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패류의 여왕, 무취의 유혹[제철 맛여행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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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10 08: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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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안부두 어시장 1번 출구에 가면 전복라면과 전복회덮밥을 파는 집이 있다. 전복라면에는 라면 한 그릇에 전복 작은놈 3개에 기타 해산물이 헤엄치듯 일렁이고 있었다. 가격은 4000원. 전복회덮밥에는 오물오물 ○○○을 만한 크기의 전복에 깨소금, 초고추장, 상추와 밥이 들어 앉아 있다. 7000원. 패류의 여왕 전복 마마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지존의 몸값이 이렇게 가라앉아버렸으니.
그렇다고 전복이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값싼 조개류는 아니다. 완도에서 양식으로 키운 전복 중간크기의 인터넷 가격이 1㎏에 5만원에서 6만원 선이다. 구이용은 20개 이상 포장되어 있는데, 3만5000원이면 산다. 전복은 큰놈이나 작은놈이나 1㎏ 단위로 포장된다. 예전에 돈은 고사하고 없어서 못먹던 시절, 서너개 한 접시에 30만원을 호가(지금도 그런 집은 있다)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전복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물론 자연산의 경우 1㎏에 20만원 가까이 한다.
전복은 우리 간과 뇌와 피부와 시력에 큰 도움이 돼 바다의 산삼이라 불린다. 전복은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산란하며 수정하는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여 영양과 육질이 절정에 달하는 8월부터 9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제철이다. 전복 요리의 대표적인 메뉴들로는 전복회, 전복죽, 전복탕, 전복찜, 전복구이 등이 있다. 최근 전복 양식과 수요가 늘면서 전복삼계탕, 전복회덮밥, 전복버섯전골, 전복초밥, 전복장아찌 등도 나왔다.
전복회는 무색무취의 첫 맛과 고소하고 까끌한 중간맛, 그리고 허무한 끝맛이 특징이다. 전복회는 한번에 ○○○힐까 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피부 탄력이 대단하다. 전복회를 먹을 때 양념장을 듬뿍 바르는 것은 회에서 별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인데, 그 무취의 유혹에 넘어가서 초장에 푹 담가 먹으면 중간맛이 초장에 묻혀버리고, 그러므로 생전복의 참맛을 알 수 없다. 모든 생선이 그렇듯 조금 비려도 날로 먹는 게 제 맛이다. 그리고 나서 제 입에 맞는 소스를 아주 조금씩 발라 먹으면 진정한 나만의 음식이 되는 것이다. 딱딱한 전복회를 먹으며 소화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정말 ‘걱정이 팔자’인 분들이다. 전복회의 끝 맛이 허무하다고 하는 것은, 처음의 만만찮음이 어느새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렸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 소화야 두 말이 필요없다. 전복죽은 출산 회복기에, 수술을 끝낸 환자가 먹는 음식이었고 지금도 그 성격은 변함이 없다. 산모나 환자는 물론 과음 뒤 또는 다이어트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영양죽 가운데 하나다.
전복구이는 일반 식당보다는 전복 생산지에서 먹는 게 맛있다. 마라도의 선착장 또는 해녀들이 물질하는 갯바위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해녀가 불쑥 올라오는 일이 있는데, 그녀의 망사리(잡은 고기 주머니로 아구리가 좁고 뒤웅박을 달아 가라앉지 않게 한 그물 가방이다)에 전복 몇 마리 들어있다면 그야말로 용왕급 대박이다. 마라도 자연산 전복 1㎏ 소비자 가격이 20만원에서 30만원 선이니 현장에서 먹으려 해도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하지만, 당신이 지금 마라도에 있다면 흥정을 잘 해서 꼭 먹어보길 권한다. 구워먹든, 생으로 먹든…. 국토 최남단 마라도 여행은 그리 쉽지 않다.
전복탕은 요즘 흔히 먹는 음식은 아니다.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때에도 궁중에서나 해먹던 음식이었다. 이제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제철 음식이 되었지만 그 조리법은 결코 만만치 않다. 기본 재료인 생전복은 깨끗이 씻어 칼집을 넣은 뒤 살짝 데쳐서 채 썬다. 소고기는 갈아놓고, 표고버섯과 죽순은 형태를 잘 살려 가늘게 채 썬다. 씨를 뺀 피망은 티스푼 머리 크기만하게 잘라놓고 마늘도 얇게 썰어둔다. 대파는 크게 썰어놓고 은행은 맨 프라이팬에 굴려가며 익힌다.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적당히 뜨거워지면 마늘과 대파를 먼저 올린다. 파와 마늘 향기가 솔솔 올라오기 시작하면 표고버섯, 피망, 죽순, 은행을 올리고 볶는다.
여기에 준비해놓은 굴소스, 간장, 후추로 간을 하고 준비해놓은 전복을 올리고 가장 센 불에서 볶아 육수를 넣어 한번 끓인 후 준비한 녹말액(물:녹말=1:1)을 넣고 걸쭉하게 만든 다음 참기름으로 향을 내 먹는다. 전복탕은 국물이 많으면 안된다. 거의 찜 요리 수준으로 걸쭉하게 먹어야 제철 제맛을 즐길 수 있고 영양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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