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국학기공강사 이병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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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0.24 09: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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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기 살려주며 수줍던 저, 기죽지 않게 됐죠”
지난 월요일 아침, 소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 아침을 더욱더 싱그럽게 해주는 경기도 용인 토월약수터에 60~70명의 노인들이 모여 있다. 잠시 후 검정 수련복 차림의 이병숙씨(60)가 나타나자 노인들은 ‘이효리’라도 온 듯 즐거워한다. 팔순 가까운 노인들도 이병숙씨의 지도에 따라 몸을 움직인다. 굳은 어깨나 무릎 관절 때문에 약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곳곳에서 가끔 신음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1시간 정도 모두 서서 운동하는 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 수업을 마친 후 모두 더 밝아지고 건강해진 표정으로 이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노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병숙씨는 국민생활체육 가입단체인 국학기공연합회의 기공 강사. 자신도 두 달 뒤면 환갑을 맞지만 노인들에게 배우기 쉽고 건강에 도움 되는 기공체조를 알려주며 나날이 젊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 건강전도사가 되었지만 그는 8년 전에만 해도 온몸이 다 아팠다고 한다.
놀이방을 운영하던 그는 아침부터 직접 운전해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느라 늘 피곤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어깨도 아프고 명치 끝은 늘 답답하고, 손목이 몹시 튀어나온 데다 일하다 발목이 꺾여 좌골신경통으로도 시달렸다. 에어로빅, 수영 등 운동도 해보고 침도 맞아봤다. 튀어나온 손목은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지만 크게 아프지 않으면 ‘그저 참고 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 주사도 맞고 뜸을 떠도 통증은 재발했다.
“정말 동요 가사처럼 ‘머리어깨무릎발’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죠. 제가 늘 아프다고 하니까 큰딸이 6개월치 선불을 지급했으니 다녀보라며 기 수련원 티켓을 끊어줬어요. 처음엔 꾸준히 다닐 생각이 없었는데 돈이 아까워서 할 수 없이 다녔죠. 그런데 호흡법과 몸풀기 등을 한 두 달 배우다가 기공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너무 재미 있어서 계속 익히다보니 수술이 필요하다던 손목도 제자리를 찾았고 어깨도, 무릎도 아프지 않더군요 머리도 가볍고 맑아지니 새 세계가 열린 것 같았어요.”
다시 건강해진 것이 신기했다. 강사 자격증을 따라는 권유도 받았다. 1년 반 만에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 이후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나눠주는 생활로 바뀌었다. 요즘 이병숙씨는 동네 약수터는 물론 군부대, 노인정, 산후조리원, 문화회관, 수녀원까지 곳곳을 다니며 기공체조를 알려준다.
기공 수련은 사실 숨쉬기와 몸풀기 등 가장 기본되는 체조다. 하지만 우리들은 평소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하루종일 컴퓨터를 다루거나 잘못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는 등 몸과 마음을 비뚤어지게 만든다. 잘못된 자세는 뼈는 물론 몸 내부의 각종 장기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각종 통증과 병을 만든다. 기공 수련은 숨을 바로 들이내쉬는 법, 비틀어진 곳을 바로 잡아주는 기본 훈련을 통해 서서히 우리 몸과 마음이 제자리를 잡아 건강을 되찾게 해준다.
경기도 모 부대에선 주말 아침마다 이씨의 지도로 200여명의 군인들이 기공 수련을 한다. 건장한 청년들이지만 뜻밖에 자세가 좋지 않아 디스크 증세를 보이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군인들이 많았는데 기체조와 수련을 배운 후 더욱더 씩씩해졌단다. 용인 고기리 ‘성모의 집’ 수녀들도 이씨의 열렬한 팬이다. 3년 전부터 이씨는 나이든 수녀들을 지도하고 있다. 수녀들은 이씨의 수련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틈틈이 따로 연습한단다. 산후조리원도 이씨의 활동 무대. 이제 막 아이를 낳아 몸의 구조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산모들에게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기체조를 지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처음 이병숙씨가 기공 수련을 지도한 것은 동네 약수터.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고 남들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는데 기공강사 자격증을 딴 후 시험 삼아 동네 약수터에 모인 분들에게 무료로 지도를 해주었다. 그것이 소문 나서 구청장의 소개로 그 지역 각 단체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다니게 되었다.
“사실 저도 가끔은 꾀도 나고, 힘들고 귀찮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공짜’라도 이웃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다녀오면 많은 분들이 너무 감사해하니 제가 더 기운을 얻고 돌아오죠. 무엇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에 목소리도 아주 작았는데 단전에 힘을 모으는 훈련을 하고 기공 수련을 한 덕분에 성격도 밝아지고 목소리도 힘차져서 이젠 그 무서운 군인들을 수백명씩 다루면서도 하나도 기죽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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