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합리적 인간의 비합리적 믿음… 이유가 뭘까[믿음의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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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27 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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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허위 학력 파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참 할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체로 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비교적 자신감을 가져왔고 지금까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왔다”면서도 “이번에는 이번 문제에 대한 내 판단에 대한 자신이 무너졌다.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믿음에 집착했는데 자신의 믿음이 무너져 힘들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통 믿는다고 할 때는 종교적 믿음을 떠올리기가 쉽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믿음’이 있다. 귀신, 중세의 마녀사냥, 외계인, 괴물, UFO, 천사, 점성술, 징크스 등은 믿음에 관한 문제다. 보통 인간은 이성으로 파악이 불가능하거나 이성을 뛰어넘는 것들을 믿음의 문제로 치부한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묻는다. ‘나를 사랑하니?’ ‘지구 밖에도 지적 생명체가 있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이런 의문도 대개는 믿음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15%가 원인에 대한 생각, 즉 믿음에 대한 것이라는 연구조사도 있다. 게다가 인간은 언제나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하려 한다. 또 우리가 말하는 ‘상식’이란 믿음은 세상을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판단해서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영국 런던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인 루이스 월퍼트는 이런 다양한 믿음의 본질과 기원을 탐구했다. 저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 인간이 왜 타당한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것들을 믿는가?”라고 묻고 있다.
나폴레옹, 처칠, 루스벨트 등 역사상 위인들도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공포로 이날 잡힌 약속들을 취소했다고 한다. 1996년 미국에서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천국을 믿고, 79%가 기적을, 72%는 천사를 믿는다고 답했다. 나이지리아 국민의 98%는 언제나 신의 존재를 믿어왔고 인도네시아인 10명 중 9명은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는 조사도 있다.
우리가 접하는 이런 믿음은 경험, 인식, 본능과 감정의 합작품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환원론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초기 인류가 생존을 위해 식량을 구하고 도구를 만들며 위험을 피하는 데 믿음이 도움을 주면서 본능으로 각인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종교적 믿음의 탄생도 저자는 진화론적으로 설명한다. 질병, 기후변화, 죽음 등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의 원인을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개념이 등장하면서 인류는 무지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것이 종교적 믿음의 탄생으로 이어졌을 거라는 얘기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믿음 감정과 느낌 등 정신적 경험을 관장하는 측두엽의 작용이다. 그래서 성녀 테레사의 환상은 측두엽의 간질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저자는 조심스레 소개한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왜 믿으려 할까? 인간은 늘 믿음을 만들면서 현재의 지식뿐 아니라 그 믿음과 관련된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게 저자의 대답이다. 항상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정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믿음 엔진’으로 불리는 의식의 명령에 따라 진화해왔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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