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하찮은 먼지 ‘우주기원의 열쇠’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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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19 09:21:48
  • 조회: 351
“전에는 먼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요. 먼지란 그저 빗자루를 들고 쓸어담아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죠.”
먼지 연구에 뛰어든 한 과학자의 고백은 필자에게도 해당될 듯하다. ‘먼지’(원제:The Secret Life Of Dust)라는 다소 생뚱맞은 제목의 이 책을 집어든 건 ‘아니, 먼지에 대해 쓸 내용이 뭐가 있나’라는 다소 부정적인 호기심이 발동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때문인지 조금은 느슨한 마음으로 시작한 책읽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책 속에, 그 속에 펼쳐진 먼지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저자의 다음과 같은 주장들에 동감한다. “우리는 먼지와 함께 살아가며 먼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먼지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다.”
과학전문작가인 저자는 하찮고 귀찮은 존재로 인류 역사의 뒷전에 밀려 있었던 먼지를 역사와 과학의 전면으로 불러냈다. ‘먼지는 어떤 것일까’라는 단순한 의문이 출발점이다. 그렇다고 ‘기이한 먼지의 세계’ 같이 단순히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수많은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먼지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먼지를 채집하기 위해 연구실 옥상에서, 남극에서, 비행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잘 보이지도 않는 먼지를 분석하기 위해 갖은 묘안을 짜내는 이들 ‘먼지탐정가’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먼지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저자는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놓아둔 유리컵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그 속에는 적어도 2만5000개의 미세한 먼지 알갱이가 움직이고 있다. 책에 따르면 매년 10억~30억t의 사막 먼지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식물들은 10억t의 유기 화학물질을 내뿜는다. 플랑크톤, 화산, 습지에서 2000만~3000만t, 화석연료를 쓰는 공장에서 1억t의 유황이 나온다. 자동차와 농가 등에선 1억t이 넘는 질소산화물이 나온다. 이밖에 그을음, 곰팡이, 박테리아, 꽃가루, 피부 각질, 섬유 조각, 벌레 부스러기 등 우리 주위는 먼지투성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평생 2컵 반 분량의 먼지를 ‘먹는다’. 들이마시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책에 따르자면 당신은 여기까지 읽는 동안 적어도 15만개의 먼지 입자를 들이마셨을 것이다.
통상 먼지의 크기는 63마이크론(1마이크론=0.001㎜) 이하지만 엄청난 마력과 파괴력을 갖고 있다. ‘황사’는 빙산의 일각이다. 오늘날 먼지는 기상학에서 대기과학, 지질학, 천문학, 천체물리학, 화산학, 질병학, 공중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의 주요 연구 대상이다. 먼지는 수증기가 응결해 구름이 될 수 있는 응결핵이 되기 때문에 먼지가 없으면 지구는 너무 뜨거울 것이다. 반면 먼지가 너무 많으면 햇빛을 차단해 지구의 기온을 내린다. 먼지는 또한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작은 생명체의 먹이가 됨으로써 지구를 건강하고 푸르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 먼지는 “악당 같은 존재”다. 대기작용을 바꾸어 놓는다. 사하라의 먼지는 카리브해까지 날아가 산호들을 죽이고 천식과 호흡 곤란을 일으킨다. 먼지는 광부나 석면 가공업에 종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저자는 “인간 대부분은 일반 먼지를 걸러낼 수 있도록 진화해왔지만 우리의 폐는 그보다 미세한 산업용 먼지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집안 먼지도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집안 공기가 바깥 공기보다 더 오염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쯤 되면 지금 당장 집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먼지를 일으키는 것으로 비질과 겨룰 만한 집안일은 없다고 한다. 일부에선 주변에 먼지가 너무 적어서 사람들이 먼지에 약하다고 주장하니 더욱 난감하다.
그러나 먼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리포터”다. “먼지를 통해 로키 산맥이 침식 중에 있으며 필리핀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웃집에서 커피를 볶는다든지 도로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것까지도 말해준다.” 무엇보다 먼지는 우주의 기원을 밝힐 열쇠를 쥐고 있다. 우주 먼지는 우주를 떠돌다 서로 뭉쳐서 별을 만들어낸다. 지구와 태양을 만든 것도 그런 먼지들이다. 생명의 기원이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먼지라는 주장도 있다. 저자가 “우리의 과거는 바로 먼지 속에 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우리의 미래 또한 먼지 속에 있다. 우리의 몸은 결국 산산이 흩어져 먼지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죽어서 먼지가 되는 인간의 모습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 것은 자못 흥미롭다. 유골을 우주에 뿌려주거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주는 사업을 소개하는 대목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책은 다음과 같은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결국 무슨 방법을 쓰든 우리는 언젠가 먼지가 될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 나아가 지구도 언젠가는 먼지가 될 것이다. 그 먼지들은 우주 저편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별로 탄생할지도 모른다. 티끌만한 존재에서 시작한 저자의 사고는 광활한 우주의 섭리에까지 가닿는다.
저자는 “대기 중에 떠도는 ‘메시지’를 해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과학적 내용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깔끔하게 요리했다. 누구나 하찮다고 여기는 ‘먼지’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현상들을 설명하고, 우주적 차원의 성찰로까지 이끌어가는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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