수-다석 사상으로 다시 읽는 요한복음’(교양인)를 펴냈다. 이 책은 다석사상의 관점에서 요한복음을 읽고 기독교를 해부하고 있어 흥미롭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등의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은 그 성격이 다릅니다. 요한복음에는 영지주의적인 요소가 많지만 예수의 신앙과 사상이 가장 압축돼 있는 복음서입니다. 다석 선생도 요한복음 강의를 평생에 걸쳐 하셨죠.”
박씨는 현재 교회 중심의 기독교를 비판한다. “오늘날에는 엄격하게 말하면 바울의 그리스도교만 남아 있지 예수의 그리스도교는 없어졌다”고 말한다. 바울 신학을 깊이 따져보면 배타적인 유대교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예수의 신학과 바울신학은 물과 기름처럼 다른 것”이라며 대속신앙을 유지하면서는 다른 종교와는 화합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는 그의 스승 다석뿐 아니라 톨스토이와 화이트헤드도 지적한 내용이기도 하다. “예수와 부처의 사상은 표현만 다를 뿐 100% 일치합니다. 예수가 말한 성령을 노자는 도라고 말했고 석가는 다르마라고 불렀을 뿐이지요.”
다석과 인연을 맺은 지 40여년. 학도병으로 징집돼 전쟁의 참상을 지켜본 그는 불면으로 괴로워했다. 그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것은 바로 톨스토이의 ‘참회록’이었다. 톨스토이를 알게 되면서 신앙을 알게 됐고 함석헌과 평생의 스승 다석을 만났다.
“함선생하고 1950년 후반 천안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성경, 톨스토이, 고문진보, 사서삼경 등을 공부했어요. 그때 매주 금요일이면 함선생이 서울에 올라가서 YMCA에서 강의를 듣고 내려오시곤 했는데 그렇게 귀동냥으로 다석 선생님을 알게 됐죠. 1959년에 서울로 올라와서 다석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어요. ‘농사짓는 사람이 예수다’라는 말씀에 시흥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살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주말 강의로는 모자라서 구기동에 있는 선생님댁에 쫓아가 5년간 공부를 했어요.”
어느날 스승을 떠나 정신적으로 독립하라는 의미의 ‘단사(斷辭)’라는 말을 들은 뒤에는 이를 악물고 홀로 공부해 첫 책 ‘새시대의 신앙’을 펴냈다. 이후 그는 다석사상 전도사로 나섰다. 다석이 세상을 뜨기 몇 해 전부터 그의 곁에 돌아가 다석의 일지를 필사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구술해 ‘다석 전기’를 저술하는 등 10여권의 책을 썼다.
“사람들이 아직도 다석 선생님을 잘 몰라요. 선생님은 알려진 한자나 단어라 하더라도 새로운 뜻을 만들어 사용했고 또 순우리말을 적극 만들어 사용하셨거든요.”
그래서 현재 그는 ‘다석 류영모 낱말 사전’을 만들고 있다. 단어 1만개 중 다시 5000여개를 추려 뜻을 달고 있다. 사전편찬작업 외에도 성천아카데미 강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박씨. 늙은 제자는 최근 스승 다석이 함석헌과 더불어 세계철학자대회 한국조직위원회로부터 ‘우리말과 글로 철학한 한국의 근대 사상가’로 꼽히고 이 둘을 연구하는 씨알재단이 창립되면서 어느 때보다 바쁘면서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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