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까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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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0.17 09: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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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장편소설 ‘나무’는 작은 밤나무의 성장소설이다. 여덟살난 작은 밤나무가 태어난 뒤 처음으로 자신의 꽃을 피우고 밤을 맺는 과정을 ‘맑고 순한 이순원표 문장’으로 그려냈다. 100년 전, 나라를 빼앗길 무렵 어린 부부가 자신의 뒤뜰에 심은 밤나무는 어느덧 할아버지가 된다. 세월을 이기느라 밑동 절반은 썩고 이곳저곳에 구멍이 팬 할아버지 밤나무. 아들 나무가 베어지기 전에 맺었던 밤알이 떨어져 태어난 손자 밤나무. 손자 밤나무는 태어나 처음으로 밤을 맺는다.
한여름 비에 꽃 떨어지고 벌들도 오지 않을라, 겨우 맺은 10개의 밤송이가 태풍에 다 떨어져 버릴 새라 전전긍긍하는 손자 밤나무에게 할아버지 밤나무는 100년의 세월을 통해 얻은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얘야, 첫해의 꽃으로 열매를 맺는 나무는 없다. 그건 나무가 아니라 한 해를 살다 가는 풀의 세상에서나 있는 일이란다.”(14쪽)
“…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밤 한 톨을… 화로에 묻으면 당장 어느 한 사람의 입이 즐겁고 말겠지만, 땅에 묻으면 거기에서 나중에 1년 열두 달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오는 것….”(34쪽)
“… 매화나무가 언제 내릴지 모르는 눈과 추위가 두려워 제때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는 법이란다. 네 말대로 꽃샘을 피하려고 늦게 피어난 매화꽃엔 아무 열매도 안 열리지.”(42쪽)
“지금 자기가 선 자리에 아들 나무가 서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때, 나무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이 왔던 세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64쪽)
“다시 생각하기 싫어도 그 바람은 여름마다 몇 차례 우리를 흔들고 지나가지. 그런 바람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욱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 거란다.”(85쪽)
“처음 열매를 준비할 때는 마지막 익을 때의 것과 비교해서 서너 배는 많이 가지고 시작하는 거란다. 힘이 부칠 때마다 하나씩 덜어 내는 걸로 기운을 차리며 가을까지 가는 거지.”(120쪽)
“우리가 잎을 오래 가지고 있는 건 잎 밑에 나 있는 겨울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단풍은 비록 볼품없다 해도 우리 밤나무 잎은 내년에 나올 자기 동생들을 마지막까지 생각하는 거지.”(170쪽)
짐승과 사람들을 먹여 살리려고 흉년이 들수록 더 많은 열매를 맺는 참나무, 꽃샘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꽃을 맺어 봄을 여는 매화나무, 자신의 몸을 자르고 째서 남을 받아들임으로써 열매를 맺는 감나무. 강원도에서 태어나 나무와 같이 커온 작가는 그런 나무를 ‘인생의 큰 스승’이라고 고백한다. 작가는 장편소설이라고 했지만, 차라리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잘 그려진 수채화 같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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