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건축, 자연의 지혜를 실험하다[지구촌 생태 모방 친환경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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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28 09: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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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문제는 21세기 전 인류의 화두다. 기상 이변을 직접 경험한 지구촌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팔을 걷어붙였다.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건축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력, 온수 등을 사용하는 차원의 설계가 전통적인 친환경 건축의 대표적인 예였다면, 최근에는 이같은 방식을 훌쩍 뛰어넘는 실험적인 건축 설계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화석 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완벽한 친환경 건축물을 짓는 ‘생체 모방 건축’을 소개했다. 생체 모방 건축이란 자연이나 생태계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 건축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육각형 모양의 벌집을 연구해 실제 건축 설계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건축 분야에서 생체 모방이 시작된 것이 최근은 아니다. 1987년 장 누벨 등 프랑스 건축가들은 파리에 ‘아랍세계연구소’를 지으면서 남쪽 건물 외벽을 눈의 홍채 또는 카메라의 조리개와 비슷하게 설계했다. 외벽에 2만7000여개의 조리개를 설치한 뒤 햇빛의 정도에 따라 자동으로 열렸다 닫혔다 할 수 있도록 지은 것이다. 이 덕분에 연구소는 태양열로 내부 난방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96년 환경 건축가 믹 피어스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세계 최초의 자연 냉방 건물 ‘이스트 게이트 쇼핑센터’를 세웠다. 아프리카 흰개미가 일교차가 30도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개미집 안에서 끄덕없이 지내는 것에 착안, 이를 연구해 성과를 얻었다. 믹 피어스는 개미집처럼 건물 옥상에 통풍 구멍을 뚫어 뜨거운 공기를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들고 지표 아래도 구멍을 뚫어 찬 공기를 건물로 끌어들였다. 이 쇼핑센터는 한여름 대낮에도 에어컨 없이 실내 온도를 24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자연이나 생태계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려와 실제 기술에 적용하는 생태 모방 건축이 성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잠재력은 매우 큰 편이다. 최근에는 생체 모방을 통한 친환경 건축에 대한 연구도 진일보하고 있다.
영국 레딩대학교 생체모방 센터장 게오르그 예로○○○디스 교수는 최근 건물 실내의 수분의 양에 따라 자동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통풍구를 발명했다. 수분이 있을 때는 닫혀있지만 수분이 없어졌을 때는 열려 씨가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솔방울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실용화될 경우 실내에서 가습기나 환풍기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 친환경 건축회사 그림쇼는 자연 친화적 탈염(脫鹽)으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그란 카나리아섬 라스 팔마스 해안가 재건축 사업을 의뢰받은 뒤 고민하던 그림쇼의 건축가 파우린은 딱정벌레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살고 있는 딱정벌레는 낮 동안 땅 속에 있다가 밤에만 나타난다. 딱정벌레의 신체가 바깥 공기보다 차가운 상태기 때문에 바람에 실려온 수분은 딱정벌레의 등 위에서 물방울로 변한다. 차가운 맥주병을 실온에 꺼내놓았을 때 병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딱정벌레는 몸을 기울여 그 물을 받아먹으며 생활한다.
이 방식을 이용해 그란 카나리아에서 독자적으로 담수를 생산해보기로 결정한 파우린은 라스 팔마스 해안가 주변에 수분 증발 장치와 물방울 생산을 위한 파이프를 마련했다. 바닷물을 포함한 바람은 수분 증발 장치를 거치면서 소금을 걸러냈다. 소금을 포함하지 않은 바람은 이번에는 순수한 물방울을 생산하는 파이프로 이동했다. 따뜻한 수분은 차가운 파이프를 거치면서 물방울로 변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1㎥의 물을 생산하기 위해 6~12㎾의 전력이 필요했지만 이 방식을 이용해보니 1.6㎾의 전력이면 충분했다. 파우린은 “카나리아섬이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에너지와 용수를 스스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환경 건축가들은 생태계가 끊임없이 생산·소비·재생을 이뤄가고 있는 것을 인간이 뒤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환경의 재앙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자연과 닮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찾은 것이다.
생태 모방 건축이 경제적인 효율성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지만, 기술의 발전은 점차 효율성 문제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짐바브웨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에어컨 사용을 중지하면서 상당한 금액의 전기비를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우린은 “그동안 ‘친환경 기술’ 하면 무조건 상업적으로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으로 여겨졌지만 이같은 생각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생체 모방 건축은 인간이 자연을 존중하고 생태계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매우 의미있게 평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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