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나만의 공간 놀이터·작업실로… 카페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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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10.10 09:24:48
  • 조회: 327
노트북을 펴놓고 들여다보거나, 다이어리에 무언가 끼적거리거나, 의자에 몸을 파묻고 책장을 넘기거나.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카페 골목’의 풍경은 그랬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카페를 찾은 이들은 각자의 ‘세계’에 열중하고 있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만남의 장소’이던 카페가 ‘놀이터’로 바뀐 것이다.
‘놀이터’ 카페는 홍대 카페 골목에만 20곳이 넘는다. 지하철 역 뒤 한적한 주택가는 1년 새 ‘카페 골목’으로 변신했다. 홍대뿐 아니다. 카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 청담동을 비롯해 삼청동, 분당 정자동에도 ‘카페 골목’이란 이름의 카페 밀집 지구가 생겼다. 이태원 일대와 전통적 주택가인 부암동 일대에도 속속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달라진 카페 풍경은 홍대 주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홍대 카페 ‘원조’격인 ‘비하인드’의 공동 창업자 김영혁씨는 “혼자 작업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가 홍대 주변에 유독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업 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카페를 ‘작업실’로 삼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커피빈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혼자 놀던’ 이들도 가세했다. 책을 읽거나 일하거나 그냥 가만히 있기에 대형 커피숍은 너무 번잡했다.
카페에서 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카페 모습도 달라졌다. 책이나 잡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북카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삼청동 ‘내 서재’, 홍대 ‘즐거운 북카페’ ‘작업실’ 등은 2000여권의 책을 비치해 놓았다. 대형 테이블과 무선 인터넷이 필수 구비 품목이 됐다. 최근 갤러리 카페 ‘마다가스카르’를 연 사진가 신미식씨는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이 무선 인터넷과 대형 테이블이었다”고 말했다. “예전의 대형 테이블이 단체 손님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젠 혼자 오는 이들을 위한 거예요. 혼자서 4인 테이블에 성큼 앉기 어렵잖아요. 모르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섞여 앉아 이야기도 하고, 각자 작업도 하죠.”
커피 전문점의 ‘헤이즐넛’과 ‘블루마운틴’은 ‘카페라테’와 ‘카페모카’로 대체됐다. 카페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겨냥해 간단한 식사 거리도 등장했다. 매일 재료가 바뀌는 샌드위치나 와플이 대표적이다. 홍대 ‘D’avant’과 삼청동 ‘빈스빈스’는 와플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로 붐빌 정도다. 신발을 벗고 앉을 수 있도록 한 좌식 공간, 자기 집 거실을 옮겨 놓은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인테리어도 특징적이다. 3~4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달리 10~20평, 테이블 5~6개의 작은 규모가 많다. 무릎 담요를 마련해 놓거나 찻잔에 카페 로고를 새기는 등 구석구석 신경을 쓴다. 단골을 겨냥해 벼룩시장이나 사진전 등의 이벤트를 여는 곳도 많다.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카페 바람이 ‘반짝 유행’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하인드’가 문을 연 2003년 5월만 해도 손에 꼽히던 홍대 카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해 현재 100곳이 넘는다. ‘1년 넘은 카페는 오래된 카페’라고 할 정도다. 한 카페 운영자는 “홍대 카페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너도나도 책 갖다 놓고 커피 기계 설치하고 카페라고 한다”고 말했다. 유행 따라 간판을 바꿔 다는 음식점들이 이제 카페 간판을 달고 있다는 것이다.
해가 저물면 카페들은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종일 놀던 손님들은 기지개를 켜며 집으로 돌아가고, 친구를 만나러 이야기를 나누러 사람들이 찾아든다. 카페들은 커피 대신 와인을 준비한다. 밤의 카페는 대화가 물처럼 흐르는, 또다른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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