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바람을, 풍경을, 세상을 탄다 ‘다시 돌아온 자전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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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20 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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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놀자.
자전거의 연료는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몸이 곧 구동력이며 에너지원이다. 칼로리 과잉시대에 자전거는 칼로리를 태워 바퀴를 굴린다. 페달을 굴리는 순간 라이더의 몸은 시위에 화살을 걸어 당긴 활처럼 팽팽해진다. 바퀴를 굴릴수록 힘줄은 조여지고, 근육은 단단해진다.
자전거를 타고 바라보는 세상은 자동차 창문으로 내다 본 세상과 다르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쓴 홍은택은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라고 했다. 또 “자동차에 올라 타면 사람들은 자동차가 된다. 옆으로 지나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라고 했다. 산악자전거의 평균 시속은 20㎞. 먼 산을 한번에 당겨볼 수는 없더라도 길꼬리를 물고 밟아가며 세상을 뜯어볼 수 있다. 자전거는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길도 가고, 걸어서 가기엔 먼 길도 간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전거 여행’의 프롤로그 중 한 대목이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김훈은 자신의 책 ‘자전거 여행’도 자전거 여행을 하며 본 군산 만경강에 바쳤다.
‘너의 빈자리를/ 너라고 부르며/ 건널 수 없는/ 저녁 썰물의 갯벌/ 만경강에 바친다.’
MTB(Mountain Bike)는 고되고 벅차다. 김훈의 표현대로라면 때로는 ‘몸을 길에 갈아서’ 가야 하고, ‘길에 몸이 들러붙는다’고 했다. 자전거 예찬론자들은 그 고통이 곧 즐거움이라고 했다.
김웅규 일신방적 상무(46)는 “MTB는 카타르시스다. 한계 상황까지 몰고 가 극복하는 것이 좋다.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와 비슷하다”고 했다. 1년 전부터 산악자전거를 탄 그는 지난 5월 미사리에서 속초 미시령까지 국토 횡단에 성공했다. 한계령 민예단지 삼거리에서 8~10㎞쯤 되는 오르막을 오를 때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결국 페달만 밟아서 미시령에 올라섰다.
“할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결국은 해냈어요. 그 감격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천식환자였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김순이씨(45)는 “등산을 좋아했는데 요즘 산에 가면 산보다 사람 구경하고 온다. MTB를 타면 남들이 못보는 데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배운지 3개월 만에 홍천 가리산 45㎞ 임도를 탈 때 탈진해 주저앉았고 다시 일어나 겨우 끝냈다. 힘들지만 좋았다”고 했다.
순천 MTB 동호회 백두대간 회장 허복만씨(56)는 “20년 동안 식당을 하면서 운동도 못하고, 일만하다 위장병이 심해졌는데 MTB를 시작하면서 삶이 달라졌다”고 했다. MTB 경력 5년인 허씨는 매주 화·금요일 야간 라이딩을 합쳐 1주일에 3번 이상 탄다”며 “매년 가을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1박2일 또는 2박3일 ‘남부군 투어’를 한다”고 자랑했다.
다시 자전거 시대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이란 시민환경단체는 ‘자동차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란 이유로 자전거에 상을 주기도 했다. 도로의 라이더들은 이제 산자락까지 바퀴를 굴리고 온다. 자전거 바퀴는 산허리를 깎아 만든 도로가 필요없다. 나무를 눕히거나 벨 필요도 없다. 바닷가에서 돌리는 바퀴는 파도를 타고, 산에서 돌리는 바퀴는 바람을 가른다. 바퀴를 돌리는 즐거움. 그게 자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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