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쑥쑥크는 한국솜씨 日 애니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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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05 09: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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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한국 바람이 일고 있다. 전세계 만화시장을 휩쓸며 일본 문화를 전파했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열악한 제작환경 등으로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보이면서 그 자리를 한국 업체들이 꿰차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일본인들에게 애니메이션은 ‘쿨 재팬(Cool Japan·멋진 일본)’의 대명사였다. 실제 ‘아톰’ ‘마징가 Z’ ‘캔디’ ‘은하철도 999’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TV 만화는 전세계에 방영되며 지구촌 어린이들의 동심을 사로잡았다. 물론 지금도 일본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은 규모나 양 측면에서 엄청난 수준이다. 당장 연 100편 이상이 제작된다. 20년 전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자체 제작은 극히 미미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탄생하는 애니메이션의 90%는 제3국에 발주해 만드는 외주 제작이다. 이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만든 것들이다.
도쿄 스기나미구에 있는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매트하우스. 현재 일본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만화영화 ‘크레이모아’를 제작하는 곳이다. 크레이모아는 일본 유명 만화잡지인 ‘월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인기 만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토리는 중세를 무대로 전사(戰士) 크레이모아가 괴물들과 싸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크레이모아의 실제 제작은 한국 업체 ‘DR 무비’가 맡고 있다. 매트하우스와 DR 무비는 현재 랜(LAN·기업내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돼 있다. 우선 DR측에서 손으로 그린 원화(原●)를 PC에 입력, 채색 작업을 거친 뒤 랜을 통해 매트하우스에 보낸다. PC를 통해 전달된 그림에 매트하우스측은 OK 사인을 내거나, 보완할 점이 있으면 휴대전화나 메신저 등을 통해 의사 소통을 한다. 매트하우스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며 “인터넷 덕분으로 대량의 소재를 간단히 주고받는 등 제작 환경이 과거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구도는 방송국이나 광고대리점 등이 일본내 대형 제작사에 발주를 하면 이들이 다시 중소 스튜디오에 하청을 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은 영화관이나 TV에서 방영되고, 비디오나 DVD 등을 통해 판매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대형 제작소나 중소 스튜디오가 한국이나 중국 등에 외주를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기획은 일본에서, 제작은 아시아에서’인 셈이다.

일본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애니메이션 외주를 주는 것은 자체 제작의 열악함에서 비롯된다. 도쿄의 한 애니메이션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은 “입사해서 수개월간은 급여가 4만엔 정도에 불과했다”며 “3년이 지난 현재는 첫 몇개월간보다 약간 나은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만화업계에서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그리는 한컷 만화의 단가는 200엔에 불과하다. 이같은 요금 체계는 20년 이상 변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졸 초임자의 평균 급여 20만엔을 받으려면 월 1000컷을 그려야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관계자는 “해외 외주가 늘어나면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문제 삼을 형편도 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해외에서 만들어진 그림을 실시간으로 납품받을 수 있는 제작 환경 변화도 해외 외주를 일반화하게 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주가 일반화되고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과거 일본이 장기로 여겨왔던 ‘손으로 그리는 만화’ 풍경도 변하고 있다. 과거 도쿄에 3곳 있었던 물감 제조업체는 현재 다이요(太陽)색채 한곳으로 줄었다. 다이요 색채 관계자는 “손으로 그리는 것은 만화 제작의 원점”이라며 “장사는 되지 않지만 그 원점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위기감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조업체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제작 여건상 외주를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현재 한국 등의 애니메이션 솜씨가 이미 일본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한국에서 만들어진 ‘아이언 키즈(Iron Kids)’가 프랑스, 스페인 등 14개국에서 방영되고, 오는 9월에는 미국까지 진출한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가 급속히 확대돼 2010년이면 489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언론들은 특히 아이언 키즈를 제작한 한국업체는 과거 일본에서 ‘은하철도 999’ 등을 하청받았던 곳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이 이미 일본 기술을 완전히 흡수한 뒤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스즈키 다케오는 “과거 미국의 애니메이션 업계도 기획에 집중, 제작은 일본에 맡겼다”며 “그러나 그 결과 업계가 번성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는 말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경계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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