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나’를 찾아가는 행복한 명상 ‘알프스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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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0.31 09: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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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걷기다. 프랑스 사회학자 브루통은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고 했다. 그는 “걷기는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이라고까지 했다.
10월 중순 1주일 동안 알프스를 걸었다. 마테호른, 융프라우, 알레취빙하, 레만호…. 그림엽서 같은 스위스의 풍광 속을 더듬은 것이다. 자동차나 케이블카로 본 알프스는 인간의 감각이 따라갈 수 없는 기계의 속도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하지만 두 발로, 사람의 속도로 걷다 보면 내 몸의 모든 더듬이들이 일어나 알프스를 빨아들이게 된다. 빙하에 반사된 햇살에도 질감이 있고, 거친 자갈길과 부드러운 흙길의 촉감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귓불을 핥고 가는 바람과 자동차 창문으로 들어와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다르다는 것도 안다. 그럼 그 험한 산줄기를 아무나 걸을 수 있을까? 알프스 트레킹은 이런 ‘기우’로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스위스에 오기 전 발목이 부어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프스는 열려 있다. 알프스는 쉽다. 잘 훈련된 산악인이나 20, 30대의 청년뿐 아니라 50~70대의 중장년, 노년층도 갈 수 있다. 칼 같은 능선을 타는 클라이밍이 아니라 걷기 좋은 하이킹 코스들도 잘 발달돼 있다. 스위스 정부가 발표한 알프스 자락의 하이킹 코스는 6만2416㎞나 된다.
리더알프 뮈렐 기차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해발 2500m 모스플루. 산기슭 마을 하나를 넘어서니 알레취 빙하다. 빙하는 강물이 계곡을 흐르다 갑자기 멈춰버린 것 같기도 하고, 용암이 흘러내리다가 굳은 것 같기도 하다. 천년 만년에 한 뼘씩 자란 빙하를 옆에 두고 트레킹은 시작된다.
알레취는 알프스의 대표적 빙하다. 길이는 24㎞, 폭은 600m다. 빙하를 횡단할 수도 있지만 라이선스가 있는 가이드가 안내해야 한다. 일반 하이킹 코스는 평탄했다. 흙길은 흙먼지가 일지도 않았으며 질퍽거리지도 않았다. 가풀진 오르막도 없었다. 빙하를 스쳐온 바람은 차갑다기보단 시원했다. 3시간 동안 약 6~7㎞를 걸었다. 50대에서 70대 6명이 동행했지만 이 정도는 북한산보다 쉽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당뇨, 혈압, 관절염 등 성인병을 하나씩 앓고 있었다. 김행자씨(65·여)는 “처음에는 걷는 여행이라서 무척 힘이 들 거라고 생각 했지만 오히려 구석구석 많이 보면서 정확히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레만호 포도밭과 체르마트도 빙하길과는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수확이 끝나가는 레만호 포도밭은 빙하 코스와는 딴판이다. 레만호 코스는 몽트뢰와 로잔 사이의 포도밭길 30㎞. 이 지역 자체가 세계자연유산이다. 1300년쯤부터 포도를 수확했던 곳으로 세계 각국 유명 인사들의 별장이 있다. 포도밭은 갈빛이었다. 포도 수확은 끝물. 비탈진 경사면의 포도밭이 노랗게 물들고 있다. 한 시간의 트레킹 중 두 번 와인 테이스팅을 했다. 와인 문외한이라도 오크통에서 잘 익어가는 포도주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하얀 면으로 먼지 낀 와인병을 정성스럽게 닦아 글라스에 내놓은 와인. 향은 천천히 그러나 깊게 폐로 스민다.
마지막으로 체르마트 트레킹에 관해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체르마트 코스는 마테호른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마을이다. 마테호른이 바로 미국의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의 심벌로 나오는 설산이다. 고르너그라트(3089m)에서 체르마트까지 하산하면서 내려오는 하이킹 코스에서는 뾰족한 설봉, 거대한 빙하가 눈앞에 펼쳐진다. 호젓한 낙엽송 길은 레드와인처럼 붉은 빛을 띤다. 길 중간의 산장에 들러 알프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이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알프스를 더듬고 만지며 느끼는 여행법. 하이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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