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뜨거운 밥… 짭조름 속살…‘밥심’불끈[맛여행 간장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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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11 09:04:59
  • 조회: 296
도대체 뜨거운 쌀밥을 먹어본 게 언제 일이었는가. 저녁에 마신 차가운 맥주는 아침 입맛을 앗아갔고, 점심 시간, 무엇을 먹을까 결정도 못하고 강력한 냉방장치의 ‘포스’에 오그라져 버린 몸으로 건물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다시 푹푹 찌는 더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냉면이네, 콩국수네, 비빔국수네, 삼계탕 집들로 홀리듯 걸어갔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여름 내내 이렇게 살았다.

입맛은 습관이다. 입맛이 좋다는 것은 내 몸이 좋아했던 음식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생각난다는 말이다. 수상한 비가 며칠 내리면서 바람의 느낌이 달라졌다. 마음에는 이미 가을이 당도했는데 가출한 입맛은 돌아올 줄 모른다. 당장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몸 상태도 점점 가라앉는 중이라는 사실을, 곰곰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밥심으로 사는 사람들인데, 밥이 잘 넘어가지 않으니 몸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에게 입맛은 밥맛 아니던가.

입맛을 잃은 환절기 제철음식은 단연코 간장게장이다. 깨끗한 간장게장 한 마리를 장국, 홍고추, 청양초와 함께 큼직한 그릇에 담고, 뜨거운 밥 한 공기를 밥상에 올리면 식사 준비 끝이다.
간장게장은 질 좋은 것을 사야 한다. 또는 제대로 잘 담가야 한다. ‘배딱지’를 뜯어냈을 때 속살이 꽉 차 있어야 하고, 암게인 경우 알이 실하게 들어있어야 한다. 내장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비해 껍데기는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속에서 제대로 숙성이 되고 영양도 보존된다.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게는 북방게이다.

이렇게 맛있고 품질 좋은 간장게장 한 마리를 제대로 먹으려면 뜨거운 공기밥이 두어 그릇 넘어가도 포만감이 생기지 않는다. 김이 펄펄 올라오는 뜨거운 밥을 큼직한 숟가락으로 한 술 뜨고, 그 위에 물컹물컹한 속살 한 점, 얇게 썰려있는 마늘 한 조각, 송송 썰려있는 풋고추와 홍고추 한 개 씩, 그리고 발갛게 꿈틀거리는 알 한 점을 올리면 새하얗던 쌀밥은 금세 검은 색으로 물들고, 그렇게 뒤섞이고 있는 밥 숟가락을 입안에 쑥 집어넣으면, 짭조름한 향기와 함께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이미 입안은 비워진다.

꽃게가 지금부터 잡히기 시작했고, 암게도 10월부터는 올라오기 시작하니,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직접 간장게장을 담가보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가장 맛있는 게장용 게는 3월부터 잡히는 북방산 암게다. 게장을 담글 때는 산 게나 냉동게나 상관없으므로 게장을 담그는 시기에 예민할 필요는 없다. 한 가지 꼭 확인해야 할 것은,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하는 게를 구입해야 한다. 차가운 바다에서 사는 북방게는 껍데기에 남빛이 많고,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남방게는 보라색이 은은하다.
간장게장은 지역에 따라 담그는 법도 차이가 있는데, 공통점은 갖은 양념을 넣은 간장을 끓인다는 점, 시간이 5일 이상 걸린다는 점 등이다. 시장에 가서 3~4월에 잡힌 북방게를 구입, 솔을 이용해서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준다. 마음에 개운해질 때까지 씻은 다음 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간장을 끓이는데, 양조간장과 물을 4:6 비율로 섞고 거기에 파, 마늘, 생강, 사과, 대추, 월계수잎, 청양초, 홍초, 고추씨, 다시 멸치, 함초를 장만해서 넣는다. 끓이기 전에 먼저 간을 보는데, 가족의 입맛에 맞게 까나리나 정어리 액젓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그리고 중불에 1시간30분을 끓인다. 간장이 다 끓으면 간장 속의 모든 양념을 완벽하게 꺼내고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완전히 식힌다. 완전히 식기 전에는 절대로 게를 넣어서는 안된다.

간장이 다 식으면 준비한 게를 넣고 김치냉장고에 넣어 36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그리고 게를 꺼내고 간장에 남은 침전물이나 부유물 등도 걸러낸 후 다시 한 번 간을 본다. 그리고 간장에 꿀이나 물엿(설탕은 절대 금물. 식중독 원인), 감초, 당귀, 생지황, 계피, 매실액, 소주를 조금씩만 넣고 다시 한번 중불에 1시간30분 정도 끓여준다.
또 다시 완전히 식은 간장에 꺼내두었던 게를 넣고 역시 김치냉장고에 넣어 36간 숙성시키고, 한번 더(세 번째 끓임) 같은 과정을 밟되, 소주와 매실액을 조금 더 넣고 한 시간만 간장을 끓이고 식힌 뒤 다시 게를 넣어 김치냉장고에 24시간 숙성시키면 완성된다. 청양초는 먹을 때 송송 썰어 넣으면 더욱 맛있는 간장게장이 된다.

이렇듯 간장게장을 직접 담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가족과 함께 직접 시장에 나가 좋은 꽃게를 골라서 구입하고, 신선한 양념 재료로 조리 시간과 원칙에 따라서 만들면 완벽한 가정 식단을 이룰 수 있어서 좋다. 이런 과정이 귀찮다면 당연히 구입해서 먹으면 되는데, 그 경우 꽃게의 원산지(국내산이냐 중국산이냐가 문제가 아니고, 북방게냐 남방게냐가 관건) 등 품질표시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법률에 근거한 형식이 아닌 경우 100% 믿을 수 없다. 또한 인터넷이나 홈쇼핑을 이용하는 것도 편리하지만, 간장게장을 정직하게 만들어 파는 단골 식당에서 택배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장게장은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에 가면 프로간장게장 등 여러 곳의 간장게장 맛집을 만날 수 있다. 삼청동 어귀에 있는 소격동의 큰기와집(02-722-9024) 주인은 궁중음식연구가인데 3대째 간장게장을 비롯한 한국음식을 정갈하게 만들어 파는 집으로 강추할 만하다. 분당 서현동의 먹깨비촌(031-703-8800)도 성남 일대에서 간장게장을 제대로 만드는 집으로 유명하다. 일산의 먹거리촌 애니골의 토속촌(031-901-9959)은 한정식집으로 갈치조림으로도 유명한데, 맛있고 깨끗한 간장게장 정식을 2만원 미만에 파는 ‘착한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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