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라이트 노블… 지금 10대들이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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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06 08:56:14
  • 조회: 336
‘SOS단, 통각잔류, 플레임헤이즈, 미스릴, ER3시스템….’
이거 무슨 말인지 아시는 분, 그만 웃고 손 들어 보세요. 반가워요. 이미 라이트 노블의 매력에 빠지셨군요. ‘도대체 뭔 소리?’라며 의아해 하는 당신도 걱정 마세요. 제가 안내할게요. 라이트 노블이 만들어내는 기기묘묘하고 재기발랄한 이세계(異世界)로.

요즘 대형 서점에 가 보셨나요? ‘NT소설’이라는 낯선 이름의 코너가 생겼습니다. 만화책인 줄 알았다고요? 맞아요. 겉보기엔 만화책과 비슷해요. 초현실적인 제목과 만화풍의 표지 그림, 그리고 시리즈별로 얇게 묶인 문고판 양장이 그렇지요. 그러나 분명 만화책은 아닙니다. 만화의 얼굴을 한 표지를 들추면 만화가 아닌 글이 실려 있거든요. 물론 일러스트가 간간이 등장해 이야기 속 캐릭터를 설명해주긴 합니다만.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가리켜 ‘라이트 노블(Light Novel)’이라고 합니다. ‘NT소설’은 라이트 노블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레이블을 딴 이름이고요. 라이트 노블은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을 가리키지만, 사실 정의가 그다지 간단치는 않습니다. 위키피디아는 라이트 노블을 ‘주로 10대의 중·고생들이 많이 읽는 소설의 한 장르로서, 만화·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오락소설’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일본의 게임·만화·애니메이션 문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이죠. 또 요즘은 라이트 노블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이나 미시마상 등을 수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지 ‘오락소설’이라고만 치부해 버리기도 힘든 겁니다. 어찌되었든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끌고 가는 라이트 노블은 분명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흐름입니다.
누가 이걸 읽느냐고요? 국내에선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읽습니다. 특히 남자들이 많아요. 소위 ‘오타쿠’라고 불리는 마니아층이죠. ‘오타쿠’ 문화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요즘 일본에선 일반적인 ‘하위문화’와 비슷한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게임·애니메이션 등 특정 분야에만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하는 문화를 말해요. 일본의 게임·만화의 정서에 익숙한 이들이, 라이트 노블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꼭 마니아층만 라이트 노블을 읽는 것은 아니에요. 지난해 발표된 대표적인 라이트 노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경우 27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하니, 이미 일반 독자들도 많이 ‘포섭돼’ 버린 겁니다. 훗!
그렇다면 누가 이걸 쓰나 궁금하시죠. 현재 국내에 출판되는 대부분의 라이트 노블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의 작가 풀은 매우 좁은 것이 현실입니다. 일단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비해 장르문학의 역사가 짧죠. 때문에 아직 ‘쌓인 게’ 별로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라이트 노블 작가들은 대개 20대의 젊은이들로 중·고생 때 PC통신으로 판타지 소설을 접하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문화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판타지 소설 등 장르문학을 쓰던 기존의 작가들 중 자리 이동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소비와 생산층이 겹칩니다. 아직은 10년 이내의 연령차를 가진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라이트 노블을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하는 것이지요.
국내에 일본의 라이트 노블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고, 최초의 라이트 노블 레이블 ‘NT노블’이 생긴 것이 2002년입니다. 이후 지난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붐을 타고 ‘익스트림 노블’ ‘시드 노블’ ‘J노블’ 등의 레이블들이 속속 생겨났죠. 2006년에는 라이트 노블 전문 잡지 ‘파우스트’도 생겼고, 라이트 노블 작가들에게 주는 ‘파우스트 문학상’도 제정됐습니다(아직 수상자는 없다고…). ‘태동기’라고 볼 수 있죠.
이쯤 되면, ‘아 그럼 뭐야. 라이트 노블이란 게 ‘일빠’ ‘오덕후’들이나 보는 그렇고 그런 소설이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줄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라이트 노블의 정의도 간단치 않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체적으로 간단치 않은 아이라고 할...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라이트 노블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흐름을 말씀드린다면, 2000년대 들어 하위문화의 새 장르로 ‘소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저자 아즈마 히로키는 ‘라이트 노블로 대표되는 문자 문화가 그동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영상 문화에 밀리고 있던 현상이 뒤집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외면당하던 문자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의 경우, 침체된 기존 문단에 새로운 바람이 돼 주길 기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 가지’만 있는 것보단 ‘여러 가지’가 함께 있는 것이 좋은 것이니까요. 라이트 노블은 소설의 형태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존 소설들이 갖는 엄숙주의를 깨는 전복성도 일면 엿보이고요, 무엇보다 신선한 스타일에 목마른 독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소설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문학’만 소설이 아닙니다.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요? 마음을 여세요. 새로운 세상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에겐 관심 없습니다. 이 중에 우주인, 미래에서 온 사람, 초능력자가 있으면 제게 오십시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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