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뮤지컬의 ‘바다’ 순항중[모노 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 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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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1.01 09:15:55
  • 조회: 376
공연이 끝났다.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계단이 잘 보이지 않았다. 쏟아지려는 눈물 때문에 앞이 어른댔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실패’라고 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 겨우 한발 두발 내려와 엉엉 울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지나 연출이 특유의 말투로 한 마디 했다. “고거 참 고소하다. 그래 펑펑 울고 너 내일부터 잘해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음을 멈추고 다부지게 대답했다. “예, 저 내일부터 잘할 거예요.”
지난 1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시작된 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의 첫 무대에 선 바다(27) 이야기다. 막이 오르기 전 ‘복병’으로 불렸던 바다는 지금 순항 중이다. 내공이 필요한 ‘모노 뮤지컬’에 바다가 등장한다고 하자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시선들은 이제 잠잠해졌다. 바다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도 에스메랄다 역을 따냈다.
4년 전 뮤지컬 ‘페퍼민트’에 나온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바다=뮤지컬 배우’는 낯설다.
“이제까지 가수 역할을 맡은 배우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콘서트장이나 TV 무대에 설 때마다 전 그렇게 생각해왔으니까요. ‘난 가수 역을 맡은 배우다.’ 그만큼 배우가 어려서부터 꿈이었어요. 신곡을 부를 때마다 곡 가사에 맞는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감정을 다해 노래했죠. 머리 속으론 단편 영화 이미지를 그려가면서요. 물론 빠른 댄스곡은 감정몰입보다는 다른 트릭이 필요해 달랐지만요.”
그 때문일까. 바다는 가수로서 ‘분위기가 드라마틱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텔미 온어 선데이’의 주인공 데니스는 집을 떠나 뉴욕에서 혼자 생활한다. 낯선 곳에서 사랑과 일에 지쳐 괴로워할 때 엄마의 따뜻한 영상편지로 위로받는 중요 장면이 있다. 데니스가 자신감을 찾아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엄마 얘기가 나왔다. “엄마들 심정은 다 똑같죠. 자식 위해 빌고 또 빌고…. 가장 동감인 장면이었어요. 제 엄마도 가수로 데뷔할 때나 뮤지컬하는 지금이나 똑같은 심정으로 빌어주시거든요. 따뜻한 밥, 한 가득 떠주면서 부처님 찾고. 고생하시는 모습 보고 자라면서 오히려 힘을 얻은 것 같아요.”
바다가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어머니 고생이 컸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 병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를 찾아가곤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명랑한 소녀였다. 중·고등학교 때는 시집을 만들고 희곡을 쓰고 나름대로 글쓰기를 즐겼다. 노래와 춤, 그림도 좋아했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어도 “나름 ‘한량’이었다”고 한다.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배우가 되기를 항상 원했지만 막상 실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가수 활동에 발목이 잡히곤 했다. 이번 뮤지컬도 ‘무리해서’ 시작했다. 싱글앨범 ‘퀸’의 인기로 가수 활동 하나만으로도 벅찼던 터였다.
“새벽에 007작전하듯 연습하곤 했어요. 데니스 역을 함께 맡은 김선영, 정선아씨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두 사람이 제 양쪽 팔을 잡고 함께 걸어간 셈이죠. 정말 감사해요. 좋은 배우라면 무대에서 이성을 잃으면 안되는데 아직은 힘들어요. 착착 계산하며 연기하기도 어색하고요. 뮤지컬 노래는 상황이 설정돼 있으니 표현하기가 오히려 쉬운 것 같고요. 관객들과 만나면서 정신 차리고, 더 좋은 배우가 되겠죠. 한번에 욕심내지 않을래요.”
올해로 가수 데뷔 10년. 특별히 짜맞춘 것은 아니지만 데뷔 10년째에 뮤지컬 배우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본명을 쓰고 있다. 최성희. 이룰 성(成), 희망 희(希). 바다가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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