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요즘 아파트는 한옥의 동선 재현”[‘우리가 살아온집, 우리가 살아갈 집’의 서윤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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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20 09: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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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종가나 고택에는 굽은 나무를 사용한 기둥이나 대들보가 많다. 이를 두고 자연에 순응하는 소박한 아름다움이라고 극찬하곤 한다. 최근 ‘우리가 살아온 집, 우리가 살아갈 집’을 펴낸 서윤영씨(39·사진)의 설명은 다르다. 조선 후기 목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는 것. “조선 후기는 민(民)의 성장과 주택의 대형화로 주택의 신축과 증개축이 많았습니다. 증가하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니까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굽은 나무라도 베어 집을 지어야 했던 겁니다.”
서씨는 “전통 건축은 무조건 아름답고 우수하다고 피상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또 하나의 왜곡”이라며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 후기의 변화하는 사회상이 주거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보기에 남녀차별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 사랑채도 엄밀히 말해 손님을 접대하고 공적인 업무를 보는 ‘주택 안에 존재했던 공적 영역’이었다. 다만 그것을 담당하는 이가 남성이었다는 설명이다. 사랑채는 개화기의 응접실을 거쳐 거실(서재)로 변화하면서 오늘날 주택은 공적 공간이 축출된 사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요즈음 아파트는 누가 초인종을 누르면 먼저 옷부터 입어야 할 정도로 내밀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부부 침실 안에 파우더룸과 드레스룸이라는 더 작은 방을 만드는 등 내밀화와 내향화의 극단을 달리고 있어요.”
그러나 현대의 아파트가 우리나라 전통 주거와 단절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선 후기 홑집이 겹집이 되고 이후 ㄱ자나 ㄷ자집으로 변형되었다가 1930년대 가회동 한옥으로 대표되는 ㅁ자집으로 변한 뒤, 현재의 아파트에까지 그 유형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럽의 아파트는 실내를 공동/개인이나 주간/야간용으로 엄격히 양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형 아파트는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로 연결되고 거실에서 침실, 주방, 화장실로 갑니다. 이는 대문을 열면 문간을 거쳐 바로 안마당으로 연결되고 안방, 대청, 건넌방, 부엌, 문간방 등으로 갈 수 있는 개량 한옥의 동선이 재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침실과 화장실, 주방이 항상 거실을 향해 문이 열리는데, 이처럼 거실이 센터 역할을 하는 경우는 한국의 아파트가 유일합니다.”
우리나라의 유구한 전통으로 알려진 씨족마을도 대부분 임진왜란 이후 200년 사이에 생겼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신분제, 양반 사회 내부의 갈등 등으로 위기 의식을 느낀 양반들이 은신처로 숨어들어 그들만의 소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내부의 모습 또한 평화롭다기보다는 암묵적 내규가 무섭게 적용되는 등 갈등과 모순을 안고 있었다. 서씨는 “이 같은 씨족마을의 성격이 오늘날 아파트에 재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씨족마을의 앞부분에 노비들의 집이 있고 타성바지, 본성바지, 종가순으로 있었던 것처럼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각 세대가 평형에 따라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값 담합 등에서 보여지는 내부 단합이나 규제는 과거 씨족마을에서 행해지던 것들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전통 건축에 관한 책이 대개 답사기 형식이 많아서 문헌 연구에 근거를 둔 책을 내고 싶었다”는 서씨는 앞으로 지배 이데올로기의 구현으로서의 공공건축 등 일반인을 위한 건축 해설서를 꾸준히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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