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악마의 유혹 “이순간만은 달콤하고 싶다”[패스트푸드 “이순간만은 달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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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13 09:06:46
  • 조회: 369
“시럽 넣으시겠어요?” 카페 종업원이 어김없이 묻는다. 머릿속에서는 ‘아니라고 말해!’라고 명령하지만 입술은 이미 머리를 배신했다. “듬뿍 넣어주세요.”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원산지와 가공 방법까지 따진다는 웰빙 시대, 못 생긴 건 괜찮아도 뚱뚱한 건 죄라는 몸짱의 시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 데 대한 죄책감은 날로 커진다.
특히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고열량식을 먹을 때는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더더욱 마음이 불편하다. 출출한 밤, 얼큰한 라면에 신김치를 한 조각 얹어 먹을까 하면 “1년간 라면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어느 몸짱 스타의 말이 떠오르고, 고기가 두툼하게 들어간 햄버거와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을 먹을까 하면 트랜스 지방에 관한 온갖 뉴스들이 “너 아직도 그런 거 먹니?”하고 묻는 것 같다.
한밤에 끓여 먹는 라면, 휘핑크림이 얹은 커피와 달디 단 도넛, 패스트푸드 등은 맛있지만 맛있어서 괴로운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중 하나다. 이 음식들은 입을 즐겁게 하지만 상당한 고열량식이다.
각사가 자사 홈페이지와 매장 게시판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커피에 휘핑크림을 추가하면 80kcal(short size)가 더해진다. 시럽은 40kcal(short size)다. (스타벅스 코리아 기준) 매장 밖까지 길게 줄을 서서 먹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오리지널 글레이드’가 200kcal(50g), ‘뉴욕치즈케익도넛’은 340kcal(71g)나 한다.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빅맥’은 535kcal(219g), 라면(신라면)은 봉지면 한 개 열량이 510kcal다.
그러나 어쩌랴. 먹고 죽어도 좋을 것 같은 이 치명적인 달콤함. 몸에는 좀 나쁠지 몰라도 당장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주는 데는 최고의 해소제인 것을. 직장인 오지현씨(32·여)는 “평소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지만 업무 때문에 답답하면 캐러멜 소스와 휘핑크림이 듬뿍 들어간 커피를 마시는데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들 유기농 풀만 뜯어먹고 살 것 같지만 의외로 달고 살찌기 좋은 음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막강하다. ‘죽을 만큼 단’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2004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서울 신촌에 매장을 열고 현재 23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3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도넛 시장은 약 3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웰빙과 로하스 열풍 속에 상식대로라면 벌써 없어져야 할 패스트푸드 매장도 성업 중이다. 점심 메뉴에 이어 아침 메뉴까지 판매하기 시작한 한국 맥도날드는 24시간 운영 점포 수를 120개로 늘렸다. 한국맥도날드 염혜지 홍보팀장은 “10대 청소년들뿐 아니라 20, 30대 여성고객들도 꾸준히 매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 메뉴에도 열량이 높은 메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바칩 프라푸치노는 427kcal(tall size), 초콜릿 크림 칩 프라푸치노는 420kcal(tall size), 그린티 프라푸치노는 424kcal(tall size)이지만 인기가 높다.
먹고는 싶지만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길티 플레저 심리를 눈치챈 기업들은 일종의 ‘상쇄장치’를 이용하기도 한다. 몇 년 새 라면 광고에는 늘씬한 모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발레리나, 슈퍼 모델 출신의 탤런트 등 라면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들이 등장해 “우리도 먹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패스트푸드 체인 역시 신선한 재료와 칼로리는 줄인 ‘웰빙 메뉴’를 강조하는 한편, 잘록한 허리의 커리어우먼이 햄버거를 먹는 사진을 광고에 활용한다. 커피 체인들은 자유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함께 판다. 커피메뉴에도, 커피체인 이름에도 콩글리시는 있을지언정 한국어 이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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